다이너마이트 사계절 아동문고 101
김민령 외 지음, 이윤희 그림 / 사계절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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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너마이트』는 사계절아동문고 작품집 101권이다. 어린이 눈높이에서 바라본 세상과 그들만의 세계 그리고 고민을 다룬 시리즈가 100권이 넘었다. 1999년 1권 『차돌 깨무는 호랑이』를 시작으로 쌓인 책들은 아이들과 만나 많고 많은 생각을 피워내는 토양이 됐을 것이다. 책이 아이들에게 스미고 생각으로 화하는 걸 볼수 있다면, 하고 생각해 본다. 사계절아동문고는 분명 충만한 생각의 양분이 됐을 것이다.


이 책은 김민령, 이금이, 박효미, 김선정, 김중미, 김태호, 박하익 작가의 작품이 수록되었다.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만화가인 이윤희 작가가 그림을 그렸다. 어린이 책 뿐만 아이라 장편소설 『알로하 나의 엄마들』로 알려진 이금이 작가와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김중미 작가가 포함돼 있어 더 관심이 갔다. 책은 ‘지금, 오늘의 어린이들에게 어떤 사람, 어떤 사건, 어떤 시공간이 자신을 이전과 다른 ‘나’로 만드는 계기가 될까요?’ 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이야기들은 어린이의 삶이 뒤바뀌는 변화의 지점에 대해 작가들이 보낸 답이다.


「고양이가 한 마리도 오지 않던 날」 김민령

“우리도 조그만 고양이 한 마리쯤은 살릴 수 있겠지.”

p.33

「고양이가 한 마리도 오지 않던 날」을 읽으며 2020년 여름에 보았던 뉴스가 생각났다. 장마와 집중호우가 50여일 계속되던 때였다. 강원도 평창군 송정교가 무너지기 직전 주민이 차량 진입을 막아 운전자를 구했다는 뉴스였다.

「고양이가 한 마리도 오지 않던 날」에서도 60일째 비가 계속 오자 엄마는 집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으로 출발한 길에서 생각지 못한 도움을 받으며 가족은 즐거운 여행을 기대하게 된다.


「구멍」 이금이

처음엔 온 가족이 함께 지내는 게 좋았다. 그런데 하루 종일 같이 있어 보니 생각만큼 좋지는 않았다. 엄마는 간섭과 잔소리가 훨씬 심해졌고, 아빠는 유치한 장난으로 귀찮게 했다. p.50


가족이라고 해도 각자의 시간이 필요한 법이니까. p.57

코로나19로 학교에 못 가고 엄마와 아빠가 재택근무를 하여 가족이 함께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고 일상이 전과 달라졌다.

이사 온 집에 아파트 단지의 다른 집에 없는 수납장이 있고, 수납장 아래 칸에 구멍이 있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마법이 일어나는 시간이 되면 판타지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 열린다.


「나의 탄두리 치킨」 박효미

가장 크게 깨진 건, 단단하게 닫혀 있던 내 마음이었다. 호두처럼 두꺼운 껍데기가 깨지면서 내 본래 얼굴이 드러났다. 나는 잘못을 똑바로 볼 용기가 없었다. 대충 덮어 버리고 싶었다. 대강 넘어가길 바라던 이기심은 밤송이 가시가 되었다. 가시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찔렀고, 날 찔렀다. 시간이 꽤 흘렀지만 가시는 사라지지 않고 문득 나타나 종종 날 찌른다.

p.87

누구나 친구가 되어 놀던 어린이가 사춘기가 되고 첫사랑을 느끼고, 남자 편 여자 편을 나누는 나이가 된다.

이동완이 정영주에게 첫사랑을 고백하고 1일이 된 날 성추행 사건이 일어난다. 소문이 이상하게 퍼지고 이동완이 사건을 외면하고 회피하며 망설이는 동안 정영주는 윤민준에게 사과를 요구한다.


상병차포마 - 김선정

난 원래 학교 가기를 싫어했지만 특히 학년이 바뀌는 3월이 되면 정말 학교가 싫었어. 낯선 얼굴, 낯선 책상, 낯선 선생님, 낯선 교실 문이 너무 무섭고 힘들었거든. p.91

학교에 다니는 또 다녔던 사람이라면, 이유는 다르지만 학교 가기 싫은 날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날, 학교 가기 싫은 마음을 어떻게 바꾸었을까? 「상병차포마」에 나오는 어린이는 장기를 통해 마음을 놓고 학교에 가게 된다.


「다이너마이트」 김중미

어른들은 남자애들이 폭력적인 말을 하거나, 친구들을 심하게 괴롭히면 남자애들은 원래 그렇다고 넘어간다. 그런데 하루 같은 여자애들이 똑같은 행동을 하면 폭력적이라고 한다. p.114


BTS 형들도 화려한 귀걸이를 많이 한다. 항상 화장도 한다. 우리 반 애들은 여자애들이나 남자애들이나 다 BTS를 좋아한다. 그러면서 나한테는 여자 같다고 놀린다. p.120


“세상은 비슷한 사람들끼리만 살아가는 데가 아니거든. 그래서 점점 나와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고 함께하는 법을 배우는 거야. 그렇게 노력하다 보면 서로의 차이만이 아니라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고 각자를 갈라놓았던 울타리를 허물게 되지.” p.125~127

김도훈은 화장을 하고 화려한 귀걸이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BTS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것이 좋다. 반 아이들은 김도훈을 남자답지 못하다고 놀리며 괴롭힌다. 편견과 차별, 이중 잣대를 피해 조용히 숨어 지내는 김도훈에게 가정방문을 온 김현아 선생님이 공연을 제안한다.


「멍한 하늘」 김태호

“아무리 신호를 보내도 사람들은 잘 모른대. 그래서 우리 형이 말했어. 세상 사람들이 다 볼 수 있는 아주 커다란 신호를 하늘에 남기자고.”

p.155

옥탑방에 엄마와 아이가 이사를 온다. 인호는 옥탑방에 이사 온 하늘이와 친해진다. 어느 날 하늘이가 아동 학대 피해 생존자라는 것을 알게 된 인호는 무서워져 하늘이를 모른 척 한다. 그리고 하늘이가 또 다른 폭력을 당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아동 학대에서 구조된 아이가 다시 학대자에게 돌려보내지는 세상에 사는 지금, 「멍한 하늘」을 읽으며 아이들이 신호를 보내면 꼭 도와주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는, 세상에 없는 그런 일이 일어나기를 바란다.


「5학년 1반 연애편지 사건」 박하익

나는 편지가 마음을 고백하는 진지한 방법이라고만 생각했다. 그것이 못된 장난이나, 다른 사람의 속마음을 엿보는 수단이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가가하지 못했다.

p.180~181

서주영이 윤형준의 책상에 카드를 올려놓았다. 그런데 읽지 않고 가방에 넣어 둔 카드가 사라진다. 서주영을 좋아하는 윤형준은 카드의 내용을 알지 못 해 난처하다. 의심이 가는 사람들을 추적한다.


『다이너마이트』를 읽으며 막연하게 잊고 지나치던 어린이들이 사는 세상을 볼 수 있었다. 그 세상은 학교 가기 싫고, 부모보다 친구와 노는 것이 좋고, 학대로 아프고, 차별과 편견과 추행으로 힘들다. 어린이가 일상을 살아가는 세상인 가정과 학교에서 겪는 일들은 복잡하고 어렵기가 어른이 사는 세상과 다르지 않았다.

그렇지만 『다이너마이트』가 보여주는 세상은 우울하거나 처절하지만은 않다. 그 세상에 사는 어린이들은 유머와 위트를 보여주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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