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가 온다? 우리가 간다! - 뉴노멀을 살아갈 청소년을 위한 열린 강좌 자음과모음 청소년인문 17
전승민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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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때문에 미래와 맞닥뜨린 느낌이다. 환경오염이 원인이 된 기후 재앙, 원인모를 전염병의 창궐, 격리된 삶, 옆사람을 믿지 못하는 사회, 멀게 느껴졌던 이 모든 일이 하루 아침에 현실이 됐다. 무딘 느낌에는 긴 시간 밖에 나가지 못하는 정도일지도 모르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디스토피아적인 미래가 묘사하는 모든 모습들이 코로나19 상황에 어느 정도 실현되고 있다. 이런 현실이 자꾸자꾸 부풀면 '영화에서나 보던', '결코 현실에서는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미래를 만나게 되려나.



'뉴노멀'이란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새롭게 나타난 세계경제의 질서를 통칭하는 말"이었다. 처음에는 주로 경제 분야에서 "저성장, 규제 강화, 소비 위축, 미국 시장의 영향력 감소" 현상이 나타남을 의미했다. 현재는 "과거에 대해 반성하고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는 시점에 등장하는 새로운 표준"으로 정의된다. 변화의 시기를 지나 새로운 일상에서 필요한 새로운 기준이 바로 뉴 노멀이다. 코로나19는 우리의 삶을 바꾸고 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오랜 기간 동안 전 세계 모든 사람을 질병의 공포로 꽁꽁 묶었다. 근 1년 사이 자유로운 외출, 장거리 여행은 꿈같은 일이 됐고 얼굴 반만 대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지인들과의 거리는 배 이상 멀어졌다. 쉽게 끝이 예측되지 않는 이 고립의 시간이 끝난 후 우리의 일상은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까. 전문가 다수의 예측처럼 이전의 일상은 다시 오지 않을 것 같다.우리는 전과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코로나19 이후의 시대를 말할 때 뉴노멀을 고려해야하는 이유다. 『미래가 온다?우리가 간다!』는 '미래를 준비하는 십대'를 위한 청소년 인문 시리즈다. '6인의 전문가와 함께하는 미래 수업'이라는 의도하에 미래 사회에서 중요하게 다뤄질 또는 다뤄져야 할 여섯 가지 주제들을 담고 있다. 주제들을 일별해보면 'AI와 미래기술', '기후환경', '에너지 전환', '생산과 소비', '전염병과 보건', '혐오와 인권' 등이다. 각 분야 전문가들의 통찰과 쉽게 읽히는 입말체 문장이 책의 가독성을 높이고 자칫 딱딱할 수 있는 주제를 친근하게 만들었다. ​ '1장 AI와 미래기술'에서는 '콘택트와 언택트가 어우러지는 세상이 온다'는 소제목 아래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하는 '언택트' 생활이 유발할 변화를 살펴본다. 근미래에는 차세대 통신 기능과 인공지능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안전한 대면 문화를 위한 기술도 필요해진다. 예를 들면 다중 회의에서 감염의 위험을 줄이는 '공기순환 시스템' 같은 것. ​ '2장 기후환경'의 부제는 '위태로운 지구, 물러설 곳 없는 인류'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문제가 기후환경에 관한 것이다. 환경 문제의 심각성이 지적된지 오래고 지구를 지키기 위한 세계 협약도 마련됐다. 그러나 여전히 지구의 기후환경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기후 변화는 생태계 변화를 야기한다. 남극 펭귄은 이상 기후로 인한 폭풍에 휩쓸려가고 북극곰은 더 이상 살 땅이 없다. 환경 보호를 위한 친환경 기술의 현재를 훑어보면서 '에너지 절약', '저탄소 식사', '친환경, 고효율 제품 사용'과 같이 우리가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사례들을 제시한다. ​ '3장 에너지 전환'에는 '기후 악당, 착한 에너지를 찾아라'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여기서 말한 '기후 악당'은 누굴 부르는 걸까. 기후변화에 악영향을 끼치는 요소들을 말하는 거겠지 싶겠지만 아니다. '기후 악당'은 바로 '우리나라'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 수준은 세계 12위 정도입니다. 이는 독일의 40% 수준인데, 에너지는 독일과 비슷한 양을 쓰는 것입니다. 살림에 비해 에너지 다소비 국가이니, 온실가스 배출량도 많아서 '기후악당'이라는 꼬리표가 붙었습니다. p.95 원전에서 발생하는 전기의 비용에는 시설 건설·유지비, 핵폐기물 처리비, 사고처리비 등의 공공비용이 포함돼 있지않아 싼 것이라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됐고 우리나라의 에너지 효율이 이토록 낮은 사실도 (부끄럽지만) 처음 알았다. 재생에너지와 친환경에너지 사용에서 나아가 에너지 효율화가 시급하다. '4장 생산과 소비'는 '끝없는 생산과 소비에 브레이크를 걸어라'라는 부제와 짝꿍이다. 자본주의 사회를 부양하는 과다 생산, 과다 소비는 환경문제와 직결돼 있다. 책은 '패스트 패션'이 전지구적으로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보여준다. 한 번 입고 버리는 소모품으로서의 패션은 환경오염과 더불어 노동착취 문제까지 일으키고 있었다. '소유의 시대'에서 '공유의 시대'로 '새로 사기'에서 '물려 쓰기'로 전환을 위한 모색이 필요하다. ​ '5장 전염병과 보건'은 부제처럼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전하는 말'로 읽혔다. 이 모든 급격한 변화의 시작이 코로나19다. 백신도 치료약도 없는 전염병은 인류 전체를 감염의 공포로 몰아 넣었다. 코로나는 인간의 대처보다 빨리 진화하고 상황은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는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했고 의료불평등이 문제로 대두됐다. 'K-방역'이라는 단어가 나올 정도로 빠른 초기대처를 했던 우리나라는 2021년 2월 현재 4차 대유행을 예측하는 상황이다. 누구 한 사람의 노력으로 해결될 수 없는 '우리'의 문제이다 보니 '공동체의 삶'에 대한 숙고가 절실하다. ​ '6장 혐오와 인권'의 부제는 '우리에게 스며든 혐오, 공감으로 넘어서기'다. 코로나19의 전염을 차단하기 위해 우리는 근 1년을 각자의 장소에 고립됐다. 고립은 몰이해를 낳고 편견과 배제를 초래한다. 코로나19는 혐오를 `양산했다. 혐오는 가짜 뉴스를 타고 확산됐고 타자에 대한 증오가 일상의 일이 됐다. 코로나는 우리 안에 숨겨졌던 편견을 전시하는 기회였다. 인종주의적 시선과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그대로 드러났다. 인류는 집단 생활을 하는 종이다. 배척하기를 일삼아서는 생존을 보장하기 어렵다. "연대와 협력", "관계"는 절대 가치다. ​ 책은 각 주제를 다루면서 당면한 현실을 제시하기 전에 해당 주제의 역사적 맥락을 훑어준다. 이를테면 '기후환경'을 다룰 때는 기원전 5600년 전 지중해 해수면 상승으로 흑해 주변이 모두 물에 잠기는 고대의 사건부터 다룬다. 역사적 흐름을 바탕으로 현재의 문제를 대할 수 있는 구성이다. ​ 코로나19로 시작된 새로운 시대와 그 시대에서 이어질 미래를 관망해보기 좋은 책이다. 다만 책에서 제시된 기술의 이면이 있다는 걸 짧게라도 알려줄 수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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