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지식 - 역사의 이정표가 된 진실의 개척자들
에른스트 페터 피셔 지음, 이승희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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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출신 과학사학자 에른스트 페터 피셔의 『금지된 지식』은 역사의 흐름을 바꾼 앎과 그 앎을 찾아내고 주장한 사람들을 다룬 책이다. 과학 지식을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풀어쓰는 작업을 많이 해온 저자가 이번에는 과학을 넘어 인간 지식 전체를 소재로 삼았다. 인간은 새로운 지식을 접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더군다나 그 지식이 '상식'이라 불리는 기존의 지식에 도전하는 경우에는. 인류 초기부터 현재까지 새로움의 발견은 바로 수용되기 보다는 상당한 유예기간을 거쳐 지식의 지위를 얻었다. 사소한 다름도 쉬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을 생각해보면 인류 역사를 바꾼 지식들이 겪은 우여곡절은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수많은 은폐와 금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진실한 지식은 굳건히 스스로를 드러냈으며 그것을 주장했던 이들은 복권됐다. 비록 오랜 시간이 걸렸더라도. 저자는 발견되고 억압받고 투쟁을 거쳐 수용되는 지식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지식은 힘이며 우리에게 기쁨을 준다. 바로 이런 이유와, 그 밖의 다른 이유들 때문에 인간은 역사 이래로 다른 사람이 기존의 지식을 습득하거나 새로운 것을 학습하려고 할 때마다 이를 방해할 방법들을 끊임없이 고안해왔다. 이 책은 지식을 금지하고 진실을 은폐하려 했던 수많은 부질없는 시도들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p.8, 머리말 中


책은 7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대체적으로 역사의 흐름을 따른 지식 억압사를 보여준다. '1장 낙원에서 금지된 것'에서는 성에 대한 금기가 어떻게 다뤄졌는지를 서술한다. '2장 우리에게 지식이란 무엇인가'에는 다윈과 프로이트의 이론이 그 시대에 어떤 파란을 일으켰으며 그것에 반하려던 움직임을 소개한다. '3장 비밀을 다루는 법'은 계몽주의와 계몽주의의 자기 모순에 대해 또 비밀정보기관과 그들의 침묵에 대해 이야기한다. '4장 성스러운 것을 엿본 죄'는 과학이 금지된 지식을 다루는 방법에 대한 장이다. '5장 인간에 대해 알지 못하게 하라'에서는 유전자 연구에서의 금기와 함께 "진실을 누가 말할 수 있느냐는 질문"과 "어떤 지식이 맞고 무엇이 진정한 지식이라는 이름에 합당했는지"에 대한 역사를 보여준다. '6장 과감하게 봉인을 떼다'는 지식의 오용 사례에 대해 서술한다. 마지막 '7장 지식사회의 사생활과 비밀'은 "자유의 도구로 여겨졌던 인터넷이 실제로는 정확히 그 반대의 기능을 하고 인간은 그 데이터에 사로잡"힌 현실을 보여준다.



지동설을 두고 일어났던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이 사건에서 프로이트의 주장에 당시 사람들이 어떻게 반발했는지 다윈의 진화론에 대응했던 반론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읽다보면 하나의 지식이 진리로 여겨지기까지 참으로 지난한 과정이 필요했음을 알 수 있다. 또 어떤 지식은 그것이 밝혀졌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그것을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아인슈타인은 "과학적 설명이 연구 대상의 비밀을 없애버리는 게 아니라 그 비밀에 더 깊이 빠져들게" 한다는 말로 이러한 현상을 설명했다.


계몽을 말하는 과학과 그 전문가들은 결코 세계의 탈주술화를 말할 수 없으며, 반대로 그들의 제안과 사유는 그 반대인 주술화를 장려한다.

p.121


2021년 현재 우리가 가장 우려해야 할 금기로 저자는 거대 테크기업들의 비밀에 대해 서술한다. 원자화된 인간들의 네트워크를 지향한다는 그들 기업의 네트워크 속에서 인간은 '사생활'을 잃고 '사고의 자유'조차 잃는 길을 따르고 있다. 사람들은 '중독'이라는 수렁에 빠져 테크기업이 가리키는 손가락을 볼 뿐 그 손가락이 향하는 방향은 알지 못한다. 저자는 이러한 "현실을 모르게 하는 일을 금지"해야 한다는 말로 글을 맺는다.



아마도 이 세대는 다음 현실을 먼저 깨달아야 할 것이다. 더는 어떤 방에도 혼자 앉아 있지 않고 그 방에서 환상을 펼치지도 못한다. 대신 어디에나 존재하는 새장에 갇혀 있다. 그 새장은 자유의지를 더는 허락하지 않으며 우리를 감시하고 조작한다. 이 현실을 모르게 하는 일이 금지되어야 한다.

p.356


과학사가가 펼치는 금지된 지식의 세계는 다채로웠다. 성서의 시대부터 페이스북의 시대까지 인류 역사 전체를 종횡무진 오가며 풀어놓는 서술을 때로는 따라가고 때로는 놓쳤다. 내게는 "인간 지성의 본질을 꿰뚫는" 에른스트 페터 피셔의 지식이 너무 거대하고 통찰은 지나치게 눈부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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