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조이스 불법의 경야
김종건 지음 / 어문학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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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말잇기를 하듯 알게 된 책이다. 호메로스의 『오뒷세이아』를 읽고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를 알게 됐다. 모더니즘 3대 소설 중 하나라고 하니 호기심이 들었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댈러웨이 부인』을 (이해는 둘째치고) 읽을 수는 있었으니 이 작가의 책도 읽을 수는 있으니라 기대했다. 그의 작품 목록에서 발견한 『피네간의 경야』. 그런데 이 작품이 읽을 수 없는 책으로 유명했다. 그 안에 담고 있는 내용이 충분히 흥미롭고 숙고할 만한 것인데 불구하고 왜 읽을 수 없다는 걸까. 실물부터 확인했다. 책은 1천쪽 가까운 부피였고 첫 장부터 무슨 소린지 전혀 알 수 없는 한글로 된 외계어 문장들이 가득했다. 혹시 싶어 함께 찾아본 해설판은 더 어마어마한 1천 4백여쪽이었다. 대략 훑어볼 요량도 접어야했다. 작품에 대한 호기심은 간직한채로.

『피네간의 경야』는 숨바꼭질하듯 나타났다. 켄 리우의 소설 「모든 맛을 한 그릇에-군신 관우의 아메리카 정착기」에서 아버지가 잠 안오는 딸에게 불러주는 노래로 등장했다. 독서가 조 퀴넌은 파란만장한 일생 독서기 『아직도 책을 읽는 멸종 직전의 지구인을 위한 단 한 권의 책』에서 인생 마지막까지 읽을 거리로 남겨 둘 책으로 소개됐다. 왜 이책에 그리들 집착하는 걸까.


『제임스 조이스 불법의 경야』는 "『피네간의 경야』 입문자에게 권하는 책"으로 소개된다. 본문보다 긴 해설서를 읽는 수고를 덜어주기 위한 책으로 출판된 것 같았다. 원본도 해설서도 읽을 깜냥이 못된다면 입문자용 책이라도 읽어봐야겠다 싶어졌다. 그런데 부제가 불길했다. "불법이라 할Illicitable, 몽계획夢計劃dream-scheme인 <경야>의 언어유희 해설"이다. 음, 이게 어느 나라 말이란 건가. 책의 내용을 함축해 한 줄로 소개하는 부제가 이렇다면 그 다음은. 책은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 <경야>: 각 장의 개요"는 말 그대로 『피네간의 경야』 를 각 장 별로 요약하고 있다. 장 별 내용에 대한 이해는 별개로 하겠다. 2장은 "글라신의 센서스: 신화, 전설, 우화의 소재를 바탕으로 한, <경야> 이야기의 대강"이다. 아일랜드의 『피네간의 경야』 전문 학가 애덜라인 글라신(Adaline Glasheen)의 해설이다. 저자 김종건 교수는 글라신의 개요가 "조이스의 멋진 무의미와 무한한 다양성을 생략한다"면서도 "백과사전적"이기 때문에 "초심자들에게 주는 이득이 있다"고 말한다. 여기 이 연구서가 초심자들에게 주는 이득이 있다. 글라신의 제3 센서스는 백과사전적이다. 세세하게 텍스트를 이해하도록 독자들을 돕기에 여기 싣는다. 그녀의 연구서는 조이스의 말들을 쪼개고 뒤섞어 잡탕을 만들어 수천 수만 풍부한 맛과 향을 내는, 세상에서 가장 유쾌한(힘들지라도) 말타주(몽타주)이다. p.53 "3장 불법의 경야"에서는 『피네간의 경야』에 대한 다양한 비평을 소개한다. "4장 <경야>와 현대 신양자물리학"에서는 소설가의 현대 신양자물리학에 대한 지식을 서술한다. 저자는 『피네간의 경야』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신양자물리학, 양자역학, 빛의 입자설 등을 서술한다. 물리학은 내 이해의 한계를 벗어나는 지점이므로 물질 구성 입자를 일컫는 '쿼크(quark)'라는 단어의 유래를 안 것으로 충분하다. <경야>의 I부 4장의 초두에는 바다 새들이 트리스탄과 이솔테가 연대하는 장면을 조롱하는 "퀴크!"라는 가사가 담겨 있다. 이 말은 새 물리학의 구성요소인 입자를 상징한다. 이는 1939년 원본에서 "Three quarks for Muster Marks"의 시행으로 노래된 가사의 일부로, 1960년대 미국의 물리학자 겔만드(Murry Gellmannd)에 의해 최초로 발명된 신물리학(New Physics)의 입자 용어이다. p.189 "5장 미국의 조이스 남동부 대장정"은 저자 김종건 교수가 석·박사학위를 받은 털사대학교에 가게되는 여정을 담은 여행기다. 저자는 털사대학의 입학 허가를 받은 후 살고 있던 캘리포니아를 떠나 오클라호마로 향한다. 미국 남동부를 횡단하는 자신의 여행을 스타인백의 소설 『분노의 포도』의 대장정에 견주어 기술한다. 또한 연구에 도움을 받았던 연구자들에 대한 소개도 세세하다. 『제임스 조이스 불법의 경야』를 『피네간의 경야』 입문서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을 듯하다. 첫 두 장은 책에 대한 해설이니 책을 처음 접하는 호기심을 가진 독자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3장의 비평 부분도 도움이 된다 치자. 그러나 4장 양자물리학 부분과 5장 기행문은 그렇지 않다. 전자는 초심자를 질리게 할 것이고 후자는 사족이다. 5장은 회고록에 적당한 내용으로 보인다. 책은 무척 어려웠다. 내용이 어렵다기 보다는 문장 자체가 난해했다. 난해했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것이 저자의 문장은 한글로 된 외계어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주술호응은 가볍게 무시되고 단어의 어순도 자유로웠다. 대체 문장을 이렇게 쓴 이유가 뭘까. 이런 문장을 그대로 책으로 만든 걸 보면 편집자도 나름의 생각이 있었을테니 말이다. 『피네간의 경야』의 경우는 워낙 저자 조이스의 언어유희가 복잡하여 번역문 역시 난해하리라 예상한다. 이렇듯 <경야>는 영어가 30%, 조이스가 만들어낸 신조어, 합성와 함축어 그리고 65개국의 외래어들이 중첩되고 혼성된 "언어유희"(linguistic punning)로서, 주된 기법은 "동음어의"(同音語義)(homonym)이다. 그것은 지금까지 한국어 번역을 위해 우리의 한글을 한자와 혼용하는 것이 최선의 해결 방법이었다. p.8 그러나 이 책 『제임스 조이스 불법의 경야』는 입문자를 대상으로 풀어쓴 책이 아닌가. 그런데 마치 한글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조이스가 쓴 문장을 대하는 느낌은 대체 뭐란 말인가. 호기심 많았던 초심자들은 이쯤에서 본서 읽기를 멈추고 싶어질 것 같다. 저자는 한국 제임스 조이스 연구를 대표하는 학자다. 조이스에 대한 방대한 저술활동을 인정받아 번역상도 수상했다. 평생의 노력은 인정해드리고 싶지만 책으로 확인한 바 그 노력의 결실이 제대로 전달되고 있지 않은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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