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소원 - 제1회 나다움어린이책 창작 공모 대상 수상작
김다노 지음, 이윤희 그림 / 사계절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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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랑이와 미래는 열한 살 '절친'이다. '절친'은 '절대 다시는 만날 수 없을 만큼 친한 친구'라는 뜻이라고 한다. 말로만 듣던 절친의 뜻을 새삼 알고 나니 그런 친구가 과연 가능할까 싶다. 운명적으로 만나야 하는 절친의 존재를 철썩같이 믿을 수 있는 나이가 또 열한 살 즈음부터일게다. 가족에게 말하지 못하는 비밀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가 생기는 때 말이다.


미래와 이랑이는 유치원부터 4학년인 현재까지 같은 학교, 같은 반이다. 매일 등하교도 같이하고 심지어 생일이 같은 것은 '결정적인' 절친의 이유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안다고 생각하는 그런 친구 사이다. 그런데 요즘 이랑이가 달라졌다.

이야기는 미래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미래는 친구가 학원에서 괴롭힘을 당한다고 생각했지만 이랑이의 문제는 집안에 있었다. 이랑이의 부모님이 별거를 시작한 것이다. 아이들에게 부모가 헤어지는 일은 과장을 좀 보태자면 세상이 두 조각으로 갈라지는 일로 느껴지지 않을까. 더구나 이제막 사춘기를 앞 둔 아이라면 더더군다나. 미래는 어떻게 이랑이를 위로해야 할지 알지 못한다. 절친의 고민은 미래가 함께 고민하기엔 너무 컸나보다.


사실 가족 문제라면 미래도 '보통'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나 있다. 형사였던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신 후 할머니, 이모와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미래는 그늘 없는 모습이다. 미래의 말과 행동은 '보통'의 가족에 대한 기준을 생각해 보게 했다. 정상적인 가족이라면 부모와 자녀로 구성돼 있을 것이라는 환상말이다. 우리 사회에는 만들어진 '정상'과 거리가 먼 사람들이 많다. 그들을 대할 때 '다르다'는 편견을 무의식 중에 드러내는 건 아닌지. 부모가 없는 미래가 어딘가 그늘이 있는 아이로 묘사되리라 나의 (잘못된) 추측처럼. 비혼주의자인 미래의 이모가 조카에게 해준 말처럼 우리가 가진 행복의 모습은 모두 다르다.


"나이 들면서 좋은 게 뭔지 알아?"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게 되는 거야. 난 결혼해서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것보다 늙은 엄마와 어린 조카와 사는 게 더 행복한 사람이야.…"

"꼭 남들과 같은 모습으로 살아야 행복한 건 아니야, 미래야."

p.72


미래는 이랑이를 <소원이 주렁주렁>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출연시키고 싶어한다. 이 프로그램에 나가서 소원을 말하면 이뤄지는 경우가 있다는 소문때문이다. 이랑이는 방송에 나갈 수 있을까, 카메라 앞에서 가족의 비밀을 말할 수 있을까.


어른들의 행동은 아이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아이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부모의 문제에 물리적으로 감정적으로 휘둘리게 된다. 아이들은 작기 때문에 같은 상처도 어른보다 더 크게 받아들일텐데.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어른답게 좀 더 아이들에게 친절할 수 있다면 좋겠다. 용기를 내서 현재의 문제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되어갈 것인지 또 그런 일들의 의미는 무엇인지를 이야기해줄 수 있다면 좋겠다. 어른의 일을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어린 아이라도 자신에게 이야기해주려는 어른의 마음은 깨닫지 않을까.


우리는 아직 어리지만 바보는 아니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어떻게 된 일인지 이야기해 준다면 답답함이 덜할 텐데. 어른이 아이에게 자신들의 문제를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은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다. 용기가 없어서다.

p.68


이랑이는 자신의 상처보다 부모의 마음을 더 생각한다. 하고 싶은 말도 부모님이 속상할까봐 참는다. 촬영나온 PD가 아이들에게 해 준 말이 이랑이에게 용기를 줬을까.


"물론 오늘 촬영한 것이 모두 텔레비전에 나가는 건 아니에요. 그렇다고 텔레비전에 나간 소원이 더 귀하고, 못 나간 건 덜하다는 뜻도 아니에요. 소원은 입 밖으로 꺼내서 말하는 것만으로도 힘을 발휘하거든요. 우리가 친구들의 소원을 듣고 올바르게 이루어지도록 응원해 줍시다.

p.94


소원을 말해보는 일, 바라는 일이 이뤄지기를 원해서 하는 행동이다. 소원을 말하려면 먼저 생각을 해야한다. 한 가지의 소원만 말할 수 있다면 무척 고심해야 할 듯하다. 그 고민이 소원의 의미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바라는 일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보는 일, 시간이 가면 이뤄지는 일인지 혹은 이루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내가 해야할 노력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는 동안 우리는 소원에 한 발 가까워지는 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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