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싸 마술 클럽 - 아웃사이더 마술사들의 카니발 대소동
닐 패트릭 해리스 지음, 최민우 옮김 / 자음과모음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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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싸~!! 춤추는 마술 클럽일까. 흥겨운 장단에 맞춰 어깨를 들썩여야 하는 책인줄 알았다. 붉은 카펫이 연상되는 제목 띠 위로 장난기 가득한 다섯 아이와 근심어린 얼굴의 남자 아이가 있다. 띠 아래에는 실크해트롸 얼굴을 반쯤 가리고 검지와 중지 사이에 스페이드 에이 카드를 끼운 미스테리한 남자가 있다. 마술의 세계, 아웃사이더들의 마술은 다른 모양일까. '아싸'는 요즘 말로 '아웃사이더'의 줄임말이었다. 책의 원제목은 'The Magic Misfits'.


작가에게 홀려서 붙잡은 책이다. 배우로 (잘) 알려진 닐 패트릭 해리스다. 근래에 영화 활동을 많이 했지만 내게 남은 그에 대한 기억은 드라마 <천재 소년 두기>와 영화 <스타쉽 트루퍼스>다. 장난기 가득한 영재 소년 두기를 좋아했고 SF에 나온 코믹한 젠킨스 박사의 모습도 좋았다. 본의 아니게 누군가가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입장이 됐다. 그는 배우, 프로듀서, 감독 등의 활동에 작가의 면모를 더했다.

책의 시작은 스릴러였다. 안개 가득한 도시의 철도역, 도망치는 아이와 아이를 쫒는 남자가 있다. 잡힐 듯 잡힐 듯 간신히 기어오른 기차는 아이를 다른 세상으로 싣고 간다. 밝은 햇살 아래 도착한 마을은 미네랄 웰스. 소년의 이름은 '카너 로크'. 아이는 이곳에서 처음으로 자신을 감싸는 따뜻한 손길과 친구를 만나는 기쁨을 알게 된다.


우연한 만남과 약간의 웃음만으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다는 게 정말로 굉장했어요. 그건 마치 거의…….

카터는 다른 표현을 찾을 수가 없었어요.

그건 마치 마술 같았답니다.

p.139


언제나처럼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다. 아이의 빠른 손을 눈여겨 본 서커스단의 우두머리가 카터에게 은근한 제안을 건넨다. 의지할 데 없는 카터를 자신의 소굴에 끌어들이려고 말이다. 『올리버 트위스트』가 떠오르는 장면이다. 세상물정 모르고 착한 심성을 가진 아이들은 이런 유혹에 넘어가기 마련 아닌가. 하지만 카터는 조금 다르다.


"나는 너 같은 아이들을 아주 많이 알고 있단다. 가족도 없고 친구도 없어. 갈 곳도 없고. 아마 걔들은 자기가 아웃사이더라고 느낄 거야. 그래서 내가 뭘 하는지 아니? 걔들에게 일거리를 줘. 살아갈 목적을 준다고. 걔들은 날 위해 일하는 걸 무척 행복해한단다."

p.83


카터는 마술을 가장해 속임수를 일삼던 삼촌과 살면서 손재주를 배웠다. 그러나 자신의 욕삼만을 채우는 삼촌의 심성을 배우진 않았다. 카터에게 마술은 사람을 속이는 트릭일 뿐이었다. 아이는 삼촌의 나쁜 짓을 못 본 척한 자신을 자책했다. 미네랄 웰스 마을에서 만난 친구들들과 서커스와 연관된 사건에 휘말린 카터는 이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려 한다.


그동안은 오로지 자신의 일만 생각하고 살았죠. 슬라이 삼촌이 온갖 나쁜 짓을 저지르고도 처벌을 모면하는 걸 방관했고요. 하지만 바로 지금, 무언가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어요. 내가 아니라 남을 도울 수 있는 일을요.

pp.232-233


마을에서 만난 아이들은 하나하나가 특별한 아이들이었다. 고아원에서 자라 입양된 레일라, 다리가 불편한 리들리, 턱시도만 입고 다니는 테오, 사람의 눈길을 끄는 재주가 있는 쌍둘이 올리와 이지. 아이들은 자신의 특별함때문에 힘들었던 경험이 있었다. 그런 마음이 카터를 친구로 받아들이게 했다. 모두가 '아웃사이더'지만 아이들에겐 스스로를 '멋지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왜 나한테 잘해 주는 거야?"

"그래야 네가 우리랑 같이 놀 수 있으니까, 바보야. 우리는 모두 그 반대일 때 어떤 기분인지 알거든."

p.152


『아싸 마술 클럽』에는 작가가 많이 투영돼 있었다. 아이의 모습에도 그랬겠지만 두드러져 보이는 건 아이들의 보호자인 버넌씨의 모습에서였다. 작가 닐 패트릭 해리스는 동성연인과 아이들을 입양해 살고 있다. 레일라의 양부인 마술사 버넌씨는 최고의 셰프 버넌 아저씨와 함께 레일라를 입양했다. 작가는 아이들의 모험을 다룬 동화에서 다양성에 대한 시각을 환기해주고 싶었던 거다.


책에는 마술의 비법들이 소개돼 있다. 비밀을 공유하는 일은 더 나은 도전의 밑바탕이 된다는 믿음에서다. 작가가 생각하는 마술의 가치는 '사람들을 미소짓게 하는 것'이다. 카터는 친구들을 만나면서 마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바꿨다. "마술은 행복에 관한" 것이라고 "웃음에 관한 거고. 사람들이 내면에서 느끼는 감정에 관한" 것이라고.


마술사의 비밀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면, 그것들을 공유해야 합니다. 그래야 미래의 세대들이 더 놀라운 위업과 도전을 성취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게 제가 마술의 비밀을 여러분과 나누는 이유입니다!… 사람들이 미소를 짓도록 하는 게 가장 가치 있는 마술의 트릭이라는 말을 믿어줬으면 좋겠어요.

p.15


'아싸 마술 클럽' 여섯 아이의 모험은 이제 시작됐다. 이미 4편까지 나온 시리즈의 나머지 책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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