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릿느릿 도서관 개암 그림책 12
우지현 지음 / 개암나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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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느린 민달팽이 느린이 이야기.

햇살 좋은 어느 날 숨바꼭질을 하던 달팽이 무리가 있었습니다. 너무나 꼭꼭 숨은 느린이는 "누가 나를 찾아 줄까?" 가슴을 졸이며 기다립니다. 시간은 흘러 가을을 지나 겨울이 옵니다. 느린이는 이제 낙엽이 되어 버린 수풀 속에 혼자 떨어졌습니다. 친구들은 모두 따뜻한 곳을 찾아갔다는데 느린이는 여전이 같은 숲에 머뭅니다. 친구가 많은 눈송이들을 부러워하면서 말이죠.


아이들은 친구를 좋아합니다. 친구와 놀때는 배도 고프지 않고 피곤한 줄도 모릅니다. 그런 친구를 처음 만날 때는 또 어찌나 쑥스러운지요. 간혹 친구 만들기에 스스럼이 없는 아이도 있지만 어떤 아이는 느린이처럼 친구가 있는 다른 친구를 부러워하기만 합니다.


지렁이 할머니는 민달팽이 느린이를 추운 겨울에서 구해준 은인입니다. 땅 속 집에 들여주고 음식도 나눠줍니다. 그리고 놀라운 일을 또한가지 하고 있는데요. 바로 책쓰기입니다. 농사 짓는 방법에 대한 글을 매일 쓰면서 느린이에게도 읽기와 쓰기를 가르쳐줍니다. 지렁이 할머니는 좋은 스승입니다. 곤경에 처한 아이를 무조건 받아주고 아이의 어려움을 먼저 알고 챙겨줍니다. 아이들은 이런 보호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게 마련입니다.


봄이 되자 지렁이 할머니는 느린이를 땅 위 세상으로 내보냅니다. 느린이의 손에는 지렁이 할머니가 쓴 책이 들려 있습니다. 농사짓는 비법을 궁금해 하는 나비에게 책을 빌려주자 금새 숲속의 곤충들이 느린이를 찾아옵니다. 책을 빌리고싶은 곤충들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느린이가 가진 책은 단 한 권 뿐. 곤충들은 실망해서 돌아갑니다. 나눌 것이 없는 느린이는 친구를 만들 수 없는 걸까요?


느린이가 빌려준 책 덕분에 꿀 농사를 잘 지은 나비들이 다시 찾아옵니다. 셀 수 없이 많은 책을 선물로 들고 말이죠. 이제 느린이에겐 숲 속 곤충 친구들과 나눌 수 있는 '무엇'이 생겼습니다. 느린이는 책을 정리해두고 곤충들을 기다립니다. 나비가 선물해준 책으로 친구를 만들 수 있었을까요? 주고받을 것이 없다면 사람들 사이에는 관계가 만들어지기 힘든 걸까요?


노란 스카프를 머리에 둘러맨 민달팽이는 어려움을 숲 속 식구들은 그냥 보고만 있지 않습니다. 지렁이 할머니는 자신의 주거를 나눠줬고 나비는 몇 배의 보답으로 느린이를 돕습니다. 또 나무 할아버지는 나무 밑동을 새로운 삶터로 제공하고요, 심지어 지나가던 토끼조차 추운 겨울 혼자있는 느린이를 모른 척하지 않습니다. 덕분에 느린이는 숲 속 모두에게 멋진 밤을 선사할 수 있는 민달팽이로 성장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합니다. 물론 느린이의 이야기는 외롭고 힘든 다른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책이 될겁니다.


『느릿느릿 도서관』 은 아이들 그림처럼 정감있는 그림체의 작은 그림책입니다. 그렇지만 그 안에는 주변에 어려움에 처한 대상이 있다면 누구하나 소홀함이 없는 따뜻한 마음이 있는 숲이 들어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곁과 주변의 존재가 희미해진 지금, 느린이가 나무 구멍 다락방에서 별빛을 받으며 자기 책의 첫 줄을 쓰기 시작한 그 곳이 부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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