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자꾸 나만 따라와 - 십대와 반려동물 서로의 다정과 온기를 나누다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78
최영희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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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꾸 나만 따라와』는 최영희, 이희영, 이송현, 최양선, 김학찬, 김선희, 한정영 작가가 참여한, 반려동물에 관한 일곱 편의 이야기를 모은 소설집이다.

책에는 개, 고양이, 거북이, 새뿐만 아니라 다양한 반려동물이 등장한다. 당신이라면 이들 중 어떤 동물을 반려로 하고 싶을까?

최영희 작가의 ‘누덕누덕 유니콘’에 나오는 개와 고양이의 장점에 신화 속 아름다움을 그대로 재현해 낸 유니콘이 멋있지 않나?

이희영 작가가 쓴 ‘피라온’의 인간의 아이처럼 투정을 부리지도, 떼를 쓰거나 말썽을 일으키지도 않는 유아 복제인간은 어떤가?

한정영 작가의 ‘돌아온 우리의 친구’에 등장하는 여러 동물의 유전자를 배합하여 털에서 윤기가 흐르고 고양이 같이 도도하면서 강아지 같은 애교도 부리고 털도 안 빠지고 말귀도 잘 알아듣고 잘 따르는 캐양이라면 털 알레르기가 있어도 괜찮을까?


인류가 야생동물을 길들이고 개량하여 생활에 유용한 동물로 만든 것이 가축, 애완동물, 반려동물이라고 불리는 동물들이다. 유니콘, 피라온, 캐양이는 상상의 존재이지만 유전자 개량과 중성화 수술, 짖음 방지 성대 수술, 훈련이라는 명분으로 본성을 억압당하며 인간에게 맞추어 동물의 신체와 본성을 강제하는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아무리 멋진 반려동물이라도 나의 필요에 의해 다른 생명의 존엄이 훼손된다면 마음 불편한 일이다.

반려동물은 사람과 더불어 사는 동물로, 동물이 인간에게 주는 여러 혜택을 존중하며 사람의 장난감이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로 보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한다. 일방적인 관계가 아닌 대등하게 더불어 살아가는 관계로서 동물과 인간의 관계는 어떠해야하는지 궁금하다.




이송현 작가의 ‘스위치, ON’은 더불어 살아가는 관계에 대해 의미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버지는 말한다. 세상 어디든 똑같고 세상 어디든 불평등은 존재한다고. 그래서 감내하라는 것인가? 오케이! 감내하라면 해야지. 그런데 나는 늘 아프다. 늘 상처받고 늘 움츠러든다. 그래서 캐나다로 이민 온 후, 아이스하키를 시작했다. 기죽지 않고 이 땅의 인간들이 가장 열광하는 스포츠의 중심에 서서 웃어 보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모든 것이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p.89)


한국에서 캐나다로 이민 온 다온은 차별로 상처받는다. 아이스하키 경기에서 심판은 불리한 판정을 내리고 다온은 부상을 당한다. 다온은 바닷가에서 낙오되어 모래 구덩이 밖으로 나오려고 발버둥치는 거북이를 만난다.


작은 거북이가 내 상처를 보았다고, 이 작은 친구는 내 아픔을 외면하지 않았다고, 내 팔꿈치 쪽으로 왔기 때문에 나 역시 너의 상처를 모른 척하지 않겠다고. (p.95)


녀석의 등딱지를 톡톡 두드려 주었다. 응원의 손길이었다. 내게 응원의 손길이 필요 없다고 해서 나의 거북이에게까지 그 손길을 거둘 만큼 인정머리 없는 놈이 아니다, 난. (p.99)

거북이는 앞발이 기형이었다. 다온은 낙오된 거북에게 자신의 상처를 투영하며 공감하고 위로받는다. 포식자들의 먹잇감이 되기 전에 거북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 꼬부기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진정한 동물 애호가라면, 자연생태계의 질서를 위해서라도 먹이사슬 구조에 위배되는 행위는 안 하겠지? (p.94)


며칠 전 동물 병원 수의사는 꼬부기의 상태를 살피더니 머지않아 바다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꼬부기의 기형인 앞발을 언급했지만 수의사는 내 걱정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간단히 무시했다. 인간도 동물도 그 어떤 생명체도 완벽한 신체를 갖는 것은 무리라고 했다. 누구나 작은 핸디캡은 지니고 삶을 살아 낸다는 것! (p.112)


거북을 바다로 돌려보낼 준비를 하며 다온은 이민자의 아들이자 동양인으로 받는 차별을 핸디캡으로 받아들이고 상처를 이겨내는 방법을 배워간다.


출발대 아래 펼쳐진 가파른 빙판길을 바라보았다. 거친 파도가 우리에게 밀려오는 상상을 한다. 차가운 물살이 우리 몸을 휘어 감는 장면을 떠올린다. 그래도 우리는 괜찮다. 수많은 밤을 함께 연습했으니까. 빙판 위를 달리면서 온몸이 멍투성이가 됐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바다를 걷고 뛰면서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으니까. 밤을 달려서 이 세계의 끝을 향해 나아가는 방법을 조금씩 터득하고 있으니까. (p.117)


다온은 크래시드 아이스 경기에 출전한다. 꼬부기를 그려 넣은 헬멧을 쓰고 포기하지 않고 달린다.


인간과 동물이 대등하게 더불어 살아가는 관계란 서로의 생존방식과 삶의 터전을 존중하고 위로와 응원을 나누는 것이 아닐까? 인간과 동물이 더불어 살아가는 대등한 반려관계를 꿈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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