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스 라이크 어스
크리스티나 앨저 지음, 공보경 옮김 / 황금시간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버지가 범인이면 어떡하지?’

 

뒤표지에 적힌 이 문장에 호기심이 일어 크리스티나 앨저 장편소설 「걸스 라이크 어스」를 펼쳤다. 단순하지만 낯설지 않아 더 자극적인 미끼 같은 문장이다. 질문은 하나인데 여러 가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까?

희생자는 누구인가?

아버지를 의심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왜 아버지가 범인이라고 생각할까?

아버지가 범인이라면 질문을 던진 사람은 어떻게 할까?

 

넬 플린은 FBI 행동분석팀 요원이다. 강력계 형사인 아버지 마틴 대니얼 플린의 장례식을 위해 10년 만에 롱아일랜드 서퍽 카운티로 돌아왔다. 형사과장 글렌 도시는 오토바이 사고였다고 한다.

아버지의 유해를 뿌린 다음날 강력계 신참 형사이자 아버지의 마지막 파트너인 리 데이비스가 찾아온다. 리 데이비스는 시네콕 카운티 공원에서 소녀의 시체가 발견된 사건을 전하며 도움을 요청한다. 넬 플린은 지난여름 파인 배런스에서 같은 방법으로 살해된 소녀의 시체가 발견된 사건을 떠올린다. 아버지는 사고 당시 파인 배런스 사건을 조사하고 있었다. 리 데이비스는 ‘희생자가 후진 동네 출신의 윤락녀’라고 말한다. 넬 플린과 리 데이비스는 연쇄살인을 의심하지만 글렌 도시 형사과장은 FBI에 공식적으로 지원요청을 하지 않는다.

조사를 진행할수록 넬 플린은 증거에서 아버지와 연관된 기억이 떠오른다. 일곱 살 때 돌아가신 넬 플린의 어머니와 관련된 사건에 대한 불확실한 기억도 더불어 떠오른다.

서퍽 카운티 경찰은 범인을 특정하고 수사를 진행한다. 검시관 제이미 밀코스키가 설명한 범인의 특징과 맞지 않지만 증거는 무시된다. 앤 마리 마셜 기자는 경찰들이 자백을 강요하고 멋대로 일처리를 한다고 의심하며 서퍽 카운티 경찰이 부패해가고 있음을 알리는 기사를 쓴다. 넬 플린은 아무도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단독조사를 계속한다.

 

“그 일 하는 여자들 대부분이 그렇게 살고 싶어서 사는 게 아닌 건 알지?”

인생을 어떻게 살지는 다들 선택하는 거잖아.” (p.56)

 

넬 플린의 질문에 리 데이비스가 답한다. 많이 들어본 질문과 답변이다. 마치 자장면과 짬뽕을 고르듯 원해서 선택하는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미성년자인 십대 소녀가 생계를 위해 돈을 벌어야할 때 메뉴판처럼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있는지 모르겠다.

 

정당한 법적 절차를 거칠 자격이 있잖아요. (p.278)

 

그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고 믿는 사람이야. (p.327)

 

정당한 법적 절차는 때로 시간이 걸리고 답답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당한 법적 절차는 피의자의 권리를 지키는 것뿐만 아니라 법이 공정하게 적용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하기도 한다. 인간은 종종 명분이라는 목적을 내세우며 부당한 수단을 정당화해왔다. 법적 절차를 정당하게 만들고 지키도록 강제하는 것은 인간이 부당한 수단을 휘두르는 것을 막는 방법이기도 하다.

 

현실에서 많은 여성들이 유리천장에 막혀 업무에서 좌절을 겪는 것과 달리 넬 플린이 지원과 응원을 받으며 업무수행을 하는 것이 통쾌하다. 반면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가부장제가 내면화하도록 강요한 논리가 스며있는 듯 한 느낌이 드는 것은 아쉽다.

 

소녀들을 대상으로 한 연쇄살인, 성매매 조직, 부패 경찰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자극적인 범죄를 소재로 다루는 콘텐츠는 흔하다. 하지만 지루하고 식상하게 사건을 선정적으로 전시하지 않고 깔끔하게 포장한 것이 「걸스 라이크 어스」가 가진 장점이다.

크리스티나 앨저의 「걸스 라이크 어스」는 빠른 이야기 전개로 몰입도를 높이면서도 친절하게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점에서 스릴러 소설의 매력을 담뿍 담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