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란티스 코드
맹성렬 지음 / 지식여행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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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란티스 이야기는 왜 2,500년 전에 등장했으며,

고대사 패러다임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

책표지 中

 

헤라클레스의 기둥 너머에 있었다는 고대 문명국가 아틀란티스에 흥미를 갖게 된 건 김진경 교수의 『고대 그리스의 영광과 몰락』을 읽으면서다. 신화나 전설로만 알고 있었던 아틀란티스가 실제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논한 부분이 흥미를 끌었다. 책에서는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었다. 지브롤터 해협의 양 편을 헤라클레스의 두 기둥으로 보는 견해와 테라(산토리니) 섬을 아틀란티스로 보는 견해가 그것이다. 전자의 주장이 더 많은 지지를 얻고 있었지만 내 생각에는 후자 쪽의 주장이 더 수긍이 갔다.

 

펠로폰네소스 반도 남쪽의 마니 반도와 말레아 곶이 헤라클레스의 두 기둥이며 이 앞 쪽에 위치한 에게 해의 테라(산토리니) 섬이 아틀란티스라는 것이다. 테라 섬은 고대 미노아 문명기에 발달한 도시였지만 화산 폭발로 섬의 상당 부분이 가라앉았다. 고대 사람들이 가봤을 법하지 않은 대서양 한가운데 섬이 가라앉은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아테네에서 가까운 에게 해에서 일어난 일을 적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해 보였다.

 

『아틀란티스 코드』는 아틀란티스 대륙의 존재 유무를 가리는 책처럼 보였다. 아틀란티스는 과연 존재했을까. 존재했다면 어디에? 대서양? 혹은 에게해? 여기까지가 책을 읽기 전의 궁금증이었다. 그런데 책은 거기서 열 발짝 아니 백 발짝은 더 나간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우선 저자의 약력이 놀랍다. 저자 맹성렬은 ‘우석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다. 역사나 고고학이 전공이 아니다. 그럼에도 인류 문명사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으로 전문가급의 연구를 통해 저서를 집필하고 있었다. 이른바 주류가 아닌 연구가다.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의 김산해와 『시친의 지구연대기』의 제카리아 시친이 생각났다. 두 저자 모두 학계와 동떨어져서 그들의 인정과는 상관없이 연구와 저술활동을 이어가는 분들이다. 주류라는 틀에 매이지 않아서일까. 고대 문명에 대한 이들의 연구는 기존에 우리가 상식이라고 받아들였던 지식들을 뛰어넘는다. 때로는 황당하게 여겨지기도 하지만 누가 알겠는가. 그들의 주장 중 일부는 진실로 밝혀질지. 그런 차원에서 맹성렬 저자의 『아틀란티스 코드』는 ’상식적‘이라는 차원을 한참 넘어서는 책이었다.

 

아틀란티스 대륙에 대한 이야기는 플라톤의 저작에서 비롯했다. 저자는 『티마이오스』와 『크리티아스』에 언급된 아틀란티스의 사실 유무를 따지기 전에 에게 해 그 너머를 생각할 수 있었던 플라톤의 시야를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고 말한다.

 

아틀란티스가 정말 존재했느냐 아니냐는 문제에 집중하기 전에 먼저 플라톤을 저술 작업을 통해 당시의 편견을 깬 최초의 사람으로 재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플라톤은 단지 아틀란티스에만 그치지 않고 그보다 서쪽에 존재하는 대륙과 그 너머의 ‘진정한 대양’까지 언급했다. 고대 지리학자들은 아틀란티스 이야기에서 대양 저편의 문제Trans-oceanic element에 관심을 가졌다. p.56

 

플라톤 덕에 고대 사람들이 지브롤터 해협 너머의 세상에 대해 관심이 가질 수 있었다는 말이다. 고대 사람들은 지구 원판설을 당연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대서양 어디쯤을 넘어가면 하계로 내려가는 길로 추락하리라 믿었다. 그런데 플라톤이 대서양 한 가운데 있었다는 초고도 문명을 언급하면서 사람들이 그 너머의 세계를 상상하게 됐다.

 

아틀란티스의 기원을 설명하는 첫 부분을 지나면서 저자의 주장들이 제시된다. 통상적인 주류의 역사 지식 정도를 탑재하고 있었던 나에겐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저자가 주류 학계의 의견이라고 말하는 것들이 딱 나의 지식이었다. 대서양 너머 아메리카의 주민들은 약 1만년 전후에 베링해를 거쳐 대륙에 진입했고 나름의 문명을 이뤘지만 일정 이상으로 발달하지는 못했다는 것. 이 대목은 지리적 특성 때문이라는 사실을 『총균쇠』의 제러드 다이아몬드가 논증한 부분이다. 작물화, 가축화 할 수 있는 식물과 동물 종이 상대적으로 희소했고 대륙이 남북으로 길기 때문에 기후대가 달라서 문명이 서로 전달되기 어려워 고도화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아틀란티스 코드』에 따르면 메소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에 걸쳐 있는 문명들은 우리의 상식이 틀렸다고 말한다. 그 문명들은 수 만년의 역사를 가졌으며 현대의 기술에 필적할 첨단의 발달을 이뤘으며 구대륙의 문명과 교류했으며 영향을 끼치기까지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주장의 근거를 명확히 하기 위해 수많은 참고문헌과 각주를 제시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허풍으로 들릴 법한 주장들이 책 분량의 삼분의 일에 가까운 근거들로 뒷받침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자료들을 읽고 분석하고 그 사이에 파묻힌 희미한 진실을 찾고자한 저자의 노력이 인상적이다.

 

아틀란티스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한 여정은 이집트를 지나 아메리카의 고대 문명 아즈텍, 마야, 잉카 문명을 거쳐 아나톨리아의 차탈회위크, 괴베클리 테페, 네발리 초리와 같은 초고대 문명대한 분석에 이른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친 저자의 결론은 명확하다.

 

우리 인류의 문명은 중세를 기준으로 볼 때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갈수록 발달해 있었다!

… 그리고 이런 관점을 받아들이면 아주 오래전에 구대륙과 신대륙 간의 교류가 상대적으로 매우 활발했을 것이란 확신을 갖게 된다. 아마도 그런 내용을 담고 있는 기록이 아틀란티스 이야기일 것이다. … 실제로 1만년 이전에 그런 교류가 있었다고 필자는 확신한다. p.300

 

관련 서적이 많지 않은 아메리카의 고대 문명과 아나톨리아의 선사 유적에 대한 부분은 전부터 관심이 있었던지라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아틀란티스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한 독서가 인류 문명의 시작점을 되짚어보는 여행이 됐다. 고대 문명에 대해 우리가 아는 지식은 실제의 극히 일부분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특정 유적이 관광지로 개발할 여지가 있지 않은 경우 그 역사적 가치를 확인할 만큼 깊이 연구되기 힘들다는 점도 한 몫할 것이다. 우리 문명의 기원에 대해 밝혀야할 부분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플라톤의 책들이 대서양 너머를 상상하게 했던 것처럼 『아틀란티스 코드』를 읽으며 인류 문명의 1만년 이전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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