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꿈을 담은 평화의 부처님 - 석굴암이 들려주는 통일 신라 이야기 처음부터 제대로 배우는 한국사 그림책 17
김일옥 지음, 구연산 그림 / 개암나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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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신라 최고의 예술품이야.”

“너무나도 과학적으로 설계되어 있어. 놀라워!”

나는 사람들의 감탄에 어깨가 으쓱했어.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역사를 이어 온 신라 사람들의

뛰어난 예술성과 지혜를 인정받은 거야.

바로 우리 민족의 슬기와 믿음으로 만들어졌기에,

석굴암이 오늘날까지 신비로운 모습을 간직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p.59

 

누가 하는 얘기일까? 석굴암 본존불 뒤 편에 있는 십일면관음보살이 하는 말이다. 세상의 모든 소리를 살펴본다는 관음보살이다. 관음보살은 천 년의 세월 동안 토암산 자락에서 세상의 흥망성쇠를 바라보며 사람들이 간절히 비는 소원을 들어왔다. 누구에겐 어린 아이의 모습으로 또 누구에겐 할머니의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관음보살의 어깨를 으쓱하게 만든 것은 석굴암과 불국사가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는 소식이었다.

 

『천 년의 꿈을 담은 평화의 부처님』은 석굴암의 십일면관음보살이 들려주는 석굴암의 이야기다. 관음보살은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던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이야기를 시작한다. 당시 신라, 백제, 고구려 삼국의 정세와 수나라의 국제관계가 어떠했고 어떤 계기를 통해 신라가 삼국 통일을 이뤘는지를 알려준다. 통일 이후 당과 신라의 전쟁, 발해의 건국 배경을 설명해 준다. 통일 신라는 나라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어떤 일들을 했는지, 그 와중에 민심을 잡기 위해 경덕왕이 불국사를 짓게 된 계기를 알 수 있다.

 

 

삼국유사에 실린 석굴암 건설에 얽힌 전설도 빼놓지 않는다. 김대성이 석굴암 천정돌을 올려놓을 방법을 고민하고 있을 때 부처가 도왔다는 이야기다. 누가 도왔건 그 시대에 이런 과학적이고 아름다운 건축물을 정교하게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사실이 신비로울 따름이다.

 

이야기는 신라의 쇠망과 이후 고려의 건국, 조선시대를 거치며 산속에 잊혀져 있던 석굴암에 대해 말해준다. 석굴암을 볼 때 가장 마음 아픈 일이 일제 시대에 일어난다. 이때 행해진 보수 공사 때문에 석굴암은 자연 환기 기능을 영원히 잃어버렸다. 천 년 전의 과학을 근대의 기술이 따라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책의 문장이 좋았다. 아이에게 조근조근 말을 건네는 듯한 어투, 시처럼 운율이 느껴지는 문장이다. 덕분에 본문의 글을 소리내어 읽어보는 맛이 있는 이야기가 되었다. 책 말미에는 석굴암에 대한 정보가 실려있다. 구조적 특징, 불상의 비례에 숨은 비밀, 통일신라 시대의 문화재들에 대한 설명이 붙어 있어 같은 시대를 일별해 볼 수 있다.

 

이 책은 “유물과 유적 등 우리 역사의 상징물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모은 ‘처음부터 제대로배우는 한국사 그림책 시리즈’ 의 열일곱 번째 책이다. 그림책에서 지식책으로 넘어가는 시기의 초등 저학년 아이들에게 역사를 흥미롭게 접하게 해줄 수 있는 알찬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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