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형 로봇 동생 큰곰자리 49
김리라 지음, 주성희 그림 / 책읽는곰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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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살 레온이는 밀가루에 갖가지 곤충 가루와 설탕을 섞어 만든 영양바를 먹는다. 자연식품은 너무 비싸서 먹을 수가 없다. 그래서 밥이랑 채소랑 고기를 먹는 것이 소원이다. 경제적 불균형과 차별은 교육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학교급식시간에 잘 사는 집 아이들은 자연식을 먹고 돈이 없는 집 아이들은 영양바를 먹는다.

 

레온이가 사는 동네는 공기가 너무 안 좋아 밖에서 노는 아이들은커녕 돌아다니는 아이들도 별로 없다. 실내에서는 공기 정화기를 돌린다. 외출할 때면 대기오염예보로 공기질을 확인하고 공기청정기가 널리 사용되는 지금 모습은 『로봇 형 로봇 동생』의 배경인 미래사회와 닮아있다.

 

제철 과일과 제철 채소라는 말이 무색하게 사계절 과일과 채소가 나지만, 많은 채소가 노지에서 햇빛을 받고 자라는 대신 비닐온실 안에서 자란다. 그래서 연하고 깨끗하고 영양도 적다. 인간에 의해 변형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식품은 비싸다. 인간은 부족한 영양을 보충하기위해 영양제를 먹는다. 책은 영양이 부족한 자연식품이나마 지금 우리가 다 써버린다면 미래의 아이들이 먹을 수 있는 거라곤 맛없는 영양바뿐이라고 말하는 듯 하다.

 

인간은 자원의 불균등 분배와 빈부 격차가 커질수록 사회가 불안정해지고 사회구성원이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또 지구온난화와 환경오염이 계속되면 부자와 빈자뿐만 아니라 어떤 생명도 지구에서 생존할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우리는 빈부의 격차를 줄이고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 미래를 꿈꿀 수 없는 것일까? 아이들이 읽는 책에서 더 나은 미래사회를 이야기하게 하려면 지금 여기에 사는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우리가 알면서도 하지 않는 일들이 미래를 디스토피아로 만든다.

 

책에 나오는 로봇 형의 이름은 영웅이다. 로봇 형 영웅은 인간 동생 레온을 돌보고 일을 해 가정경제도 책임진다. 레온과 엄마와 아빠는 영웅을 가족이라 말하지만 세상은 로봇이라 말한다. 레온은 로봇은 청소기나 세탁기랑은 다르다고 말한다. 로봇도 자신은 청소기나 세탁기랑은 다른 로봇이라고 말할까.

 

 

로봇은 기계적 움직임과 행동을 수행할 수 있는 가시적 외형을 갖는 기계적 인공물을 의미한다고 한다. 로봇이란 말은 본래 체코슬로바키아의 극작가 K. 차페크의 희곡 『R·U·R-로섬의 인조인간』(1920년)에 나오는 주인공 이름이다. 로봇이란 체코어 robota(강제노동), robotik(노동자)의 합성어로 로봇은 인간이 해야 하는 특정한 노동을 대신 수행하도록 만들어졌다.

 

로봇을 인간과 같은 독립적인 주체로 대할 것인지 청소기나 세탁기와 같은 기계로 대할 것인지 결정권은 아직은 인간에게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로봇을 소재로 한 이야기는 대부분 인간과 로봇 사이에 주종의 관계가 설정되어 있고, 인간중심주의 모습을 보여 준다. 이 책의 인상적인 부분이 이 지점이다. 레온의 로봇 형 영웅은 주종관계의 로봇이 아니다. 동생을 살뜰히 보살피고 엄마를 걱정하는 성실한 ‘형’이고 ‘아들’이다. 인간보다 인간애가 넘치는 가족인 영웅을 로봇이라는 이유로 배척한다는 설정은 그대로 지금의 우리에게도 적용해볼 수 있다. 가족 안에서 인정받고 가족 구성원으로서 사랑받는 누군가의 정체성이 일반적이지 않은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책에서 영웅은 자신의 소망을 가지고 있지만 영웅의 소망은 레온의 소원과 로보 헬퍼 컴퍼니의 결정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야기는 인간인 레온 중심적으로 행복하게 마무리된다. 뒤표지에 쓰여 있는 “나는 우리 형보다 사람다운 ‘사람’을 본 적이 없다.”라는 문구에 나오는 ‘사람다운 사람’이 무슨 의미인지 생각해보게 만드는 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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