떴다, 초원 빌라 저학년 책이 좋아 6
이나영 지음, 심윤정 그림 / 개암나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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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떴다, 초원빌라』, 제목을 보고 처음 든 생각은 “아파트 촌에 빌라가 인기를 얻는 내용인가?” 싶었다. 지극히 어른다운 또는 꼰대(?)다운 생각이었다. 표지를 자세히 보자. 아이들 사이에서 3층 빌라가 마치 줄넘기라도 하듯이 옥상의 빨랫줄을 휘날리며 현관문으로 함박 웃음을 짓고 있지 않은가. 빌라가 뜨는 즉 주목을 받는 이야기인 건 맞다. 하지만 보통 생각하는 그런 인기는 아니다.

 

주인공 ‘나’의 가족은 일주일 전에 초원빌라로 이사했다. 푸르른 느낌의 이름과 달리 초원빌라는 쓰러질 듯 오래된 빌라였다. 낡은데다 층간 소음도 심한 집이 실망스러운 나에게 또다른 시련이 찾아오는데, 바로 아랫집 아줌마다. 조금만 움직이면 시끄럽다고 찾아오는 바람에 집에서도 두꺼운 슬리퍼를 신어야 한다. 새로운 집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비가 많이 오던 어느 날 서로 불편하게 지내던 위아래층의 세 아이가 모인다. 같은 학교 친구지만 엄마들끼리 사이가 좋지 않다보니 아이들도 서먹하다. 천둥소리에 놀라 옹기종기 모인 아이들에게 큰 목소리가 들린다.

“나도 더 이상 못 참겠어! 싸우는 소리는 지긋지긋하다고!”

 

초원빌라의 고함이다. 서로 싸우는 거주자들 때문에 속이 상한 초원빌라가 아이들에게 말을 불평을 한다. 그리곤 아이들을 데리고 어디론가 간다. 말 그대로 떠오른다. 초원빌라가 ‘떴다’. 초원빌라는 생각과 마음을 가지고 있는 섬세한 존재였다. 아이들의 상상이건 이야기 속 진실이건 자신의 테두리 안에 사는 사람들이 만날 싸운다면 어떤 존재라도 짜증이 날 법하다. 빌라와의 대화에서 아이들은 자신들이 각각 개별적으로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주택 안에 구성원 중 일부라는 사실을 깨달아간다.

 

 

주인공은 한가로운 시골에 살다가 도시 근교로 이사 온 아이다. 거칠 것 없이 뛰놀던 아이가 물소리도 신경을 써야하는 다세대 주택에 살게 된 것이다. 사사건건 시끄럽다고 트집을 잡는 아랫집 탓에 신경이 곤두선 엄마는 윗집에서 나는 작은 소리에도 예민해진다. 내가 받은 스트레스를 누구에게든 풀려는 심산이다. 우리네 아파트 살이의 메마른 모습을 보여준다. 여럿이 사는 주거공간에서 서로 사이 좋게 사는 방법은 없을까. 주인공과 친구 유선이, 동현이는 낡은 초원빌라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화해의 방법을 배워나간다. 방법은 단순하다. “서로 조금만 양보하고 이해하면” 된다. 이 ‘조금’을 행하기가 그리 힘이 든 것이다.

 

어른들이 서로에게 날을 세우느라 생각하지 못했던 화합을 아이들은 수월히 이룬다. 먼저 말을 걸고 함께 놀며 서로의 말을 귀기울여 들어준다. 아이들의 변화에 어른들이 배운다. 서로가 누군지 알고 이해하려는 마음을 먹으니 위아래층의 시끄러움도 이웃이 살아가는 생기로 들린다. 소음을 삶의 소리로 바꾸는 것은 마음의 변화다. ‘행복한 초원빌라’법은 초원빌라 주민뿐 아니라 도시의 공동주택 주민이라면 누구나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웃과 함께 행복해지기위해선 말이다.

이웃간에 서로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 주세요.

한 달에 한 번 공터에 모여 대화를 나누어 주세요.

즐거운 일과 슬픈 일을 함께 나누고 공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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