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강아지 초롱이 읽기의 즐거움 35
박정안 지음, 이민혜 그림 / 개암나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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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강아지가 자신의 기일에 제삿밥을 먹으러 온다니. 애완동물을 키우지 않는 나에겐 으스스한 호러로 느껴지지만 동물을 또 하나의 가족으로 여기는 사람들에겐 다른 느낌이 들 것이다. 조상을 기리는 제사를 챙기는 집도 드물어지는 때에 강아지 제사를 소재로 다룬 책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용재네에서 사랑을 받던 강아지 초롱이는 몸이 약했던 탓에 일찍 세상을 떠났다. 1년 후 기일이 되어 제사를 지내준다고 했던 약속을 잊지 않고 용재네 집을 찾아간다. 일찍 도착한 집에서 생각지 못했던 사람 아니 귀신을 만난다. 바로 용재의 할아버지 귀신이다. 할아버지의 음력 제삿날이 초롱이의 기일과 겹친 것. 할아버지는 자신도 용재의 가족이라고 우기는 강아지 초롱이를 무시한다. 강아지가 무슨 가족이냐며. 할아버지도 초롱이도 용재 가족이 자신들을 기억하고 제삿밥을 차려줄 것이라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었지만 용재 부모님은 승진 축하 손님맞이에만 정신을 쏟는다.

제사라는 의례가 언제부터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희미해졌는지 모르겠다. 어릴 적엔 거의 모든 친구들 집에서 제사를 지낸다는 말을 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주변에 제사를 과거와 같은 형태로 지내는 집은 찾아보기 힘들다. 아니 제사라는 격식을 차리는 집도 드문 형편이다. 제사의 의미가 뭘까. 이 책에서와 같은 의미라면 조상 귀신에게 밥을 차려 올리면서 그 분들에 대한 생각을 한 번 쯤 해보는 것 아닐까.

 

용재 할아버지는 후손에게 제삿상을 못 받는 친구들까지 대동하고 자신의 아들집을 찾았었다. 첫 번째 기일인데, 이제 일 년이 지났을 뿐인데 하며. 하지만 할아버지가 생각하는 추모의 방식과 자녀들이 생각하는 추모의 방식은 달랐다. 지금 시대를 그대로 보여주는 설정이다. 직장 일에 많은 시간을 빼앗기는 시대에 누구 한 사람의 희생을 강요하는 전통을 계속할 수도 없는 일이다.

 

조상을 모시는 과거의 방법을 믿는 할아버지가 자식들에게 서운하다해서 그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할아버지는 자식을 해코지하려는 악귀를 온 몸을 던져 막아낸다. 그 과정에 힘을 보탠 강아지 초롱이를 가족의 일원으로 인정한다.

 

“그래, 너도 나도 모두 가족인 거야. 피를 나눠야만 가족인가? 함께 살면서 서로 걱정하고 도와주고 마음을 나누면 가족이지.”

 p.98

 

「귀신 강아지 초롱이」는 사회변화에 따른 전통예절의 변화를 보여준다. 방법이 변했을 뿐 조상을 생각하는 마음이 그대로라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형식이 바뀌면서 생각도 희미해진 듯 하다.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며 귀찮은 허례로서의 전통이 아니라 나의 뿌리로서 조상을 기리는 방법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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