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하는 이순신 큰곰자리 48
김온 지음, 이수영 그림 / 책읽는곰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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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라를 지키는 칼이나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칼이나 뭐가 다르냐?” p.62

 

나라를 지킨 이순신이 요리도 잘 한다면? 책「요리하는 이순신」이 쓰게 된 아이디어 아닐까? 따로 작가의 말이 붙어 있지 않아 확인할 수는 없지만 책을 읽으면서 가장 처음 든 생각이다. 임진왜란이라는 난국에 이순신이 필요했다면 주인공 소년 이순신은 어떤 어려움을 해결하게 될까.

 

5학년 이순신 어린이는 진짜 이순신 장군의 후손이다. 덕수 이씨 25대손이라고 할머니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이름도 똑같이 지었다니 언감생심 이런 손자가 부엌일을 하게 둘리 만무하다. 그런데 우리의 주인공 이순신은 요리에 대단히 관심이 많다. 아침을 못 먹고 학교에 오는 단짝 친구들을 위해 매일 간식 도시락을 준비할 정도다.

 

순신이의 요리 솜씨는 대단했다. 냉장고를 한 번 열어보는 것만으로 남은 식재료로 무슨 음식을 만들지 척척 생각해내니 말이다. 친구들의 식성과 상황을 고려한 요리를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재료의 배합과 색의 조화까지 신경쓴다. 채소를 싫어하는 친구를 위한 요리, 한약을 먹고 있는 친구를 위한 요리. 같은 색깔이 섞이지 않도록 재료를 대체하는 재치. 그야말로 요리사급의 정성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할머니다. 순신이의 할머니는 귀한 손자가 요리하는 걸 무조건 반대한다. 부엌에 얼씬거리는 것만 봐도 역정을 내실 정도니 요리하고 싶은 순신에겐 이보다 큰 장애가 없다. 순신은 할머니가 아기를 낳은 고모댁에 가느라 집을 비운 사이 요리대회에 나갈 준비를 한다.

 

할머니 말고도 순신에게 닥친 역경이 또 있으니 이유없이 순신을 괴롭히는 같은 반 성룡이다. 순신은 누구와도 싸우고 싶지 않고 큰소리 나는 일이 생기는 것도 싫다. 하지만 매번 자신에게 딴지를 거는 성룡땜에 학교 생활이 괴롭다.

 

사고로 아빠를 잃었지만 구김없이 자란 순신이 대견하다. 요리를 잘했던 아빠를 따라 요리에 관심이 많고 어린 동생도 잘 보듬는다. 바쁜 엄마를 잘 돕고 이해하는 건 당연하다. 이렇게 순한 아이가 꿈을 막는 할머니와 괴롭히는 친구 때문에 힘들어하는 상황이 안타깝기만 하다.

 

그런데도 유독 자신을 걸고넘어지는 성룡이가 원망스러웠다. 아니, 정확히 어제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라면과 콩나물 봉지를 들고 서둘러 뛰어가던 모습이 자꾸 떠올라 화도 나지 않았다. pp.76-77

 

순신이는 그 누구와도 부딪히기 싫었다. 타고난 성격 탓도 있지만, 그 사건이 있을 뒤로는 더더욱 그랬다. p.92

 

순신은 자신의 특기인 요리를 통해 어려움을 극복한다. 심술궂던 친구의 마음을 녹이고 남자답지 못한 일을 한다며 꾸지람하던 할머니도 설득한다. 순신은 어떤 마법의 요리 기술을 발휘한 걸까? 섬세하게 재료를 고르고 재료간의 조화를 생각할 줄 아는 순신은 가족과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도 다르지 않다. 그 따뜻한 마음이 어려움을 뚫고 갈 수 있는 동력이 된다.

 

큰소리가 나거나 심각한 분위기를 순신이는 유독 견디기 힘들었다. 가슴이 빠르게 뛰고 숨쉬는 것조차 힘들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지금도 순신이는 아무런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기를 바랐다. 그날 저녁 온 가족이 맛있게 배를 두드리던 장면에서 필름이 멈추길 바랐듯, 이번에도 부디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지나가길 바랐다. pp.94-95

 

그동안 오랜 시간을 이렇게 혼자 지냈을 것을 생각하니 가슴 한켠이 아파 왔다. p.130

 

어쩌면 성룡이는 혼자 사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이 뭉클해졌다. 무섭고 어렵기만 했던 성룡이가 어느새 순신이 마음속에 성큼 들어와 있었다. pp.112-113

 

요리대회에 나간 장면에서는 함께 긴장하고, 아빠 제사를 지내지 못할 뻔한 상황을 해결한 순신이 할머니와 통화할 때는 감동했다. 이순신 장군이 칼을 들고 나라를 지킨 것처럼 순신은 부엌칼을 들고 가족의 건강과 자신의 미래를 지키기로 마음먹는다. 요리가 남자답지 못하다는 편견은 이제 유통기간이 지났다. 순신의 창의적인 요리의 맛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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