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만들기 방해 작전 읽기의 즐거움 33
염연화 지음, 정소영 그림 / 개암나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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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 잘 먹고 젖 흥하게 점지해서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고 긴 명을 서리담고 짧은 명은 이어 대서 수명 장소하게 점지하고, 장마 때 물 붇듯이 초생달에 달 붇듯이 아무 탈 없이 무럭무럭 자라게 해 주십시오. pp.37-38

 

아이 생일상에 읽는 축문이란다. 염연화 작가의「동생만들기 방해작전」을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된 내용이다. 아이의 생일에 삼신할머니들을 위한 미역국 상을 차리고 아이의 무탈함을 기도하는 축문을 읽는 일, 지금은 잊혀진 전통이 아닌가 싶다. 옛날 할머니들이 장독대에 정화수 떠놓고 빌던 것과 같은 맥락의 행동일 것이다.

 

아이들에게 지극정성인 태윤이네는 화목한 다둥이 가족이다. 이름하여 ‘존엄브라더스’라고 불리는 4형제다. 고등학생 큰형, 초등학생이 둘, 유치원생까지 아이들이 올망졸망하다. 이런 태윤이네 부모님이 중대발표라며 태윤이가 펄쩍 뛸 말씀을 하신다.

 

“그러니까…… 엄마 아빠가 막내를 갖기로 결정을 내렸다.“ p.28

 

동생 둘을 건사하기도 벅찬 태윤이에게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같은 소식이다. 엄마가 막내를 낳으면 동생들은 오로지 자신의 몫이 될터,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할 중대 사건인 것이다.

우연히 삼신할머니들을 만나게 된 태윤이는 엄마에게 아기를 주지 말라고 조른다. 할머니들은 태윤이를 힘든 상황을 이해해 주는 한편 형제들이 힘이 될 수 있다고 말해준다.

 

“형한테 치이고, 동생들 챙기느라 힘든 줄 우리도 잘 알제. 그래도 그렇게 복닥복닥 부대끼며 크다 보면 나중에는 서로 의지가 되고 힘도 되는 것이여.” p.72

 

삼신할머니들이 사는 장소에 대한 묘사와 아기꽃봉오리에 대한 묘사가 흥미롭다. 아이들이 삼신할머니 전설을 가까이 느낄 수 있는 상상력 넘치는 장면이다.

그때 어디에선가 꽃향기가 났다. 안개를 헤치자 공중에 둥둥 떠 있는 꽃봉오리들이 보였다. 줄기도, 잎도 없이 꽃받침 아래 기다란 끈만 매달려 있었다. p.39

 

절로 어릴 적 생각이 떠오르는 이야기다. 동생이 많은 집 아이는 외동이를 부러워하고 외동이들은 언니, 오빠 또는 동생이 있는 집을 부러워했다. 요즘에는 아이가 많아야 둘 셋이지 네자녀가 있는 집은 드물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 아이들이 많은 집은 눈길을 받곤 한다. 한 편으론 다복해서 좋겠다 싶고 한 편으론 고되겠다는 생각에 아이들의 부모 얼굴을 한 번 더 돌아보게 된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아이들이 많은 부모들의 얼굴은 평안하다. 힘듦이 있는 만큼 그 보다 큰 행복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들이다.

 

“더 이상의 동생은 안 돼”를 외쳤던 태윤이지만 삼신할머니들을 만나는 놀라운 경험을 한 뒤 마음이 바뀐다. 자신의 동생이 튼튼하길 바란다. 태윤는 바란대로 예쁜 동생을 볼 수 있을까.

 

책은 다둥이 가족이 아웅다웅하며 지내는 순간들을 잘 담아냈다. 티격태격하다가도 뭉쳐야할 순간에는 서로의 편을 들며 힘을 발휘한다. 막내 동생을 둘러싼 여러 일들을 겪으며 태윤이는 부쩍 성장한다. 귀찮기만 했던 동생들을 보살피고 막내를 낳고 싶어 했던 엄마의 마음도 알아준다.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따뜻한 가정에서 가족들의 사랑을 느끼는 일이 어울림의 기본을 알게 되는 첫 단추다. 아이들이 가족의 따뜻함과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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