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사자 와니니 2 - 검은 땅의 주인 창비아동문고 305
이현 지음, 오윤화 그림 / 창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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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사는 일은 초원의 뜻이라고들 하지, 맞아, 그렇지만 어떻게 살지, 어떻게 죽을지 선택하는 건 우리 자신이야. 그게 진짜 초원의 왕이야. p.89

 

「푸른 사자 와니니 2」에는 ‘검은 땅의 주인’이라는 소제목이 달려있다. 「푸른 사자 와니니」를 읽어보지 못했지만 푸른 사자라는 제목도 마음에 들뿐 아니라 아프리카 초원의 이야기라 더 마음이 끌렸다. 「별똥별 아줌마가 들려주는 아프리카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자연의 변화에 따라 살아가는 세렝게티 동물의 모습에서 삶의 근본을 보게 되는 기분이 들곤 한다. 주변 환경에 적응하고 천적을 피하며 동료들과 협력 또는 경쟁하면서 생계를 잇고 자손을 낳는 동물의 삶이 인간사와 그리 다르지 않다. 다만 인간은 자신들이 모든 존재 위에 서있다는 오만함에 가득차서 자신까지 위험에 빠뜨린다는 점이 다를까.

 

모든 목숨은 초원에서 생겨나 초원으로 돌아간다. 한 목숨은 다른 목숨을 살리고 기른다. 그것이 초원의 법이다. pp.189-190

 

무리에서 쫓겨 난 사자들이 있다. 암컷 와니니, 말라이카와 수사자 잠보. 보통 사자는 여러마리 암사자들이 무리를 짓고 한 마리의 수사자가 끼어 있다. 새끼가 자라면 수사자는 무리를 떠나고 암사자들은 어미무리의 일원이 된다. 와니니 무리는 본래의 무리에서 말썽에 휘말려 떨려나온 참이다. 미처 다 자라지 않은 이들에겐 자신의 영역이 없다. 굶주리고 공격받기 십상이다. 하루 빨리 자신들만의 영역을 만들어야 한다.

 

그 어떤 동물도 가볍게 목숨을 내놓지 않는 초원에서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어디로 가야 할까?’라는 질문만 되풀이 된다. 게다가 때는 온 생명이 시험대에 오르는 혹독한 건기이다.

 

비가 오지 않는 계절을 가장 혹독하게 나는 것은 코끼리와 사자다. 초원에서 그 이름이 높을수록 대가를 크게 치른다. 제 몸집만큼 먹고 마셔야 하는 코끼리는 그만한 고통을 겪어야 하고, 가장 몸집이 큰 사냥꾼인 사자도 마찬가지다. 비가 오지 않는 계절을 보내는 동안 한 살이 안 되는 사자 열에 아홉이 목숨을 잃는다. p.98

 

와니니는 위태로운 자신의 처지에도 무리를 잃은 또 다른 어린 암컷 사자 마이샤를 받아준다. 또 자신을 엄마 무리에서 내쳐지게 만든 적의 아들 바라바라도 감싼다. 약자를 포용하는 마음에서 무리를 이끌 우두머리의 자질이 드러난다.

 

“사냥은 원래 그런 거야. 실수는 크고 행운은 작아. 실패하는 날이 더 많이 이제부터 배우면 돼. 그보다, 너 미안하다는 말 좀 그만해. 너도 이제 와니니 무리야.” p.186

 

건기의 초원을 떠돌며 무리가 마음놓고 사냥할 수 있는 땅을 찾는 모험 속에 초원의 동물들과 얽히는 이야기, 인간과의 조우가 펼쳐진다. 해탈한 신선같은 언행의 코끼리, 사자와 타조가 함께 한 사상 초유의 타조 짝짓기 춤은 작가의 상상력에 박수를 치게 만든다. 책을 쓰기 위해 직접 세렝게티를 다녀왔다는 작가의 노력이 만든 장면들이다. 동물들의 습성이나 생김새를 캐릭터의 성격에 잘 버무려 넣어 마치 동물 다큐멘터리 한 장면이 책 속으로 들어온 것 같았다.

 

세렝게티의 동물들이 사람을 이르는 말은 ‘걷는 자들’이다. 그들은 불을 만들 줄 알 만큼 영리하지만 동물을 사냥하기 위해 물에 독을 타고 범죄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초원에 기름을 뿌리고 불을 지른다. 천둥소리를 내는 막대기로 저보다 몸집이 큰 동물을 죽인다. 걷는 자들의 일원으로 허구의 이야기만이 아닌 사실에 안쓰러울 뿐이다.

 

간간히 끼어드는 삽화들이 동물들의 생기있는 모습을 묘사하고 이야기를 풍성하게 해주는 책이었다. 여름 막바지에 매력적인 동물들과 세렝게티의 건기와 우기를 한꺼번에 통과하는 기분 좋은 독서 시간을 보냈다.

 

 

책을 읽기에 전에 가장 궁금했던 점은 왜 ‘푸른 사자’일까였다. 와니니의 털에는 푸른 기가 도는 걸까? 아니면 황토빛 건기를 지나 푸르른 우기에 태어났기 때문일까, 그도 아니면 무리의 창창한 미래를 짊어질 사자여서 ‘푸르’다고 불러주고 싶었을까. 하지만 2권인 이 책에 답은 없었다. 앞서 출판된 「푸른 사자 와니니」를 읽어야 궁금증을 풀 수 있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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