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톰의 정원에서
필리파 피어스 지음, 에디트 그림, 김경희 옮김 / 길벗어린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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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은 화가 났다. 동생이 홍역에 걸리는 바람에 방학을 같이 보내지 못하고 이모네 집에 가게 됐기 때문이다. 답답한 연립주택에서 몇 주를 갖혀 지내야 하다니. 이번 여름방학은 망한 거나 다름없다. 이모네 집 현관에서 마주친 건 커다란 괘종시계. 톰의 키 두 배쯤 되는 시계다. 이모부는 그 시계가 제때 울리는 법이 없다며 투덜댄다.

하루 종일 ‘먹고 심심해하고 먹고 심심해하‘는 일을 반복하니 밤에 잠이 오질 않는다. 한 참을 뒤척이던 중 괘종시계 울리는 소리를 듣는다. 하나, 둘, 셋... 무심코 시계 소리를 세던 톰은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난다. 열셋? 괘종시계를 확인하러 갔던 톰은 뒷문 밖에서 낮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정원을 발견한다. 엄청나게 넓은 정원이다. 보물을 발견한 듯한 기분이든 톰은 다음 날 낮 뒷문을 열어보고 다시 한 번 놀란다. 그곳엔 협소한 뒷마당이 있을 뿐이다.

 

 

어딘가 혼자만 아는 비밀 통로를 지나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이야기는 어린 시절이나 지금이나 매력적이다. 한밤중 괘종시계가 열세 번 울릴 때 톰은 뒷문을 열고 자기만의 정원으로 나선다. 신기한 건 정원에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못 본다는 것이다. 딱 한 사람만 빼고. 작은 소녀 해티. 가족과 떨어져 외로웠던 톰은 해티와 친구가 되어 재밌는 시간을 보낸다.

 

 

톰은 밤에만 갈 수 있는 정원의 비밀을 풀어보려 한다. 궁리 끝에 얻은 결론은 정원의 세계는 지나간 시간 속이며 그 안의 인물들은 과거에 죽은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해티는 자신이 죽은 인물이 아니며 오히려 톰이 유령이 아니냐고 반박한다. 정원에 갈 때마다 톰에게 보이는 해티의 모습은 변한다. 어느 날은 아이의 모습이었다가 어느 날은 톰의 또래로 바뀐다. 톰이 집으로 돌아갈 날이 가까워 올 무렵엔 거의 성인이 된 해티를 만나게 된다. 정원 안의 세계에 애착을 갖게 된 톰은 해티가 죽은 세계 속의 사람이 아니라는 증거를 찾아낸다. 그리고 해티의 세계에서 살려고 한다. 톰의 계획은 성공할까. 톰은 해티와 톰의 세계에서 만날 수 있을까.

 

 

이 책은 카네기 상 수상작인 필리파 피어스「한밤중 톰의 정원에서」를 원작으로 한 그래픽 노블이다. 소설의 내용을 압축해 그림으로 표현할 경우 원작의 내용이 얼마나 농밀하게 담길 수 있을까가 궁금했었다. 비록 원작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그림책 자체로 가치가 충분하다고 느껴졌다. 문을 열고 나가면 만나게 되는 신기한 세계에 대한 톰의 감정이나 큰어머니댁에 얹혀살면서 느끼는 해티의 외로움 등이 훌륭히 묘사되어 있었다.

톰이 뒷문을 열고 정원에 들어갔을 때 느낌처럼 책 표지를 열자마자 톰의 세계에 빠져들게 됐다. 주인공이 미지의 세계에서 돌아올 때 느끼는 아쉬움이 책장을 덮으면서 똑같이 느껴졌다. 이런 상상속의 여행은 동심을 간직했을 때 더욱 강렬하게 와닿기 마련이다. 아이들의 마음 속에 펼쳐졌던 이런 가슴뛰는 여행의 기억은 성인이 된 뒤에도 무의식 한 구석에 남는다 이런 기억들이 쌓여 한 사람의 내면을 풍요롭게 한다.「나니아 연대기」가 내게 그러했던 것처럼. 나니아의 세계에서는 옷장 속 겨울 옷들의 촉감을 느끼다보면 어느 새 차가운 눈송이가 손에 닿는다. 그리고 모험이 시작된다.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를 읽은 아이들에겐 괘종시계 울리는 소리가 여행의 시작을 알려줄 것이다.(괘종시계가 희귀한 게 아쉽다.)

 

 

책을 보면서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다. 해티의 세계에서 정원사로 일하던 아저씨와 톰의 이모부의 관계다. 둘의 모습은 정말 많이 닮았다. 작가가 별 생각없이 둘을 같은 모습으로 그리진 않았을 것이다. 헌데 그림책 내용 중엔 힌트가 없다. 원작 도서를 찾아서 읽어보는 수 밖에. 톰의 정원으로 가는 또 한번의 여행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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