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방문을 열기 전에 - 10대의 마음을 여는 부모의 대화법
이임숙 지음 / 창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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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숲아동청소년상담센터 이임숙 소장의 신작 10대 자녀를 둔 부모를 위한 책「아이의 방문을 열기 전에」가 나왔다. 「엄마의 말 공부」「엄마가 되기 전에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 등의 전작으로 익히 알려진 저자다. 부모가 된다는 일, 특히 아이의 엄마가 된다는 일의 무거움을 부드러운 문장으로 잘 풀어낸 바 있다.

 


이번 책은 생각만 해도 걱정부터 앞서는 10대를 대하는 부모에게 주고 싶은 말들을 담았다. 중2병이란 명칭에서도 느껴지다시피 10대의 증상들은 ‘병’이라 지칭될 만큼 특별하다. 부모 자신들도 거쳐 왔지만 자신들의 시절에는 저 정도는 아니었던 것만 같고 내 자녀의 경우는 유별함이 더 심한 것같이 느껴진다. 게다가 그 까다로운 10대를 통과하고 있는 자녀가 첫 자녀이거나 외동인 경우에는 부모의 황망함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자녀가 많지 않은 요즘엔 손위 자녀를 통해 쌓이는 경험치가 없는데다 주변 아이의 사례도 귀하다. 그러다 보니 이른바 중2병 증상을 보이는 자녀 앞에서 부모는 당황하기 쉽다.

 


이임숙 소장의 「아이의 방문을 열기 전에」는 초등학교 고학년 자녀를 둔 부모부터 예습 차원에서 미리 읽어두면 좋을 책이다. 내 자녀의 미래를 예측한다기 보다는 ‘질풍노도’의 청소년기 전반을 훑는다는 차원에서 말이다. 아이를 사랑하고 믿는 마음이 아이의 사춘기를 순조롭게 넘길 수 있다는 원칙은 변함없다. 부모의 청소년기가 담긴 시대와 요즘 청소년들이 통과하는 시대가 다르기 때문에 이전 세대의 경험만으로 요즘 아이의 상황을 판단하기는 힘들다. 책은 10대라는 시기만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 특별한 한 때의 별난 점들과 그 이유, 달라진 아이를 대하는 방법을 구체적인 사례들과 함께 보여준다.

 


4부로 구성된 책의 1부는 우선 상담센터를 찾은 여러 청소년 사례를 제시해 준다. 청소년기가 어떨 수 있는가를 마치 전시회 보여주듯 펼친다. 이렇게 다양한 경우가 있구나 싶다. 소제목만 훑어도 느껴진다.

 


 
아이가 이럴 줄 몰랐어요

중2병 증상이 심한 시진이

너무 멀리 가 버린 듯 한 아이들

엄마 아빠에게 상처받고 있는 아이들

 

가장 인상적이었던 사례다. 이럴 때 부모는 무슨 마음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제가 가끔 마음이 정리가 되면 학교 안가고 있는 거 진짜 안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래서 마음잡고 조금씩 공부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엄마 아빠 있는 자리에서 “공부 해 보고 싶어요” 이랬더니 “너 또 한다고 했다가 그만둘 거잖아. 전에도 학원 간다고 하다가 이틀 가고 안 갔잖아.” 그러는 거예요. 이 말 듣고 내가 너무 화가 나서 “알았어. 그만두면 되잖아.” 이랬더니 “이것 봐. 네가 그렇지.” 이래요. 미친거 아니예요, 진짜?(18세 학교 밖 청소년)  pp.50-51

 

 

2부에서는 청소년기의 심리에 대해 부모가 알아야할 부분에 대해 서술한다. 청소년의 뇌는 아직 발달중이다. 어른만큼 몸이 자랐다고 해서 뇌도 똑같이 자라는 건 아니란 거다. 이성적 판단을 하는 전두엽은 천천히 발달하는 반면 정서와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와 변연계는 발달이 빠르다. 그 결과 ‘흥분과 쾌락을 추가하고 마음과 행동을 조절하기 어려운’ 뇌 상태가 된다. 청소년은 보상과 타인의 관심에 민감하며 자기만의 특별함에 빠지기도 한다. 아이의 성격을 잘 판단해 필요한 도움(부모가 주고 샆은 도움이 아닌)을 주라고 저자는 말한다. 아이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징후가 목록으로 정리돼 있어 참고할 만하다.

 


3부는 양육자로서의 부모에서 상담자로의 부모로 변해야하는 과정을 다룬다. 초등학교때까지의 아이는 돌봄을 주로하는 양육이 필요하지만 청소년기에 들어서면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상담자가 필요해진다고 한다. 저자는 다섯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단계적으로 밟아갈 수도 있고 통합적으로 알아도 좋을 대화법이다. 특별한 문제 상황이 아니더라도 청소년 자녀와 바람직한 대화에 한두 가지씩 응용해 볼 만한 팁이다. 우선 대화가 가능한 때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실행할 다음 단계는 아래와 같다.

 

 

 

 

1단계 멈추기

2단계 함께 웃기

3단계 믿어 주기, 인정하기, 감사하기

4단계 아이의 긍정적 의도 알아주기

5단계 인지적 재미 키워 주기
 

 

4부에서는 상담을 통해 달라진 아이들의 사례를 제시한다. 저자가 제시한 5단계 대화법을 실제 상황에서 여떻게 적용할지 보여주는 부분이다.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가요?

청소년이면 이제 다 컸는데 알아서 해야 하는 것 아니예요?

과연 이렇다고 효과가 있을까요? p.239

 

 

 

책을 읽으면서 부모됨의 고난에 절로 한숨이 나왔다. 결혼했으면 아이를 낳고 부모가 되는 것이 순리라는 말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출산율이 떨어지는 일은 이런 깨달음들이 쌓여 나타나는 현상이 아닐까 싶다. 아이를 낳았다고 자연스럽게 성숙한 부모가 되지는 않는다. 알고 선택했든 모르고 되었든 간에 자녀를 두고 부모가 되었다면 자녀를 위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할 일이다. ‘왜 이렇게 힘들게 자녀에게 힘을 써야 하는가?’라는 물음이 떠오르지만 달리 답이 없는 것 같다. ‘부모니까’라는 말밖에는.

 


10대라는 존재가 사고하는 구조를 종합적으로 알게 된 것은 이 책을 읽은 성과다. 반면 대부분의 문제 상황을 헤쳐나가야 하는 사람으로 엄마만 지목된 것은 아쉽다. 책의 타이틀은 ‘10대를 마음을 여는 부모의 대화법’임에도 아이와의 대화는 엄마만 주로 하는 모양이다. 아니면 아빠와의 대화는 아이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거나. 그도 아니면 아빠의 존재는 10대 자녀에게 의미가 없는 걸까. 10대 자녀앞에서는 함께 낳고 함께 키운다는 말이 무색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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