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마더
에이미 몰로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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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마더」는 뉴욕 브루클린에서 온라인 모임을 통해 만난 엄마들이 아기를 다른 보호자에게 맡기고 잠시 외출했던 밤, 한 엄마의 아기가 사라지고 나서 정치인과 경찰, 방송, 사람들이 사건을 대하는 태도와 아기를 찾으며 엄마들이 겪게 되는 일을 그렸다. 1인칭 시점과 3인칭 시점을 오가며 진행되는 이야기에서 인물들 중 누가 1인칭 화자인 ‘나’인지를 찾는 재미가 있다.

 

「퍼펙트 마더」에는 모성이라는 이름으로 사회가 엄마가 된 여성에게 요구하는 통념과 아기를 처음 키우는 여성이 직면하는 현실이 산재되어있다.

1인칭 시점에서 ‘나’는 콜레트를 보면서 ‘완벽한 모습’이라 생각한다.

그녀는 찰리로 추정되는 남자와 함께 있었다. 요즘 잘나가는 작가인 찰리 말이다. 포피는 찰리의 가슴에 안겨있었다. 그는 콜레트와 손을 잡고서 이야기하며 웃어댔고, 아이스커피 한 잔을 서로 번갈아 마셨다. 콜레트의 품에는 시장에서 산 한아름의 꽃다발이 보였다. 그들은 하나도 힘들이지 않고 완벽한 모습을 만들어낸다.(p.357)

‘나’의 시선에 들어온 콜레트의 모습이 아마도 미국 뉴욕 브루클린 사회가 아기를 낳은 여성에게 요구하고 보고 싶어 하는 엄마의 모습, ‘퍼펙트 마더’의 모습이 아닐까? 미국이 합리적이고 민주적이며 평등한 나라라고 자랑하는 것과 달리 실상은 ‘핀란드, 17주 유급 휴가. 오스트레일리아, 18주. 일본, 14주. 미국, 출산휴가 없음.’(p.52)이라는 비합리적인 출산휴가 정책을 펴는 나라인 것처럼 콜레트가 마주한 현실도 ‘하나도 힘들이지 않고 만들어낸 완벽한 모습’과는 다르다.

아기에게 소홀한 자신의 모습에 죄책감을 느꼈다고, 일과 육아 모두 다 잘하려고 정말 힘들게 일했다고도 말하고 싶었다. 찰리를 깨운 다음, 포피의 진료 예약일까지 석 달을 참았다가 그때부터 걱정할 수는 없다고 말하고 싶었다. 이미 자신은 한계치까지 겁에 질려 있었다.

하지만 너무 걱정스러웠다. 말하기 시작하면 그만 엉엉 울어버려 멈출 수 없을 것 같았다. 슬픔과 공포가 걷잡을 수 없이 밀려오겠지. 얼마나 감당이 안 될까. 이제껏 쌓아왔다고 믿은 게 다 빠져나가고 있다니 얼마나 아득할까.(p.408)

「퍼펙트 마더」에는 아기를 키우는 여성들에게 보내는 조언 중에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우리 아기 엄마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는 엄마이면서 또 아내이기도 하다는 사실이죠.(p.359)

아기를 낳은 여성은 엄마, 아내이기만 한 것일까? 엄마, 아내라는 정의보다 ‘그저 사람’이라고 말하는 다음 문장이 더 설득력 있게 읽힌다.

개인적으로, 나는 맘이라는 용어를 좋아했던 적이 한 번도 없다. 그건 너무 정치적이고 안 좋은 단어다. 우리는 맘이 아니었다. 우리는 엄마였다. 그저 사람일 뿐인데, ......(p.19)

「퍼펙트 마더」를 읽고 나서 ‘맘’이라는 용어가 어떻게 정치적이고 누구에게 왜 안 좋은 단어인지 ‘개인적인’ 이야기를 좀 더 듣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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