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 애플의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는 조용한 천재
린더 카니 지음, 안진환 옮김 / 다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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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만든 전쟁 영화를 즐긴 기분이다. 사방의 국지전을 잠재우면서 주력을 어떻게 움직여나갈지 잘 아는 장수 이야기다. 장수는 그 혼란의 도가니 속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린더 카니의 책「팀 쿡」이야기다.

 

두툼한 책을 읽으면서 잡스 이후 애플과 지구 최고 가치를 지닌 기업의 현재를 둘러 볼 수 있었다. 팀 쿡은 잡스의 그늘이 희미해진 가운데 애플에 신뢰할 수 있는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부여했다. 잡스의 죽음이 발표됐을 때가 생각난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애플은 이제 어떻게 될까, 창의성의 동력은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을 가졌을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애플의 후계 문제가 명확하지 않다고 여기고 있을 때 내부에서는 이미 팀 쿡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팀 쿡은 잡스가 만든 애플, 높이 치솟았지만 부실덩어리인 기업에 살을 붙여 오늘날의 애플을 만들었다.

 

팀 쿡의 애플은 잡스의 애플과 달랐다. 잡스의 애플이 호기심과 엉뚱함이 폭발하는 청소년기라면 팀 쿡의 애플은 사회적 윤리의식과 책임의식을 갖춘 성년이다. 책에서는 여섯 가지 경영 가치를 중심으로 애플을 지휘하는 쿡을 소개한다. 애플의 웹사이트에도 게재되어 쿡의 애플 경영의 기초가 된 가치들이다. 접근가능성, 교육, 환경, 포용성과 다양성, 프라이버시와 안전, 공급자 책임이 그것이다.

 

⦁ 접근가능성: 애플은 접근가능성이 인간의 기본권이며, 모든 사람이 기술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 교육: 애플은 교육이 인간의 기본권이며, 모든 사람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 환경: 애플은 환경에 대한의무감을 바탕으로 제품의 설계와 제조에 임하다.

⦁ 포용성과 다양성: 애플은 각기 다른 다양한 팀이 존재해야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

⦁ 프라이버시와 안전: 애플은 프라이버시가 인간의 기본권이라고 믿는다. 애플의 모든 제품은 처음부터 사람들의 프라이버시와 안전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설계된다.

⦁ 공급자 책임: 애플은 공급 사슬에 속한 사람들을 교육한 후 그들에게 권한을 부여하며 귀중한 환경 자원을 보전하도록 돕는다. (pp.11-12)

 

 

얼핏 보면 기업이라는 거대 생명체을 운영하면서 그 사회적 파급을 생각한다면 응당 생각해야할 가치들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런 미덕을 실현하려는 윤리의식을 갖춘 경영자와 기업은 매우 드물다고 생각한다. 쿡은 이런 가치들을 대외 홍보용이 아닌 현실로 만들고 있다. 책에서는 환경을 생각하는 그린 정책을 어떻게 현실화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용자의 프라이버시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어떤 상황까지 감수하고 있는지를 자세히 소개한다.

 

혼돈에 빠진 회사를 살리는데 결정적 기여를 한 아웃소싱은 환경과 공급자 책임에 문제를 일으켰다. 환경 오염 물질 배출과 노동자 처우에 대한 의혹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또 범죄와 관련된 아이폰의 보안과 관련해 애플은 고객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쪽을 선택한다. 정부의 요구와 소송 협박도 불사하면서 말이다.

 

검정 바탕에 흑백톤으로 인쇄된 책을 처음 손에 들었을 때 “애플의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는 조용한 천재”라는 소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잡스 이후의 애플을 이끄는 사람을 영웅화하려는 책인가 싶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 특히 대기업은 부도덕함을 피하기 어렵다는 개념을 가진 터라 세계 최고 가치 기업의 수장을 다룬 책이 고운 시선으로 보이지 않았던 게다. 우려와 달리 책의 내용대로라면 애플은 달랐다. 미래를 내다보며 기술을 사들이고 제품을 개발하는데 천재성을 보였던 잡스의 또 다른 안목을 알게 되었다. 바로 사람보는 눈이다. 잡스는 자신에게 부족한 경영측면을 완벽하게 보완할 사람을 찾아 애플의 미래를 맡겼다. 팀 쿡은 자신의 특기인 운영의 기술을 애플을 재건하는데 탁월하게 발휘했다. 또한 단지 돈을 끌어들이는 괴물로서의 기업이 아닌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으로서의 애플을 만들어가고 있다.

 

린더 카니의 이 책을 읽는 동안 사용자 친화적인 IT 제품의 역사를 구석기시대부터 훑어 본 기분이 들었다. 맥이 지나온 길을 아는 이라면 곳곳에 등장하는 애플Ⅱ, 파워맥, 뉴턴 같은 용어에 미소짓게 될 것이다. 애플이 미덕만을 갖춘 기업은 아니다. 그들의 사악할 지경에 이른 고가정책이나 근본적인 해결책이라 볼 수 없는 노동환경 정책은 비판의 소지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미래를 기대해 보게 됐다. 그들이 수장 팀 쿡이 지향하고 있는 바가 올바르며, 지금까지 보여준 옳은 방향으로의 추진력 때문이다. 책을 다 읽고 아쉬웠던 것은 쿡의 창의성을 확인하기 못한 점이다. 쿡이 잡스의 영향력 없이 개발한 제품인 애플워치만으로는 신제품 개발에 대한 그의 안목을 확신하기에는 부족하게 느껴졌다. 잡스의 그늘을 벗어나 자신만의 비젼을 보여준 팀 쿡에게 창의성까지 증명할 것을 기대한다면 과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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