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 호랑이 탄 한국인과 놀다 - 우리 이야기로 보는 분석 심리학
이나미 지음 / 민음인 / 201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신화''민담'의 차이는 무엇일까?

 

'옛날 옛적에 once upon a time, 어느 나라에 어느 마음씨 곱고 아름다운 공주가 살았대요~' 옛날 이야기를 읽을 때 기계적으로 나오는 구절이 바로 '옛날 옛적에~'인데, 이것이 신화와 민담을 구분짓는 중요한 요건이다.

 

즉 신화는 특정된 인물과 특정된 시공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단군신화나 동명성왕신화 등을 보면 주인공이 특정되어 있고, 시공간 또한 대략적으로 특정되어 있다. 반면 민담의 경우는 등장인물이 어떤 공주, 어떤 아이일 뿐이며 공간도 어떤 나라, 어떤 마을일 뿐 정확히 언제 어디서 누구와 관련된 사건인지 알 수 없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저자는 융을 통해 우리의 민담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다시 말해 민담은 오랜기간 전해져 내려오면서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이야기로 형성되었기 때문에 집단 무의식 속에 있는 원형에 가장 가깝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칼 융(Carl Jung, 1875~1961)은 집단무의식의 개념으로 분석심리학의 새로운 장을 열었던 정신의학자이다. 집단무의식이라든지 원형이라는 개념이 이해하기도 설명하기도 쉽지 않은데, 이 책에서는 '집단 무의식이란 태여날 때부터 갖춰져 있는 공통의 잠재력이고, 이런 집단적 무의식을 구성하는 선험적 조건들을 원형이라고 한다.'고 인용하고 있다. 민담에 스며들어 있는 우리의 보편적인 심리상태를 분석한다는 것이 어느정도는 이해가 된다. 그렇다고 이 책에서 대단히 어렵고 복잡한 이론들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고, 그저 원형적 경험을 이야기를 통해 이해하고 지금까지 경험해왔던 사람들의 행위에 비추어도 보았다. 

 

옛 추억을 떠올리며 가벼운 마음으로 재밌게 읽었는데, 가장 반가웠던 이야기 가운데 하나가 '쥐 둔갑 설화'이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매우 무서웠던 기억이다. 함부로 손톱을 깎아 버린 것을 쥐가 주워먹고 가짜로 변하여 진짜를 쫓아낸 이야기인데, 아주 어렸을 때 이 이야기를 읽고 두려움에 떨며 '그래서 어머니께서 한 곳에서 손발톱을 깎고 휴지에 꼭 싸서 버리라고 하셨구나'하고 나름 그 이유를 깨달았던 기억이 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건축, 생활 속에 스며들다 - 건축 커뮤니케이터 조원용 건축사가 들려주는 쉽고 재미있는 생활 속 건축이야기
조원용 지음 / 씽크스마트 / 201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건축은 다양한 분야와 관련되어 있고 사람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예술가, 철학자, 정치가 등 수많은 사람들이 건축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있다. 저자의 경우는 '건축은 사람의 삶을 담는 그릇이다'라는 표현에 동의하며 이 관점에서 일관하여 서술하고 있다.

 

사실 그러한 관점에서는 건축(建築)이라는 단어 보다는 조영(造營)이라는 단어가 더 적합하다. 현대 이전까지 사용되었던 造營을 풀어서 해석해보면 '짓고 경영하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우선 '짓다'라는 것은 농사를 짓다, 시를 짓다와 같은 용례에서 이해할 수 있듯이 단순히 물리적으로 만들다는 것과는 다른 차원이다. 즉 시간, 노력, 과정이 함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재료가 유기적으로 반응하여 성질이 변하는 화학적 변화도 포함하고 있다. 경영도 마찬가지로 내재적으로 사람과 시간의 개념을 포함하고 있다.

 

어쩌면 아파트 공화국이라고 불리는 현재 우리나라 도시의 모습에는 재료를 세우고 쌓는 建築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릴 수도 있겠다.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단어는 프랑스의 학자가 쓴 책이 이 제목으로 번역되면서 우리나라 도시 문제를 함축적으로 상징하는 단어가 되었다. 여기에는 집을 사는(living) 곳이 아닌 사는(buying) 것으로 여기는 세태라든지 획일적인 도시 풍경과 삶의 양식 등의 문제를 담고 있다. 참고로 프랑스에서 출판되었을 때 원래의 책 제목은 '서울, 거대한 도시, 빛나는 도시'였다고 한다. 출판사 편집자의 능력이 대단했던듯 하다. 다행히 최근 들어서는 아파트는 단지화된 주거환경이 조금씩 해체되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다.

 

책 서두에서 인문학적 측면에서 접근한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생활 속에서 건축물을 바라본다. 음향과 관련된 건축물의 구조, 안여닫이문과 바깥여닫이문, 계단의 올라가는 방향과 내려가는 방향 등 평소 쉽게 접할 수 있는 건축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특징적인 점이 저자가 천장(天障)과 천정(天井)의 구분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천정을 검색해보면 천장의 잘못된 표현이라고 나온다. 비슷한 발음의 형태가 쓰일 경우 그 의미에 아무런 차이가 없고 그중 하나가 더 널리 쓰이면 그 한 형태만 표준어로 삼는다는 표준어 규정에 의해 천장만을 표준어로 삼기 때문이다. 천정이란 일반적으로 하늘을 가리는 시설인 천장과는 달리, 특히 방과 마루의 천장을 평평하게 만드는 시설인 반자(ceiling)를 뜻하며 게다가 전통 건축물에는 천장과 천정의 높이도 다르기 때문에 양자는 구분된다는 것이다. 궁이나 한옥, 사찰 같은 옛 건축물의 방과 마루 윗부분을 보면 가로와 세로 격자로 되어 있어 마치 우물(井)처럼 보이는데 이것을 우물 반자라고 부른다. 문화 파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고 천정이라는 단어가 등장할 때마다 각주로 표시를 하는걸 보니 저자는 이 부분에 관해서 매우 안타까워 하는듯 싶다.
 

평소 어렵게만 느껴지는 건축이 평소 쉽게 접할 수 있는 구조를 통해 이해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어느 공간 혹은 건축 구조에 대해 평소와는 달리 보일 수 있을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삼국유사
일연 지음, 김원중 옮김 / 민음사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삼국유사 번역본을 마지막으로 가지고 있었던게 십년도 훨씬 전인것 같다. 너무 낡아서 처분한 이후 다시 책장에 구비해 놓아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계속 우선순위에 밀려 구입하지 못하고 필요할 때마다 그때그때 인터넷을 검색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김원중 교수님이 번역한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사실 최근 고려대에서 출판된 세 권으로 구성된 삼국유사를 갖고 싶었다. 3권 2000여 페이지로 구성된 역주본인데 기존 연구 성과들을 망라했다고 하니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다만 가격 부담이 커서 일단은 이것으로 만족하려고 한다.

 

 

 

 

 

뒤에 보이는 <정사 삼국지>도 김원중 교수님이 번역하신 작품이다. 자치통감이나 삼국지 등 김원중 교수님 책을 봐와서 그런지 이번 삼국유사도 잠시 훑어보니 그리 낯설지 않다. 표지 디자인도 상당히 만족스럽고...마치 불경 같은 느낌도 든다. 삼국지도 그렇고 사기도 그렇고 민음사에서 나온 완역본들은 전반적으로 디자인도 참 마음에 든다.

다만 아쉬운 것은 왕력편이 뒤로 빠진건 문제 없지만, 원문만 따로이 모아서 뒤로 보낸 것이 조금 아쉽다. 최소한 각 편목마다 원문을 두는게 낫지 않으려나...국역을 보면서도 수시로 원문을 확인하는게 필요할텐데 매번 앞뒤를 오가는게 매우 불편할듯 싶다. 그래도 그동안 생각날 때마다 인터넷을 뒤져야 했던게 참 번거로웠는데, 앞으론 필요할 때마다 즉시 즉시 책을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결국 책을 구입했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건축, 생활 속에 스며들다 - 건축 커뮤니케이터 조원용 건축사가 들려주는 쉽고 재미있는 생활 속 건축이야기
조원용 지음 / 씽크스마트 / 201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건축은 다양한 분야와 관련되어 있고 사람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예술가, 철학자, 정치가 등 수많은 사람들이 건축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있다. 저자의 경우는 '건축은 사람의 삶을 담는 그릇이다'라는 표현에 동의하며 이 관점에서 일관하여 서술하고 있다.

 

사실 그러한 관점에서는 건축(建築)이라는 단어 보다는 조영(造營)이라는 단어가 더 적합하다. 현대 이전까지 사용되었던 造營을 풀어서 해석해보면 '짓고 경영하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우선 '짓다'라는 것은 농사를 짓다, 시를 짓다와 같은 용례에서 이해할 수 있듯이 단순히 물리적으로 만들다는 것과는 다른 차원이다. 즉 시간, 노력, 과정이 함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재료가 유기적으로 반응하여 성질이 변하는 화학적 변화도 포함하고 있다. 경영도 마찬가지로 내재적으로 사람과 시간의 개념을 포함하고 있다.

 

어쩌면 아파트 공화국이라고 불리는 현재 우리나라 도시의 모습에는 재료를 세우고 쌓는 建築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릴 수도 있겠다.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단어는 프랑스의 학자가 쓴 책이 이 제목으로 번역되면서 우리나라 도시 문제를 함축적으로 상징하는 단어가 되었다. 여기에는 집을 사는(living) 곳이 아닌 사는(buying) 것으로 여기는 세태라든지 획일적인 도시 풍경과 삶의 양식 등의 문제를 담고 있다. 참고로 프랑스에서 출판되었을 때 원래의 책 제목은 '서울, 거대한 도시, 빛나는 도시'였다고 한다. 출판사 편집자의 능력이 대단했던듯 하다. 다행히 최근 들어서는 아파트는 단지화된 주거환경이 조금씩 해체되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다.

 

책 서두에서 인문학적 측면에서 접근한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생활 속에서 건축물을 바라본다. 음향과 관련된 건축물의 구조, 안여닫이문과 바깥여닫이문, 계단의 올라가는 방향과 내려가는 방향 등 평소 쉽게 접할 수 있는 건축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특징적인 점이 저자가 천장(天障)과 천정(天井)의 구분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천정을 검색해보면 천장의 잘못된 표현이라고 나온다. 비슷한 발음의 형태가 쓰일 경우 그 의미에 아무런 차이가 없고 그중 하나가 더 널리 쓰이면 그 한 형태만 표준어로 삼는다는 표준어 규정에 의해 천장만을 표준어로 삼기 때문이다. 천정이란 일반적으로 하늘을 가리는 시설인 천장과는 달리, 특히 방과 마루의 천장을 평평하게 만드는 시설인 반자(ceiling)를 뜻하며 게다가 전통 건축물에는 천장과 천정의 높이도 다르기 때문에 양자는 구분된다는 것이다. 궁이나 한옥, 사찰 같은 옛 건축물의 방과 마루 윗부분을 보면 가로와 세로 격자로 되어 있어 마치 우물(井)처럼 보이는데 이것을 우물 반자라고 부른다. 문화 파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고 천정이라는 단어가 등장할 때마다 각주로 표시를 하는걸 보니 저자는 이 부분에 관해서 매우 안타까워 하는듯 싶다.
 

평소 어렵게만 느껴지는 건축이 평소 쉽게 접할 수 있는 구조를 통해 이해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어느 공간 혹은 건축 구조에 대해 평소와는 달리 보일 수 있을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의 도시 - 인간의 꿈과 탐욕이 만들어낸 위대한 유산
피터 윗필드 지음, 김지현 옮김 / 황소자리 / 201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시는 그 구성원들의 문화적 특색에 의해 각기 다른 형태로 발전하기도 하고, 반대로 도시가 그 구성원들의 삶의 형태를 정하기도 한다. 이처럼 도시와 인류는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끊임없이 성쇠를 반복하기 때문에 도시의 역사를 살펴보는 것은 정말 의미있는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어떤 도시는 외침을 막기 위해 성곽을 두르고 방어시설을 세우면서 그 형태를 형성하거나 예술가들이 건축물의 형태를 잡기도 하고, 또 어떤 도시는 종교에 의해 혹은 지형에 의해 그 도시적 특색을 갖추기도 한다. 좀더 시대가 흘러 '도시계획'이라는 개념이 탄생한 이후에는 과거 회화적인 전경도나 파노라마 지도 대신 수학적으로 축적된 도면을 토대로 더욱 거시적이면서도 세밀하게 도시를 건설하기 시작한다. 데카르트는 중앙통제 방식의 도시계획을 '한 명의 건축가가 설계하여 세운 건물은 몇 명이 함께 기획한 것보다 더 쾌적하다'고 설명했는데,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민주적 도시행정이 성립한 현대에는 오히려 과거 피렌체나 잘츠부르크와 같은 도시를 만들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이처럼 도시의 형성과 발전의 형태가 다양한 만큼 그 쇠락의 원인과 결과도 참 다양하다.

 

60여개의 도시들이 소개되어 있는데, 동아시아에서는 중국의 베이징과 일본의 나가사키만 있고 우리나라는 아예 거론조차 없다는 점은 아쉽다. 사실 서울이라는 도시가 도시계획의 관점에서는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을것 같긴 하다. 만약 고대의 경주가 파괴되지 않고 꾸준하게 성장했더라면 이곳에 소개되기에 충분하지 않았을까 잠시 생각을 해봤다.

 

아무튼 60여개의 도시가 수많은 지도와 그림으로 표현되어 소장가치가 충분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