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랑로바 1
시토 쿄코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0년 5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다 읽고 난 다음의 기분은 어딘가 여행을 하고 온 듯한 기분이었다. 존재하지도 않는 곳인데 어쩐지 있을것 같은..영화로 치자면 반지의 제왕을 보고나서 호빗마을이 어딘가 있을거 같은 기분..그랑로바는 그렇게 나를 먼 마을로 데려다 주었다.

이 책의 주인공 사이암은 사기꾼이지만 선인이다. 주인공 사이암이 현자 그랑로바와 만나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인간과 그 외의 것들에 공존에 대해 생각하게끔 한다. 정령이나 마물들.. 물론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이 만화는 그것과의 공존을 이야기한다. 읽고 나면 황당무게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읽는 동안에는 진지하고 다소 혼란스러워진다. 과연 인간만이 모든 것을 평가하는 잣대가 될 수 있는가? 인간은 그렇게 계속 살아도 되는 동물일까? 가장 바람직한 길은 무엇일까... 인간의 탐욕이 불러오는 결과는 무엇인가..등의. 다소 무언가를 느끼게 해 주는 이야기들이다.

그렇다고 이 만화가 무거운 것이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작가 특유의 유머감각이 그대로 살아있는데다가, 현자가 되는 사이암도 사실은 그저 평범한 인간에 불과하다.특별히 옳고 그른 것을 따지는 것도 아니고 뭔가에 대해 고찰을 해 보자는 것도 아니다.다만 이어지는 사건들이 잠깐씩 뭔가를 생각하게 해 줄 뿐, 내용 자체는 흥미진진하다.

사이암은 사기꾼에서 어느새 현자로 변해있다. 단지 그가 인간의 탐욕을 극복했기 때문이다.모든 것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은정구를 그는 자신의 탐욕을 위해 이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은 이런 간단한 일이 인간에게 있어 가장 어려운 일이다. 자신의 탐욕을 버릴 수 있는가? .....그 때야말로 모든 것이 공존할 수 있는 그런 때가 올 것이다.. 라고 진심으로 생각하게 하는, 그런 만화였다.

4권이란 권수가 짧아 아쉽지만, 그 짧은 권수안에 이야기를 잘 풀어내어 다른 열권, 스무권 이상의 만화들 보다 인상깊고 여운이 길다. 다 읽고 나면 먼 옛날 먼 곳으로 여행을 하고 온 것 같은, 그런 신비한 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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