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인도 - 14억 거대 경제가 온다!
김기상 지음 / 클라우드나인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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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억 거대 경제가 온다

진격의 인도

: 김기상

출판사: 클라우드 나인

 

우리는 고통스러운 인플레이션 시대를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 폴 폴커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이 실효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렸던 그 시대를 말이다. 냉전이 끝나고 미국 주도의 세계가 형성되었다. 물론 그 시대는 그다지 길지 않았지만. 어쨌든 냉전의 종식으로 인해서 동유럽이 시장에 등장했을 뿐만 아니라 중국은 세계 무역체제에 편입되어 노동집약적 제조업을 통해서 급격한 경제발전을 이룩했다.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값싸고 젊은 노동력의 대거 유입은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됨에 따라서 장기간의 안정적인 물가 시대를 유지하게 되었다. 말하자면 중국은 값싼 공산품을 세계에 공급함에 따라 디플레이션을 수출했다. 하지만, 이러한 시대는 역사상 유례가 없는 유동성 공급으로 인해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을 뿐만 아니라 중국이 미국의 패권에 도전함에 따라 이러한 균형은 막을 내렸다.

이러한 시대가 됨에 따라서, 오늘날 인도를 제2의 중국으로 지목하는 사람들이 많다. 중국과 같은 권위주의 집단이 집권하지 않는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이며 인구도 이미 중국을 추월한 국가이므로 큰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인도가 중국의 위치를 대신 차지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는 여전히 사람마다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세계 경제의 변동과 지정학적 대립은 한국과 같은 수출지향형 국가에게 있어서는 민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인도가 과연 중국처럼 될 수 있느냐의 가능성도 중요하지만, 발전의 가능성이 큰 이 국가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이러한 시기에서 인도와 관련된 책이 출간된 것에 대해서는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일이다.

이전에 읽었던 인도와 관련된 책이라고 한다면 정호영씨의 마하트마 간디의 불편한 진실그리고 인도는 울퉁불퉁하다정도가 전부일 것 같다. 우리가 흔히 가지는 인도에 대한 환상을 깨기에 충분했고, 그곳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 인간의 희로애락이 우리와 같다는 생각을 절실하게 했다. 그렇지만, 인도에 관한 관심이 있더라도, 그곳은 심적으로나 일로나 가깝게 하기는 어려운 곳이었다.

인도에 대한 평가는 천차만별이라서 어느 것이 진실인지를 알기는 매우 어렵다. 어쨌든 그렇지만 적어도 경제적인 부분에 있어서 인도에 관한 이야기는 여러 통계적 데이터를 비롯한 현상에 대한 분석이 적어도 객관적일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의 저자도 인도의 문화 등과 관련된 내용은 일절 다루지 않는다.

어쨌든 인도에 대해서 내가 그동안 공부하지 않았고, 거의 무지한 상태라는 것은 이 책을 읽으면서 충분히 느꼈다.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래로 근 30년간 거의 아무런 경제적 발전도 이룩하지 못했다. 그것은 네루의 사회주의적 경제정책이 큰 영향을 미쳤는데, 주요 산업이 국영화되어 방만하게 운영되었다. 자급자족체제를 위해서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기도 했다.

단순히 정책적 오판으로만 인도의 낮은 경제성장률이 설명되지는 않는다. 그것은 사회문화적 측면으로 설명되는 것도 많다. 우리가 흔히 아는 카스트 제도의 굴레, 방만하고 복잡하며 전혀 효율적이지 않은 정부 서비스와 규제, 힌두교와 이슬람교와 같은 종교 갈등, 극심한 빈부격차, 그것뿐만 아니라 인도 아대륙의 거대한 땅덩어리에서는 지역 간 갈등도 없지 않다.

그렇지만 인도가 다시 도약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이러한 폐쇄적인 경제정책을 점차 폐기하고 경제를 개방하고 외자를 유치한 것에 따른다. 이러한 자유화 조치로 인해서 경제의 체질이 변하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인도가 급격한 발전을 이룬 것은 아니다. 앞서 이야기를 한 여러 가지 사회, 문화, 제도적 측면에서의 한계는 인도의 성장을 발목 잡는다.

여기서 흥미로웠던 것은 인도의 근대적 경제가 상인집단 가문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소수의 상인집단이 인도 경제를 지배하고 있는 것인데, 그것은 이슬람을 피해서 인도로 온 파르시 상인집단이 있는데, 그 대표적인 기업이 타타그룹, 고드레지 그룹, 인도혈청연구소이다. 두 번째로는 마르와리 집단으로 비글라, 아르셀로미탈 그룹이 해당한다. 마지막으로는 구자라티 상인집단으로 무케시 암바시와 가우탐 아다니가 대표적으로 인도 산업계를 쥐락펴락한다. 인도 경제를 잘 알기 위해서는 이러한 상인집단의 면모를 봐야된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구자라트 주지사 출신으로 극우 힌두주의자에서 경제발전을 이끈 지도자로 이미지를 바꿔 인도 총리에 선출되었다는 사실도 눈여겨볼 일이다. 어차피 인도에서는 정치인과 재벌은 긴밀한 관계를 갖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매우 흥미로운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그러한 이야기는 직접 이 책을 사서 읽어보길 권한다. 저자도 과연 인도가 제2의 중국이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가능성만 언급했을 뿐이다. 긍정적인 평가와 전망이 많지만, 부정적인 평가도 적지 않다. ‘인구대역전에서 찰스 굿하트와 마노즈 프라단은 인도가 중국과 같이 될 수 없는 이유를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세계 여건이 두 가지 측면에서 다르다. 중국의 경우, 명목금리와 실질금리의 하락은 선진경제 내에 우호적인 여건을 형성했다. 따라서 중국의 부상이 제로섬 게임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그러나 인도는 노동 공급 감소가 선진경제만이 아니라 동아시아와 동유럽과 같이 제조업이 강한 경제에도 나타난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과 명목금리 인상은 고령화 경제에게 성장률 상승이 매우 어려울 것이다. 인도로의 생산 이전은 큰 반대에 부딪힐 것이다.

둘째, 인구변동의 프레임이 바뀌었다. 중국은 그 기전에 적어도 기업가 정신과 생산, 효율 체제를 보유했다. 그러나 인도는 분절된 사회구조가 견고한 경제 기초의 창조를 방해해왔다.

마지막으로 인도는 민주적 견제, 균형 시스템의 결여로 인해서 중국과 같은 발전모델을 실현하기 어렵다. 그것은 행정 자본과 다당제 체제하의 내부 충돌, 연방정부와 주 정부의 충돌이다. , 중국 공산당과 같은 권위주의적 지배 세력의 부재는 인도가 중국과 같은 일사불란한 추진력을 얻기가 어렵다는 것으로 해석하면 된다.

인도의 가능성을 깎아내리려고 인구대역전의 이야기를 인용한 것은 아니다. 다만, 저자들이 지적한 문제가 실제로도 인도의 한계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인도에 관심이 있다면 반드시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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