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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위기, 이미 시작된 미래
루안 웨이 지음, 정지영 옮김 / 미래의창 / 2023년 6월
평점 :
식량위기, 이미 시작된 미래
저: 루안 웨이 역: 정지영
출판사:미래의창 출판일: 2023년 6월9일
오늘날 농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계량된 종자, 화학비료, 규모의 경제를 통한 효율적인 경영을 통한 비용 절감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선입견은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국가가 낮은 임금의 노동력을 통해서 농업에서 경쟁력을 갖추었을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정부의 보조금과 앞서 이야기한 요인들로 인해서 선진국이 농업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낮은 노동력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것은 노동집약형 제조업에 국한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서 밀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주목받고 있다. 쌀보다는 국제적으로 무역거래가 활발하며 사람들의 일상에 중요한 것은 밀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쟁의 여파로 인해서 밀의 가격이 급등한 것을 보면, 세계적으로 중요한 밀의 공급망이 매우 불안하고 취약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인구는 많고 농업 경쟁력은 갖추지 않은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은 필연적으로 해외로부터 곡물을 수입해야만 한다. ‘아랍의 봄’은 이러한 식량 수입 의존 구조에 기인한다. 선진국의 식량원조는 지원금으로 자국의 농산물을 구매해서 지원함에 따라 이러한 수입국의 농업을 파괴했다. 원조 명목으로 들어온 값싼 곡물이 오히려 자국 내 농업의 자생력을 잠식하고 수입에 의존하게 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근래에는 가능한 개발도상국에서 식량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개선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서 이들 국가의 농산물 수출 능력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크림반도 병합 후, 서방 제재에 대응하여 농산물 수입을 제한한 것이 도리어 밀과 같은 곡물의 생산량을 급격하게 늘렸다. 우크라이나는 농업에 적합한 흑토에 중국으로부터의 차관을 투입해서 생산량을 증가시켰다. 선진국 집단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밀에 의존하지는 않으며, 대신 많은 개발도상국에 수출되고 있다.
식량문제에 있어서 새롭게 떠오르는 문제는 육식의 확산이다. 사료용 곡물 생산은 오늘날 농업의 주요 산업이 되었다. 쌀과 밀과 같은 주요 곡물의 생산량이 정체된 것에 비해서 옥수수는 빠른 속도로 증산되었다. 이러한 사료용 곡물은 전체 곡물 생산량의 1/3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 바이오 연료의 수요 증가는 곡물이 인간의 식량 이외에도 다양한 수요가 있음을 알려준다. 육류 수출국은 기본적으로 국내에서 사료를 조달할 수 있는 곡물 생산 강국이자 수출 강국과 겹친다.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는 밀을 제외한 작물의 단수를 저하해 특히 옥수수와 대두가 타격을 입는다. 화학비료의 과도한 사용, 가축 분뇨 등은 온실가스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농업 분야에서도 지속 가능한 재배방식이 요구되고 있다. 우리의 편견으로는 지구 온난화의 주요한 원인이 산업 부분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농업 분야도 전체 원인의 10%를 차지하여 결코 그 비중이 작지 않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농업 분야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도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이산화질소와 메탄이 주종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가축 배설물이나 농산물 폐기물은 미생물이 분해하고 발효함으로써 메탄이 대량 발생한다. 지구 온난화 문제는 지금까지의 각종 농산물의 재배지역 변화, 품질 악화 등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농업 분야의 산업화는 제한된 자원인 담수를 고갈시키고 있다. 향후 예상되는 식량위기는 주로 이러한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가장 큰 원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친환경에너지의 대두는 농산물로 제조되는 바이오 연료의 수요를 가져왔다. 바이오 연료는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발효, 착유, 열분해를 통해서 생산한다. 바이오에탄올을 자동차에 사용한 것은 브라질이 처음으로 사탕수수 최대 생산국으로써 설탕의 가격을 지지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무연 휘발유로 인한 옥탄값 하락을 상쇄하기 위해서 옥수수를 원료로 하는 바이오에탄올을 혼합하기 시작했다.
바이오 연료는 옥수수나 사탕수수 등 식용 작물의 원료로 만드는 1세대와 셀룰로오스나 UCO 등 비식물 원료로 만든 2세대가 있다. 미국과 EU가 바이오 연료를 선도하는 것은 곡물 및 유량 작물의 과잉 생산 때문이다. 이러한 바이오 연료의 생산 증가는 곡물 국제가격 상승의 원인이 되었는데, 2007년부터 가격 상승의 30%가 이로 인한 것으로 시산되고 있다.
미국은 에너지 자립 안보법에서 재생가능 연료의 기준을 360억 갤런으로 확대하고 이 중 150억 갤런은 옥수수 유래, 나머지는 2세대로 지정했다. 1세대는 LCA를 통해서 휘발유와 경유 대비 온실가스 20% 감축, 2세대는 50% 이상 감축을 규정했다. 여기서 셀룰로오스계로 만들어진 바이오에탄올은 60% 이상 감축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미 정부가 농업 생산자가 주도하는 바이오 연료를 보호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바이오 연료의 생산 확대는 간접적 토지 이용변화 리스크가 있다. 이는 열대우림과 같이 이산화탄소가 고농도로 농축된 지역을 개간하면서 바이오 연료로 감축한 이산화탄소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할 뿐만 아니라 생물 다양성을 줄이는 리스크를 말한다. EU는 이러한 지역에서 생산된 바이오 연료를 규제하며, 대표적으로 팜유가 이에 속한다.
바이오 연료는 과연 친환경적인가? 토지 이용 전환에 따른 식량 가격 급등, 간접 온실가스 배출 연구가 진행되면서 이러한 의문점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EU는 셀롤로오스계, UCO 등을 원료로 하는 2세대 연료 도입에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있다. 또한 재생에너지 비율을 총에너지 비율에서 32%까지 높이기 위해서 수입한 바이오 연료를 활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는 ‘지속 가능성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
EU는 2018년 개정한 RED II에서 ‘간접적 토지 이용 리스크’가 높은 연료로 팜유를 지정했다. 팜유가 과도한 삼림파괴를 가져오기도 하고 또한 역내의 유채 기름 생산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2030년까지 팜유로 만든 바이오 연료의 수입을 규제하고자 하는 EU에 대해서 최대 생산국이자 수출국인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아프리카는 심각한 식량위기가 지속되고 있는데, 밀 수입량은 50%로 식량 자급자족을 못 하고 있다. 아프리카는 그 기후적 특성으로 인해서 주식이 다종다양하다. 식량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는 것은 국내 유통망이 정비되지 않고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이 반영된 것이다. 아프리카의 도시화는 이러한 수입 곡물에 의존하고 했으며, 서구 국가들은 아프리카를 잉여 곡물 배출구로 간주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자국 농민들에게 지급하는 막대한 보조금이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비료 수급에 차질이 발생했다. 3대 화학비료는 질소, 인산, 칼륨으로 원료와 생산은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점유율이 높다. 비료는 원료인 칼리 광석이나 질소비료 생산에 소비되는 천연가스가 러시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비료 가격 상승은 곡물 생산 감소를 야기할 수 있다. 화학비료는 석유나 천연가스처럼 특정 국가에 의존하는 리스크 상품이다.
칼륨, 인, 질소라는 비료의 세 가지 요소를 보면 편중된 자원 매장과 에너지 다소비 산업의 특징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은 비료 생산을 확충했으나 생산 과임이 됨에 따라 수출로 돌아섰다. 그러나 화학비료에 의한 수질 오염 등의 문제로 중국은 비료 수출을 제한하는 정책으로 돌아서고 있다. 이렇게 화학비료는 오히려 곡물보다 수급이 어려운 실정이다. 전세계 소비자와 농민의 소득이 에너지와 비료 원료 자원국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동안의 곡물 증산과 안정적인 공급은 화학비료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스리랑카가 전면적인 유기농 생산국으로 전환하려던 계획에 실패한 사례를 보면 식량 생산과 화학비료는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향후 우리는 피복식물의 적극적인 이용을 포함해서 저비용으로 효과가 높은 퇴비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 보급해야 한다.
20세기 식량위기는 인위적인 요인으로 발생했으나, 이제 전쟁, 지구 온난화, 자원 위기 등으로 인해서 식량위기가 발생할 여러 요인이 다발적으로 생기고 있다. 일본의 사례를 보면, 원유와 석유제품의 비축은 충분히 대비하고 있으나, 쌀을 제외한 사료용 곡물 등은 절대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다가오는 식량위기의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화학비료의 비축 및 다각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이 책은 회사에 같이 일하는 동료가 추천하여 읽은 책이다. 내용이 좋아서 한 권을 더 구매해서 선물로 주기도 했다. 비록 곡물 제품을 취급하지 않지만, 바이오 연료는 오늘날 에너지 업계의 화두로 대두되고 있다. 이 책의 주요한 주제는 아니지만, 바이오 연료에 대한 내용은 내게도 많은 정보를 주었다.
얼마 전 기사에서 한국과 같은 선진국이 제대로 된 곡물 메이저 회사가 없다는 내용을 기재한 것이 생각난다. 이웃나라인 일본에서는 젠노와 종합상사가 곡물 트레이딩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을 보면 우리도 서둘러 이러한 업체를 키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전에 한국 농수산물 공사에서 이토츄와 같은 일본 상사와 거래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더욱 그 필요성이 부각되는 것 같다.
한번쯤 관심이 있다면 읽어볼 필요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