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 더 크라이시스 Beyond The Crisis - 보이지 않는 손이 그린 침체와 회복의 곡선들
안근모 지음 / 어바웃어북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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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손이 그린 침체와 회복의 곡선들 

비욘드 더 크라이시스 

저: 안근모 

출판사: 어바웃어북 출판일: 2023년 2월17일


오늘날 우리에게 인플레이션은 과거의 이야기처럼 인식되었다. 세계는 장기간 디플레이션 상태에 놓였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면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것이다. 2021년에 국내에 출간된 찰스 굿하트와 마노즈 프라단의 ‘인구 대역전’은 그러한 면에서 나에게 큰 통찰력을 줬는데, 그 원전이 2019년에 완성되었으므로 그들의 분석이 정확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했던 것들이 변할 것이라는 경고. 즉, 디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으로 저금리는 고금리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세계는 어떻게 장기가 디플레이션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일까? 그것은 중국과 동유럽의 세계 무역체제로의 편입, 베이비붐 세대의 노동시장 진입, 부양 인구비 개선, 여성 고용증가로 인해서 사상 최대의 긍정적인 노동 공급 충격을 주었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즉, 간단하게 정리한다면 실질 생산의 지속적인 성장과 디플레이션 순풍이 공존한 추세는 인구변동과 세계화에 있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인구 대역전’의 예언처럼, 이제 세상은 변했다. 안근모의 이 책은 인플레이션 시대의 방향성을 경제 관련 시계열 데이터를 통해서 분석한다. ‘인구 대역전’이 주로 인구변동에 따른 노동력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책에서는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달러, 금리, 환율의 요소와 더불어 미 연준의 정책이 주는 충격을 통해서 미래를 예상한다. 

저자는 앞으로 심각한 침체가 불가피함을 설명하면서, 그 이유를 제시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 미국의 월별 명목 소매판매액은 급증했을 뿐만 아니라 실질 기준으로도 과거 추세 위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소매점 취업자 수는 빠르게 늘었다. 그러나 실업자 비중이 반세기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고 이로 인해서 임금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있다. 즉, 현재 상황은 임금-물가 상승 소용돌이(wage-price spiral)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결국 경기침체를 통한 수요 감소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미국의 실질 GDP는 잠재 GDP를 초과하고 있다고 판단되며 이 경우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발생한다. 정리하면 잠재능력보다 생산을 더 많이 하고, 생산품을 더 많이 소비하는 것이 현재의 미국 경제의 문제점이므로 상당 수준의 침체가 불가피하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는 긴축을 할 수밖에 없고 이는 금리 인상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금리 인상은 보통 자산시장의 거품을 붕괴시키고 그 충격이 실물경제에 영향을 줘서 경기침체를 불러온다. 또한 중앙은행은 물가안정을 위해서 주가 하락을 목표로 한다. 

달러는 오늘날 긴밀하게 연결된 전 세계 금융시장을 볼 때는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강달러 시대에 일본은 중앙은행이 특정 수준 위로는 금리가 올라가지 못하도록 제한 없이 국채를 매입한다. 이는 미-일 금리차를 벌어지게 만드는 구조다. 이렇게 되면 환율이 올라가며 수입물가가 상승한다. 일본 정부가 이런 정책을 구사할 수 있는 것은 오랜 기간 유지된 디플레이션 때문이다. 금리차가 계속 벌어지면 일본 정부의 제로 금리와 YCC 정책은 폐기될 수 있다. 일본의 국채금리는 미국 국채금리가 너무 올라가는 것을 방지하는 기능이 있는데, 그것이 사라지면 전 세계 국채금리에 심각한 충격이 올 수 있다. 

미 연준에서는 금리 인상을 끝내기 위한 3가지 조건을 언급했다. 첫째 경제성장률이 한동안 계속해서 잠재성장률보다 낮게 유지되고, 둘째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 균형이 개선되며 셋째 인플레이션이 2%로 다시 떨어지고 있다는 증거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는 실업률을 4% 이상 올려야 된다고 보는 것 같다. 

한편 미국의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은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보다 높은 것을 뜻한다. 즉, 단기금리는 당장의 높은 정책 금리를 반영하며, 장기금리는 긴 만기 동안의 정책 금리 예상치를 모두 반영하여 낮은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면 경기침체가 가까워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이는 경기침체가 닥쳐서는 급격히 꺽여 올라간다. 

미국 금리가 인하되고 달러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세계 경제는 다시 살아난다. 연준의 정책 금리가 인플레이션보다 낮은 적이 별로 없었으므로 미국 금리는 앞으로도 더 올라갈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위기 상황에 달러까지 강하면 전 세계에 이중 압박이다. 전 세계 금융환경과 실물경제는 미국 금리와 달러 움직임에 따라 동조화되어 있다. 달러의 압박이 풀리면, 세계적인 금융완화 효과가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 

안근모가 분석한 시계열 데이터를 시각화하여 이를 바탕으로 분석한 자료를 읽었다. 미 연준의 정책과 시장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늘날 미국 경제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막대한 양적완화, 노동력 부족, 생산과 수요의 증가로 인해서 발생한 인플레이션이다. 양적완화로 인한 자산가치 상승은 베이비붐 세대가 조기 은퇴하도록 했고 이는 부정적인 노동 공급 충격을 주었다고도 할 수 있다. 한편 중국 경제는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문제와 경기를 이끈 부동산 침체로 인해서 더 이상 디플레이션 수출이 쉽지 않을 것이다. 

여러 경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을 잡고 물가안정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경기침체를 위한 긴축은 계속될 것이다. 그것이 심하면 금융위기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경기순환적 관점에서 본다면, 급격한 긴축 후에 급격한 완화도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는 이러한 요소들을 면밀하게 체크하면서 투자의 시기 등을 조율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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