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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똑같이 살 순 없잖아 - 그것대로 괜찮은 삶의 방식
김가지(김예지) 지음 / 다크호스 / 2023년 5월
평점 :
그것대로 괜찮은 삶의 방식
다 똑같이 살 순 없잖아
글, 그림: 김가지 (김예지)
출판사: DARK House 출판일: 2023년 4월15일
조금은 투박해 보이는 그림체의 만화를 보고 읽었다. 화려한 그림은 아니지만,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잘 전달되는 느낌. 어떤 그림은 보면 무척이나 차가운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이 책에 수록된 만화들은 따듯한 감정이랄까 일상의 잔잔한 삶을 느끼게 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그림을 그린 사람이 궁금했다. 어떤 사람일까? 나는 곧장 인터넷을 검색하고 있었다.
이 책의 저자인 김예지씨는 미대를 나와서 회사에 다니다가 퇴사했다. 몇 년간의 회사생활에서 그가 어느 대중매체에 말한 것처럼 ‘사는 것도 죽는 것도 어려웠다’고 그 당시를 회상했다. 회사를 나오고서 그의 어머니는 함께 청소 일을 하자고 제안했다. 물론 경제적인 이유도 있을 것이지만, 월수금 청소 일을 하고서 그녀는 자신이 하고 싶은 그림 작업을 함께 한다.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수많은 사회적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역사적인 배경도 있다고 생각된다. 사람들은 자신을 다른 사람과 끊임없이 비교한다. 그 비교의 대상이 배금주의로 귀결되는 것은 우리가 자본주의 사회에 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하기는 한다.
그렇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최종 목적이 남과 비교해서 더 나은 부를 축적한 것으로 평가된다면 인생은 그저 황량함. 자체만을 느낄 뿐이다. 오늘날 수많은 인재가 돈벌이가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서 의대를 지원하는 모습을 본다. 우리가 이를 비난할 수는 없다. 우리가 근대화 이후에 축적한 가치관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삶을 주도할 수 있다면 보이는 화려함에 치중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해야만 한다. 좋은 직장은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소득을 우리에게 보장하겠지만, 그만큼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야만 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안다. 그저 꿈을 좇기만 해서는 살 수 없다는 것을. 어느 정도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본적인 경제적 여유는 있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획일적인 삶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표준화된 삶이란 그저 환상에 불과할 뿐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지금 바로 나 자신의 가치관. 그리고 하고자 하는 일, 그에 따른 삶의 방식이다. 현실감있게 삶을 살아가는 것이 필요한 법이다. 진정한 자아를 찾는다는 허황한 위로는 현실 부정을 부추길 뿐이다.
어쩌면 그러한 측면에서 봤을 때, 김예지씨가 살아가는 삶의 방식은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그것은 인생의 목적을 쫓으나, 현실적인 삶은 고려하며 충분히 잘 나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이것을 현실적 균형감이라고 불러도 될지 모르겠다. 사실 이 책의 제목 ‘다 똑같이 살 순 없잖아’는 하소연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시간이 된다면, 이 책을 읽기를 권한다. 되돌아본 20대, 삶에 지쳤지만, 어머니의 끊임없는 믿음과 응원으로 자존감을 되찾고 온존하고 굳건하게 현실감 있게 삶을 살아가는 한 청년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앞으로를 나 역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