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에 감사해
김혜자 지음 / 수오서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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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에 감사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에 감사해

우리들의 배우 김혜자의 연기, 인생

저자: 김혜자

출판사: 수오서재 출판일: 20221222

 

우리나라 최장수 드라마로 유명한 전원일기에 출연한 배우, 여러 드라마에 나왔고 이제는 80세가 넘은 원로배우. 내가 배우 김혜자에 대한 아는 거의 전부다. 그가 아프리카 어린이에 대해서 꾸준히 관심이 있다는 것. 내가 러닝머신을 멍하니 걸을 때, 앞에 설치된 텔레비전에서 그가 출연한 아프리카 어린이 후원 광고에 그가 가끔 나온다는 것. 오랫동안 제일제당의 다시다 광고에 출연했던 것. 아마도 그 정도가 내가 그를 아는 전부일 것이다.

그는 인생의 황혼기를 맞이한 지금도 혼신의 힘을 다해서 연기 생활을 하고 있고, 그 뛰어난 연기력으로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그는 자신의 인생을 더듬어 처음 연기자가 된 것, 연기력 부족으로 연기자를 그만두었다가 다시 연극을 통해서 연기력을 끌어올린 사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가 출연한 수많은 작품의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 그 수많은 작품 속에서는 내가 재미있게 보았던 작품도 많았다.

근래에는 텔레비전을 보는 것이 그저 뉴스 정도만 가끔 보기 때문에 그가 출연한 최근의 드라마는 내용을 알지 못한다. 봉준호 감독의 마더도 이야기만 무성하게 들었을 뿐, 실제로 본 적이 없다. 물론 기생충도. ‘디어 마이프렌드라든지 눈이 부시게’, ‘우리들의 블루스와 같은 드라마는 워낙 호평받았으므로 시간이 된다면 한번 처음부터 끝까지 시청해보고도 싶다.

아마도 그가 뛰어난 연기력을 가진 배우라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견은 없을 것이다. 그 긴 세월 동안 그가 이러하다 할 잡음과 스캔들 없이 자기 관리를 잘하고 연기 생활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더라도 스스로 철저한 프로의식을 지닌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그의 삶이 항상 밝았다고 할 수는 없다.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그가 담담하게 밝힌 인생의 흔적이 책에 묻어 있다. 삶은 괴롭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모두가 그렇듯이. 하지만 그녀는 그러한 삶의 아쉬움 속에서도 행복했다. 삶은 감사했다. 적어도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한 자신이 연기 생활을 통해서 배우라는 정체성을 통해서 살아갈 수 있음을 말이다.

작품 속의 어떤 여자를 연기하게 되었을 때, 그는 그 인물과 완전히 하나가 되기 위해서 노력했다. 다른 것은 몰라도 대본의 나오는 대사를 전부 외우고, 그 인물의 입장이 되도록 하였다. 그래서 작품 속 인물의 여운은 그에게 남아 한동안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작품 하나를 하면, 모든 것을 쏟아내니 온몸은 완전히 지쳐버리는 것이다.

그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다. 자신을 알고 연기력을 끝까지 끌어올린 작가가 있었고, 그의 모습이 아름답게 나올 수 있게 하여준 작가도 있었다. 지금까지 해오던 엄마라는 틀에 박힌 역할에서 좀 더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준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한 가운데 그는 우리 짧은 생 속에서도 수많은 인생을 살아보았다. 미워했고, 사랑했고, 불행하기도 했으며, 행복하기도 하였다.

삶이 항상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부체저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에 감사하게 되는 것이다. 그다지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읽었는데, 배우 김혜자에 대해서 다시 생각했다. 그가 건강하게 오랫동안 수많은 작품에서 활약하길 기원해본다. 그리고 나 역시 인생의 황혼기에서 그와 같이 말하고 싶다. 삶에 감사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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