쇳밥일지 - 청년공, 펜을 들다
천현우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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쇳밥일지

청년공, 펜을 들다

: 천현우

출판사: 문학동네 출판일: 2022823

 

쉿밥일지의 강렬한 책 표지가 눈에 들어온다. 용접과정에서 스패터(spatter)가 불꽃놀이처럼 여기저기 튀고 있다. 스패터는 용접 시에 사방으로 퇴는 불꽃을 말하는 용어이다. 많이 들어는 보았지만, 용접작업이 기억나는 것은 군대 시절이다. 이것저것 새로운 것을 해보는 것에 흥미를 가졌던 선임이 간단한 시설보수를 하면서 용접을 했던 것이 생각났다. 하지만 한동안 눈 때문에 고생했는데, 용접이 처음인 그도 작업 중에 발생하는 강렬한 빛을 제대로 막지 못했던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자신이 읽은 책 중에서 몇 권인가 세간에 추천했다. 다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그 중에서도 읽고 싶었던 책도 있어서 2~3권 주문해서 읽었다. 김동기의 지정학의 힘이든지 브라이언 헤어와 버네스 우즈의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가 그것이다. 김훈 작가의 하얼빈은 추천도 추천이지만 읽고 싶었다. 읽은 책을 주기도 했고, 다 읽은 책 달라는 대학후배에게는 한 권을 아예 선물해줬다. 그리고 그가 얼마 전에 서둘러 소개하고 싶다는 책이 쉿밥일지이다.

 

90년생 젊은 청년노동자의 삶은 고단했다. 그가 겪은 그 수많은 좌절과 한계를 읽었다. 주류는 트렌드를 이야기하며, 소비의 주체가 된 MZ세대를 조명한다. 기업들의 가장 중요한 마케팅 대상이자 사회를 이끌어가는 새로운 물결이라고 말한다. 그들 삶의 방식을 확인하고 이해해야만 기업은 살아남을 수 있다고들 말한다. 정보통신기술로 인하여 4차산업이 각광을 받는다. 플랫폼 경제를 이야기하고 핀테크, 암호화폐, AI, PRA를 열광적으로 떠들어댄다.

 

기술발전이 이뤄낸 각종 혁신적인 서비스는 일부에게 거대한 부를 안겼다. 그들은 말쑥한 정장을 차려 입고 나와서 혁신을 이야기한다. 사람들이 깨어나야 된다고 일갈한다. 우리는 잘못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기득권이나 주류 미디어가 놓치고 있는 지점이 그것일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가 사실은 오래된 산업적 기반에 토대를 두고 있다는 사실말이다. 혁신적인 서비스라는 것도 각종 제조업이 뒷받침을 하지 않는다면 신기루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러한 중요함에 불구하고, 이들 산업,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완전히 소외되어 있다. 이 책을 쓴 청년 노동자는 가난하다. 그가 사는 곳은 쇠락해가는 지방이다. 4차산업 시대가 사회의 아젠다를 독차지하고 있지만, 이들은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한다. 그들이 일할 수 있는 것은 부조리만이 남아 있는 것 같은 작업 현장 뿐이다. 그렇지만 힘들어도 어떻게든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노력한다. 그들이 접해야 될 그 한계와 좌절.

 

같은 MZ세대이지만, 이들의 감수성은 동 시대를 살아가는 같은 세대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얼마나 가지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모두들 여유가 없다고 한다. 그저 살아가기 위해서 발버둥친다고 하지만, 사실은 그보다도 더 소외된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연대할 수 있다는 확신,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자 하는 관용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토대로 보다 더 나은 같이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부자만을 위한 혹은 가난한 자를 위한 것만이 되어서는 안된다.

 

천현우가 이제 글쓰기라는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그가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더 많이 전달하기를 바란다. 그의 서사를 다 풀어놓았으니, 누구 말처럼 이제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회에 전해야 되지 않을까? 그것은 아마도 그에게 주어진 숙명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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