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지나쳤던 우리동네 독립운동가 이야기
유정호 지음 / 믹스커피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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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쌤이 들려주는 난생처음 35년 한국독립사 

무심코 지나쳤던 우리동네 독립운동가 이야기

저: 유정호 

출판사: 믹스커피 출판일: 2022년 8월15일 


우리에게는 근대가 존재하는가? 나는 가끔 이런 질문을 해보고는 한다. 근대가 없이 어떻게 현재로 넘어올 수 있냐고 누군가는 바보 같은 질문을 한다고 말할 지도 모르겠다. 맞다. 물리적으로 근대는 존재했다. 그러나 그 근대화를 우리 스스로 주도하지는 못했다. 노쇠한 왕조는 제국을 선포하며 자신의 힘으로 근대화를 이룩하려고 했지만 끝내 사라져버렸다. 긴 세월이 흘렀음에도 그 유쾌하지 않은 기억은 우리 공통의 서사에 각인되어 버렸다. 


그 시대의 끝도 결국 우리 손으로는 이루지 못했다. 거대한 역사적 흐름의 한 가운데서 우리는 주체성을 잃고 표류한 듯 보였다. 스스로가 결정하고 책임지지 못하는, 자아의 상실이다. 거의 대부분의 왕족과 기득권은 하나의 지배층으로 자신을 자리매기고 매국을 했다. 왕족에 대한 막대한 지원금과 기득권에 대한 은사금은 달콤한 대가였다. 어느 책인가에서 이완용이 고종의 안위를 걱정하며 그래도 왕실을 지켰다는 스스로 위안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 시대가 끝나고도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우리는 그 시대를 그다지 회상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다. 그 시대를 들여다보는 것은 참기 힘든 모욕처럼 느껴졌기 때문일까? 우리 스스로 근대화를 이룩할 수 있는 힘을 나는 과소평가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왠지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그 시대를 그대로 아예 잊어버리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은 싫었다. 그렇게 우리는 무기력한 존재들이었을까? 나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시대에 순응한 사람만 있었던 것은 아니였으니까. 


그 흔적은 다양한 형태로 우리 주변에 남아있다. 이 책의 저자가 주목한 것은 동상이었고, 거기서 우리가 관심을 주지 않았던 그들을 소환한다. 이들은 누구였을까? 그들은 순응하지 않는 사람들이었고 자기 자신의 주체성을 믿었던 사람이다. 그들이 어떤 정치적 신념을 가졌던지 그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진영논리와 결과론에서 도출된 피아 구분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알지 않는가? 중요했던 것은 그 근대라는 시대를 앞서 이야기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순응하지 않았다는 사실이지 않는가?


그들은 폭탄을 던지기도 했고, 저격을 하기도 했다. 성공한 적도 있고 실패한 적도 있다. 그렇지만 그들은 고고한 사람들이었고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 후회하지 않고 죽었다. 죽음을 앞두고서 웃는 얼굴로 사진을 찍은 그들의 모습을 회상해본다면 그들에게 중요했던 가치란 어떤 것이고 그것을 지키기가 왜 그렇게 어려웠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물론 이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의 면면을 하나씩 읽어간다면 우리가 그 시대를 잊지 말아야 된다는 것을 일깨운다. 


하지만 심심찮게 우리는 친일행각을 자행한 사람들의 동상도 마주한다. 어쩌면 이 책에서 다루기 껄끄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들도 함께 소개하며 우리가 그 시대를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는 것, 그 시대가 여전히 우리에게는 단순한 과거가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우리가 비록 자신의 힘으로 근대화를 이끌 수는 없었지만 그 시대에 우리가 무기력한 것만은 아니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수많은 흔적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는 것. 이 책을 한번쯤 읽어봐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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