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인간 - 진짜 인간으로 나아가는 인문학적 승진 보고서
장재용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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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인간

진짜인간으로 나아가는 인문학적 승진보고서 

저: 장재용

출판사: 스노우폭스북스 출판일: 2022년 6월15일 


회사인간.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내 모습이 겹쳐 보이는 것은 직장생활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이 조금은 다르지만 비슷한 경험과 갈등을 겪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나 세대마다 느끼는 세상에 대한 관점도 다르기 마련. 내가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 솔직히 불안했다. 역사학이 좋다고 호기롭게 대학에서 전공을 했지만 고학년이 되면서 역사학을 전공한 나를 사회에서는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취직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은 공포였다. 


직장생활을 하는 것 이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실 되돌아 보면 나는 삶에는 운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우연히 발을 들여놓은 석유업계는 매력적이었다. 월급쟁이라고 자위하는 우리들 중에서 자신의 일을 좋아한다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얼마 전에 누군가가 그런 질문을 했고 나는 기꺼이 내 일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되돌아보니 처음 일을 시작한 이래로 시간은 정말 꿈결같이 빠르게 지나갔다. 그래서 나는 그다지 회사인간으로서 가질 수 있는 수많은 질문과 회의감을 잘 느끼지 못했었다. 


하지만 독서는 꾸준하게 했다. 저자는 지금 살아있는 나를 위해서 죽은 자들의 지혜를 빌려야 한다는 것 썩 기분 좋은 일이 아니라고 이야기했다. 그렇지만 내게 독서는 다른 의미였다. 사실 내 스스로 일에 대한 확고한 생각이 있었으므로 자신을 알고 싶다는 목적보다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빠져든다는 기쁨이 더 컸다. 그래서 의무감보다는 호기심이 더 컸다. 느낌이 어땠든 결국은 나도 저자와 같이 책이 내 정신세계를 이루는 골이 되고 뼈, 근간이 된 것은 동일했다.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은 유대인 학살을 실무적으로 충실하게 이행한 나치 친위대 장교인 아이히만의 재판과정을 통해서 ‘악의 평범성’ 그리고 사고하지 않은 죄. 우리는 사고를 통해서 도덕적 가치판단을 해야 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저자가 아이히만을 회사인간에 대입한 대목에서 나는 문득 오늘날 조직의 지시에 의해서 일어나는 수많은 비도덕적 사건들이 얼마나 많은 것인가 생각해보았다. 만약 그런 지시가 직접적이든 혹은 간접적이든 내게 주어진다면 나는 어떠한 가치판단도 없이 이것을 충실히 수행할 것인가 아니면 단호하게 이를 거부해야 할 것인가?


생각해보면, 회사인간으로 살아가는 우리 앞에 수많은 철학적 도덕적 질문이 놓여있음을 발견한다. 종교와 정치적 구호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않는 현대인은 자유를 얻었다. 그렇지만 그 자유를 생각해볼 때, 자본주의 체제라는 구조 안에서 회사인간으로 살아가는 우리가 과연 자유인이라고 할 수 있는가? 우리에게 무엇이든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진 것 같지만 실상은 그 선택의 폭은 너무나도 좁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스스로 숙고해서 결정하는 능력이 없고, 앞날을 예견하고 선택하는 능력이 없다면 노예라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회사인간은 그저 노예에 불과한 것은 아닌가?


그러나 나는 그러한 단정은 너무 단편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한적일 지 모르지만 우리는 여전히 사유하며 질문을 던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질문에는 전체주의와 다름없는 경직된 회사문화 혹은 위계구조에 대한 것일 수도 있고 혹은 다른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노예라는 단정에서 벗어나서 보다 주체성을 가질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누군가 그 가능성을 물어본다면 나는 긍정적인 답을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생각하는 힘과 질문해야 되는 의무가 생기는 것이다. 


같이 일하는 팀원이 글을 쓰고 싶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회사를 관뒀다. 회사라는 소속에서 벗어나 자신의 주체성을 실현하기 위한 그 여정을 옆에서 보면서 나는 응원을 보낸다. 물론 회사를 다닌다고 월급쟁이로 산다고 비참한 존재로 자신을 비하할 필요는 없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회사인간으로 살아가면서도 우리는 충분히 자신의 주체성과 인간적 성숙됨을 실현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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