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불 선진국 - 연대와 공존, 사회권 선진국을 위한 제언
조국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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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불 선진국 

연대와 공존, 사회권 선진국을 위한 제언 

저: 조국 

출판사: 메디치 출판일: 2022년 3월25일 


진중권 교수가 했던 이야기 중에서 잊히지 않는 것이 있다. 우리나라 근대사의 중요한 두 개의 서사가 이제 끝났다는 것, 즉 근대화와 민주화가 그것이다. 물론 이것에 대해서 반대의 목소리를 낼 것이다. 한국이 이룬 놀라운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선진국 대비하여 취약하다는 반응이 하나일 것이다. 또 다른 목소리는 형식적 민주주의를 달성했을 뿐, 여전히 우리 주변의 수많은 부조리를 본다면 민주화는 달성되지 않았다는 비판일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우리의 근대화와 민주화에 있어서 미완인 부분이 많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이제는 다음 시대를 이끌어갈 새로운 서사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맞다고 본다. 나는 이 두가지 서사가 이미 낡았고 진부하다고 본다. 우리가 이룬 성취를 바탕으로 보다 진보하고 성숙한 구호를 외칠 시기가 되었다는 말이다. 그런 시대적 상황에서 조국 교수의 제언은 적절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나는 사회권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제대로 생각하지 못했다. 


서문에서 조국은 사회권을 이렇게 말했다. “노동, 주거, 복지, 생계, 의료 등의 분야에서 사회, 경제적 약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행복을 유지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보장받아야 할 권리’라고. 우리가 이룬 성취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단순히 국뽕이라고 치부하기 보다는 객관적인 시각에서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보아야만 한다. 그러면 우리가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가진 제조업을 가지고 있고 문화적으로는 한류를 통해서 영화, 음악 등에서 전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 삶을 본다면, 권위주의 정권에서 태어나서 교육받았으며 이후 급격한 경제발달을 목도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때는 중국의 개혁개방으로 인한 성과가 최고조로 달하며 한국도 동반 성장했다. 그러한 과정에서 우리 사회는 양적, 질적으로 근본적으로 다른 사회가 되었다. 그러한 과정에서 내 스스로는 오늘날 우리가 이룬 성과에 대해서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이제는 우리 자신이 그러한 성과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는 전혀 없다. 


책의 제목 ‘가불 선진국’은 여러 모로 의미가 깊었다.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다. 우리는 선진국이라는 목표를 위해서 뛰어갈 때 우리는 사회에 얼마나 많은 빚을 남겼는가? 인권은 빈번히 무시되고, 해묵은 낡은 정치적 구호들이 난무했다. 약자에 대한 보호나 사회적 연대는 약했다. 저자는 묻는다. 우리가 이러한 빚을 내서 이룬 선진국이라는 위치를 어떻게 하면 공평하고 정의롭게 만들 수 있는가? 우리 사회 구성원 하나하나가 존엄과 행복을 누려야만 한다. 우리 모두 그 빚을 갚자고 한다. 


문재인 정부의 성과를 기록했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수많은 노력과 결과 그리고 한계까지. 나는 이러한 작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러한 작업 후에 비로서 제대로 된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이고 앞으로 우리가 추구해야 될 바를 제대로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작업들이 어떤 낡은 정치적 구호를 위해서 이뤄지지 않기를 바란다. 이 책을 생각해보면, 저자가 합리적인 수준에서의 우리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제언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정치적 대립이라는 낡은 틀로 지양되면 안된다고 본다. 


뒤이어 말하자면, 진중권 교수가 이야기를 한 두 개의 서사가 이미 끝났다는 것. 그래서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될 새로운 비전을 모색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어쩌면 기득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입으로는 시민을 위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직업적 정치인이 이제는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지 모르겠다. 문득 이번 지방선거에서 몰락한 정의당을 생각한다. 매번 똑 같은 인물이 대통령 후보로 나오는 것을 보면서, 나는 정치 지도자라 하는 그들도 어쩌면 가짜 구호를 외치는 기득권에 불과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했다. 


나는 이 책을 쓴 저자의 책을 처음 읽었고, 그가 쓴 글이 참으로 좋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불편했다. 이전에 읽었던 조귀동의 ‘세습 중산층 사회’가 생각났다. 그는 양보와 공정이 아니라 의무와 공평이 지금 한국사회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 중에서 가장 분명하게 요구되어야 할 것의 하나가 기회의 평등이라고 이야기했다. 젊은 세대가 이 책의 저자에게 실망한 것은 본인이 속한 세습 중산층이 그 격차를 능력의 차이로 포장하고 자신의 자녀들에게 적극적으로 계층 지위를 물려주려고 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나는 우리가 앞으로 가야 될 길에 대한 이 훌륭한 제언에서 더 이야기를 해야 될 부분이 반드시 있다고 본다. 그것은 사회권이 반드시 앞으로 성취되어야 할 부분임에도 결국 사회적 계층의 이동이 가능하게 해야 된다는 것, 그것이 단순히 부모 세대에 의해서는 세습되지 말아야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실망한 것은 근대화 혹은 민주화의 구호를 외친 들, 그들이 본질적으로 같은 부류들이고 똑같이 속물이라는 것을 깨달었다는 것이 아닐까? 전문가는 많을 지라도 지식인은 없는 그런 사회가 되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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