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역사에 불꽃처럼 맞선 자들 - 새로운 세상을 꿈꾼 25명의 20세기 한국사
강부원 지음 / 믹스커피 / 2022년 5월
평점 :
새로운 세상을 꿈꾼 25명의 20세기 한국사
역사에 불꽃처럼 맞선 자들
저: 강부원
출판사: 믹스커피 출판일: 2022년 5월18일
잠깐의 뒷걸음이 있더라도 역사는 진보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문득 헤겔이 생각났다. 이전에 읽었던 구광모의 ‘세계정신의 오디세이’에서 그는 헤겔의 철학은 이성이 온갖 역경을 헤치고 자유를 찾아, 이성의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오디세이의 모험이라고 말했다. 나는 역사라는 그 과정은 결국 우리가 자유를 성취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것은 우리가 도덕적인 당위성을 쟁취하는 것에 다름없다고 보았다. 물론 빈약한 내 감정에 기초한 해석이었지만.
자신의 신념을 위해서 세상에 저항한 사람들을 생각해보았다. 아마도 그들이 추구했던 그 가치는 앞에서 내가 이야기했던 의미와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았다. ‘정의를 위하여’에서 강남순 교수는 인문학을 이렇게 정의했었다. ‘인간의 자유와 해방의 확장을 위하여 약자들과의 연대 및 사회적 책임의 의미를 인식하게 하는 것이, 바로 비판적 저항으로서의 인문학이다’라고. 이 책을 읽으며 만났던 25명의 인생을 돌이켜보니 결국 인문학이 추구하는 바가 결국 우리가 보편적으로 가져야 될 사명이라고 본다면 그들의 인생을 기꺼이 표현할 수 있는 문구가 아니었나 싶었다.
서문에서 이들 25명이 추구했던 가치를 자유와 평등, 여성해방과 노동해방, 사회주의와 민주주의 등. 그리고 결국은 그들의 목적이 공동체의 사랑과 평화와 행복이라는 것을 돌이켜보면 강남순 교수가 인문학이 추구하는 그 가치와 동일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세속적 유혹에서 벗어나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배금주의가 판을 치는 오늘날에 이들과 같은 위대한 가치를 추구할 수 있을까? 그리고 온전히 모든 것을 버리고 집중할 수 있는가? 그렇게 질문을 던진다.
박열과 같이 잘 알려진 인물도 있지만, 이 책에서 소개된 대부분은 잊힌 경우가 많다. 책을 읽으며 그들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다양한 사람들의 스펙트럼 속에서 내가 알지 못했던 그들의 인생을 만난다. 권위주의 정권 속에서 소외된 자들의 분노를 ‘무등산 타잔’인 박흥숙의 안타까운 사연을 읽는다. 살인은 절대 정당화될 수 없지만, 고도 성장의 한 가운데서 외면당한 철거민의 모습이 눈에 떠오른다. 가난한 자들과의 연대, 사회적 책임의 의미. 우리가 욕망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다면 어땠을까?
무솔리니 체제에서 저항운동을 펼쳤던 안토니오 그람시(Antonio Gramsci)는 말했다. ‘나는 무관심한 자들을 미워한다’라고. 우리가 이 책에 있는 사람과 같이 살아갈 수 있을까? 아마도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세상이 진보한다는 믿음, 우리가 선한 가치를 공유하고 사랑과 행복, 평화를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거기에는 어쩌면 현대에는 사회에 대한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그러다가 우리는 어떤 위대한 가치를 온 몸으로 느끼며 거대한 힘을 일으키는 한 일원으로 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그냥 빈 말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보다 더 구체화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