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愛 물들다 - 이야기로 읽는 다채로운 색채의 세상
밥 햄블리 지음, 최진선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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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래애

물들다

저: 밥 햄블리 역: 최진선

출판사: 리드리드출판 출판일: 2022년 5월10일 


여름을 좋아하게 된 것은 나이가 조금 든 후였다. 어렸을 때는 끈적거리는 여름의 날씨보다는 아무래도 차가운 겨울이 더 좋았던 것 같다. 우연히 눈이라도 내릴 때, 세상이 흰색으로 덮이는 순간에 이상하게도 마음은 잠깐이지만 무척이나 안도한 듯한 느낌이었다. 대학후배와 무작정 떠났던 지방으로의 여행사진은 아직도 생각난다.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한 사찰을 후배와 둘이서 올라갔고, 눈 내린 후 고요한 사찰은 흰색과 메마른 나무의 색깔이 뚜렷하게 대비되며 내 마음에 각인되었다. 


어느 순간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추운 겨울의 끝자락에서 나는 무척이나 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끈적거리는 여름을 기대하고 있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다만, 어느 순간에 생명이 만개한다는 상투적인 감정이 들었던 것일까? 일본인들이 봄에 짧게 피고 지는 벚꽃을 구경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어린 시절이 다 그런 것처럼, 내게는 관심을 갖고 있던 것들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일본인들의 그 감정을 그 후에나 알게 된 것이다. 


나는 지금 벚꽃을 보러 밖에 나간다. 유명한 여의도 벚꽃길을 갈 엄두는 나지 않지만, 북한산로를 따라 길게 이어진 벚꽃을 보러 간다. 사람도 없고 한적하게 감상할 수 있다. 카페에 앉아서 맞은 편 산을 보면 어린 초록색 사이 사이에 분홍빛 벚꽃이 눈에 띈다. 아름답다는 감정이 들고 말없이 한동안은 풍경을 보는 것이 가능하다. 문득, 내가 자주 다니던 이 길과 카페에서 보던 바깥 풍경이 무척이나 낯설어 보인다. 문득 색은 그래서 참 중요한 것이다 라는 또 상투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가 평소에는 인지하지 못하지만, 색은 우리에게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어쩌면 세상을 보다 다채롭게 만드는 것이 가능한 것은 다양한 색을 조화롭게 사용할 수 있는 능력에 의한 것은 아닐까? 언젠가 겨울의 블라디보스톡을 간 적이 있었다. 정확하게는 겨울의 끝자락. 공항에서 호텔로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바라본 바깥 풍경이 생각났다. 쌓인 눈이 자동차와 흙으로 온통 회색빛을 띄고 있었다. 우중충한 거리의 모습은 을씨년스럽다. 왠지 러시아라는 나라가 으레 우리가 생각했던 것 같은 그런 느낌으로 딱 맞게 다가오는 것 같았다. 머리 속은 온통 푸른 빛의 바다가 생각났다. 


책을 읽다가 안전모의 색깔이 구분되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우리가 운영하는 유류저장탱크터미널에 가보면 작업자나 방문자나 모두 하얀색 안전모를 쓰고 있어서 이렇게 세세하게 구분된다는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런데 그러한 사실에 못지않게 내 관심을 끈 것은 역할에 따라 나누어진 색색의 안전모들의 일러스트였다. 아, 알록달록하네. 왠지 이런 일러스트는 관심이 간다. 경마기수복의 일러스트는 어떤가? 아마도 이 책을 읽을 기회가 되는 사람은 책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이런 일러스트에 관심이 갈 것이다.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이다. 봄이 지나가고 여름이 오고 있다. 미세먼지만 아니라면 카페의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따뜻한 햇빛을 맞으며 이 책을 읽을 수 있다. 문득, 당신은 책을 내려놓고 주변을 돌아볼 지도 모르겠다. 그리곤 미처 무관심했던 그 주변에서 다채로운 색채를 발견하고 감탄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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