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 정치적 동물의 길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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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정치적 동물의 길

: 김영민

출판사: 어크로스 출판일: 20211110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김영민 교수의 에세이다. 그가 쓴 몇 권의 에세이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칼럼계의 아이돌이라는 찬사도 붙었다. 이 책을 선택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고, 정치적 동물의 길이라는 부제에서 흥미를 느꼈을 뿐이다. 그의 전공을 생각해보면, 오늘날 복잡한 우리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 아닐까 상상했다. 물론, 틀린 예상이었고 그가 쓴 글은 상상했던 것보다 더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칼럼계 아이돌이라는 내용도 검색 중에 알게 된 것이다.)

 

인간을 어떻게 정의를 하든지 간에 인간의 삶이 사회와 연결된 이상, 우리는 정치와 별개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과의 관계를 단절하고 싶어, 홀로 고립되어 산다면 모를까? 우리가 일상을 살면서 하는 하나 하나의 행동들은 전부 정치적인 것들이다. 유한한 삶을 살아가지만 우리는 모두 목표와 욕망을 가지고 있고, 이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권력을 발생한다. 저자가 소개하는 월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이 떠오른다. 소설과 영화 모두 내 머리 속에 강하게 각인되어 있다.

 

그렇지만 우리가 이야기를 하는 모든 제도와 규칙, 개념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인가? 사피엔스에서 저자는 호모 사피엔스가 허구적 이야기를 창작하고, 종교, 정치구조, 상업, 법체계와 같은 방대한 체계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어쩌면 스스로 정치적 존재라고 자신을 정의한 인간들에게 이러한 허구에 기반한 구조, 신념, 체계를 믿음으로써 진실을 창조했는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모두가 합의한 가치라고 한다면, 그것이 비록 허구라도 토대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정치권을 비판하면서 했던 말이 기억난다. 정확하지는 않다. 어렴풋한 기억으로 그는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서사는 이미 그 수명을 다했다고 일갈한다. 우리가 믿었던 그 가치가 이제 더 이상 우리 사회의 토대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 운동권이라는 군사정권에 대한 도덕적 정당성을 가졌던 이들이 이제는 기득권이 되어 버린 진실. 그것을 아무리 이전의 서사로 포장하려고 하더라도 이전과 같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 기억났다. 모두가 합의한 가치가 아니라면, 이제 무엇으로 길을 나아가야 하나?

 

정치적 구호, 종교적 믿음도 공동체에서도 자신의 길을 찾지 못하는 우리 자신이 생각났다. 정치적 동물, 아마도 그 서사가 가치가 전혀 다르게 변한다고 하더라도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방법을 찾아야할 것인가? 선진국이라는 환상 속에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지만, 우리 사회에 만연한 후진적 요소는 어떻게 할 것인가? 김영민 교수가 이야기한 수많은 산업재해의 희생자를 보라. 금번에 광주 아파트 붕괴로 일어난 사고를 생각해보자.

 

그래서 그는 마지막에 생각의 공동체라는 칼럼으로 책을 마무리했다. 올리버 색스가 죽기 전에 쓴 책에 있는 내용을 인용했다. ‘지각 있는 존재 (sentient being)이자 생각하는 동물 (thinking animal)로서 이 아름다운 행성에 살 수 있었던 것이야말로 대단한 특권 (privilege)이며 모험 (adventure)이었다라고. 아마도 이 글에서 20세기의 근대적 서사를 잃어버린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혹은 추구해야할 가치가 있을 것이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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