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번 위스키의 모든 것 - 술꾼의 술, 버번을 알면 인생이 즐겁다
조승원 지음 / 싱긋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버번 위스키의 모든 것 

술꾼의 술, 버번을 알면 인생이 즐겁다

저: 조승원

출판사: 싱굿 출판일: 2020년 5월8일 


600페이지가 거의 다 되는 이 책을 단숨에 읽었다. 읽으려면 제법 시간이 걸리겠다고 생각했다. 두껍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다 읽는다면, 아마도 나는 버번 위스키와 친밀해지지 않을까 라는 기대감을 가졌다. 이 책을 쓴 조승원 기자를 인터넷의 동영상에서도 접했다. 딱 봐도 술꾼이다. 아니 그냥 술꾼이 아니라 엄청난 술꾼이라는 것을 딱 보면 안다. 술꾼은 술꾼을 알아보는 법. 얼마 전에 읽었던 ‘개와 술’의 술딴 작가도 직접 보았을 때 느꼈다. 술꾼이네. 


위스키를 본격적으로 접해본 것은 사회생활, 영업을 하면서다. 그 때는 위스키 자체를 마시기 보다는 그냥 맥주와 섞어 먹는 폭탄주의 원재료였다. 아마도 윈저가 가장 흔했던 것 같지만. 그러다가 문득, 내가 마시는 위스키는 어떤 것인가 궁금했다. 그렇게 시작된 내 나름의 위스키 탐험은 꽤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싱글 몰트 위스키가 자리했다. 캐스트 스트렝스, 피트향이 강한 아일레이 위스키, 아드벡, 라가불린, 라프로익까지. 위스키를 처음 접하는 사람은 싫어하는 녀석들까지 사랑하게 되었다. 


버번 위스키를 모르지는 않았다. 대학시절에도 선배가 사주셨던 잭콕의 맛을 기억한다. 니트로 마시기는 무척이나 힘들었다. 잭 다니엘스와 짐 빔이 아마도 좀 흔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당시는 맥주, 막걸리, 소주가 친숙했다. 어떻게 보면 그렇게 버번은 내 머리에서 그 상대적 포지션이 크지 않게 된 것 같았다. 스카치 위스키, 아이리쉬 위스키, 야마자키와 같은 싱글몰트 혹은 히비키와 같은 블랜디드 위스키에 감탄하면서도 버번은 손대지 않았다. 


코로나로 인한 조치들로 인해서 늦게까지 술을 마실 기회도 없다. 다들 저녁식사를 하는 것도 부담스러운 눈치이다. 그러다 보니, 하지도 않았던 혼술을 하게 된다. 혼자서 마시는데 싱글 몰트 위스키는 필요없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가볍게 하이볼로 마실 수 있는 술인데, 그러다가 문득 버번을 발견했다. 와인앤모어 매장에서 비싸지 않은 가격의 버번이 가득하다. 한번 마셔볼까?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의 선입견이 컸던 것 같다. 지금 마셔보는 버번의 맛과 향은 왜 이렇게 좋은 것인가? 하이볼로 마셔도 니트로 마셔도 괜찮았다. 스카치 위스키와는 전혀 다른 스파이시한 맛이 나를 자극한다. 단지 버번은 옥수수가 51% 이상 들어가는 위스키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맥아로만 만들어지는 몰트 위스키와는 다르다는 정도의 얄팍한 지식만을 가지고 있다. 알고 싶었다. 버번에 대해서 다룬 책을 찾았고, 거기서 조승원 기자가 쓴 ‘버번 위스키의 모든 것’을 찾아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얼마나 버번을 마시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의 버번 위스키 증류소 탐방이 너무나 부러웠다. 그래 술꾼, 그 중에서도 위스키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그 마음. 증류소는 단순한 술을 만드는 곳이 아니다. 거기에는 어떤 영혼이 깊숙하게 새겨진 내밀한 공간이다. 거기서 나도 증류소 투어를 하고 테이스팅 룸에서 여러 위스키를 맛보고 싶다. 아마도 행복하다는 말은 적어도 술꾼들에게는 이 순간이 아닐까?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다음 주에는 버번 위스키를 사람들하고 마실 것이다. 강렬한 와일드 터키를 한 병 시켜서 좋은 사람들하고 나누어 마실 것이다. 책의 띠지에 적힌 문구가 유난히 마음을 흔든다. “친구를 가까이하고, 비번은 더 가까이하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