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 대전 - 일촉즉발 남중국해의 위험한 지정학
로버트 D. 캐플런 지음, 김용민.최난경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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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대전

(Asia’s Cauldron) 

일촉즉발 남중국해의 위험한 지정학

저: 로버트 D. 캐플런 역: 김용민, 최난경 

출판사: 글항아리 출판일: 2021년 4월5일 


석유의 가격적 결정요인은 너무나 많아서, 유가의 움직임을 예측한다는 것은 사후적인 말 맞추기에 불과하다고 누군가 이야기한 것이 기억난다. 흔히 이야기하는 대표적인 요인들 중 하나는 지정학적 원인을 흔히 말한다. 석유가 지정학적 불안이 높은 지역, 중동, 베네수엘라와 같은 곳에 매장되어 있으니 당연한 이야기이긴 하다. 내가 이 글을 석유로부터 시작하는 것은 남중국해의 지정학적 불안도 이와 연관이 많기 때문이다. 


급격한 경제발전으로 중국은 이제 미국과 패권경쟁을 하는 단계다. 이제 전세계에서 미중갈등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사람은 없다. 노골적으로 표면화된 두 패권국가의 갈등은 우리에게도 큰 영향을 준다. 비근한 예로 국내에 배치된 사드 문제로 인해서 중국에 진출한 국내기업이 중국의 노골적 보복을 당했다. 반중감정이 국내에서도 고조되고 친미를 해야 된다는 일부 주장도 있다. 


그렇지만, 오늘날 우리의 경제상황을 면밀하게 살펴본다면 그것이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중국의 고도성장이 한국이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발전하는 가장 큰 원동력의 하나였다는 것, 중국과의 교역을 통해서 질적인 성장을 이뤘다는 것을 우리는 애써 부인할 수 있을까? 물론, 중국의 행패를 그러한 측면에서 무조건 이해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어렵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이를 확대해보면, 여러 나라와 바다와 육지로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이 이러한 갈등을 조장한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인도와 중국간 국경분쟁과 남중국해의 영유권 분쟁은 국제뉴스의 가장 흔한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앞서 이야기를 한 석유와 연관해보면, 급격한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중국은 이를 중동산 원유에 의존한다. 이것은 한일도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생명줄과 마찬가지인 에너지 보급로가 남중국해를 경유한다. 중국이 세계의 패권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에너지 안정성은 필수적이다. 또한, 남중국해에 매장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막대한 석유와 가스도 중국 그리고 영유권 분쟁 중인 모든 나라에게는 매우 민감한 문제가 되어버렸다. 군비확장을 통해서 최신의 장비를 보유한 중국이 그 힘을 뻗치면서 미국과도 대립하게 되었다. 


저널리스트인 로버트 D. 캐플런은 그 당사자들이라고 할 수 있는 동남아 제국을 탐방했다.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대만이 그 대상이다. 각 나라는 사회적 역사적 배경이 서로 다르다. 그렇지만 그 차이와는 별도로 이들이 중국의 힘에 홀로 맞서기는 매우 위태롭다. 베트남과 같이 오랜 기간 중국과 갈등하고 민족적 자의식이 확고하든지 싱가포로와 말레이시와 같은 현명한 독재자가 다스린 국가든지, 필리핀과 같이 실패한 국가든지. 


미국을 비판하는 좌파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은 미국의 형태가 제국주의적이라는 것이라고 도덕적 비판을 가하는 것과는 별개로, 오늘날 우리 세계는 미국이라는 패권국가가 보장하는 항행의 자유, 거기에 기반한 자본주의 경제체제 속에서 안정과 번영을 얻었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저자는 미국이 카리브해에서 유럽 제국주의 국가를 몰아낸 후, 세계적 패권국가가 된 과정을 환기시킨다. 남중국해는 중국에는 미국의 카리브해와 마찬가지다. 따라서, 여기를 장악하지 못한다면 중국이 미국과 같은 패권국가로 성장하는 것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노출될 것이다. 


어떤 미래가 가능할까? 나는 이전에도 시사를 다룬 책의 생명력이 짧다는 이야기를 몇 번인가 했었다. 이 책의 원문이 출간된 것은 2014년이니 그 효력이 이미 다 한 것은 아닌가 생각해볼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몇몇 사항에 대해서만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상황이 크게 호전되지는 않았다는 것은 확인할 수 있다. 다만, 미국의 대중국 견제는 견고하고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고, 그에 비례해서 중국의 성장이 그만큼 확고하다는 증거이기도 할 것이다. 


문득, 중국이 패권이 아니라 평화로운 공존과 상호존중을 추구한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첨단무기를 동원한 무력충돌은 이미 유행이 지난 것처럼 보이고 식상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에 비춰서 볼 때, 간과했던 한 가지 사실이 기억났다. 그것은 역사의 아주 예외적 기간 – 청나라 말기부터의 짧은 근대 시기일까 – 을 제외하고는 그들이 제국적 팽창을 멈춘 적이 없다는 사실 말이다. 


출간된 지 거의 10년이 되어가지만, 이 책의 생명력이 끝나지는 않은 것 같다. 오히려 이 책에서 엿볼 수 있는 저자의 통찰력을 오늘날의 상황과 비교해보니 더욱 생동감이 느껴졌다고 말해야 할까? 아마도 이 책을 읽는다면 여러가지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시간을 내서 한번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충분히 내게는 큰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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