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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옳다 - 정혜신의 적정심리학
정혜신 지음 / 해냄 / 2018년 10월
평점 :

이 책의 저자 정혜신 님은 30여 년간 정신과 의사로 활동하며 1만 2천여 명의 속마음을 듣고 나눈 분이라고 한다. 지금 우리 사회엔
정신과 의사나 심리상담사 등 전문가에 의지하지 않고도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치유법이 시급하다 진단하여 적정 심리학이란 새로운 그릇에 손수
지어서 허기를 해결하는 집 밥처럼 자신의 심리적 허기와 상처를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치유의 근본 원리를 이 책에 담았다고 한다.
저자가 나의 마음을 물어오듯 따뜻하고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은 물론 공감을 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그 속에서 우리가
실수를 하거나 잘못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스스로의 경험을 바탕으로 또는 다른 사람의 글과 이야기를 바탕으로 조용하게 이야기하듯
알려준다.

책의 소제목마다 나의 눈길을 끌었던 부분, 이런 세심한 부분에서 사람들은 공감하고 위로받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우울은 삶의 보편적 바탕색
내가 우울하거나 마음이 좀 허전할 때 듣는 노래가 있다. 헤르쯔 아날로그의 <무지개>라는 노래인데 멜로디 자체도 좋지만 나는 그
곡의 가사를 참 좋아한다. "우린 비를 약속할 수 없어. 무지개도 약속할 수 없어. 인생은 날씨와도 같아서 대충 예상만 가능할 뿐." 책 속에서
이 페이지 부분을 읽는데 무지개라는 노래가 계속 생각이 났다. 우리의 마음, 우리의 기분도 날씨와 같다. 어쩌면 우리는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는 것을 우울증이라는 병으로 가두고 우울해해서는 안된다고 스스로에게 강요하고 있는 것 같다.
저자는 책 속에서 우울과 무력감은 삶의 그 자체일 뿐 병이 아니라고 말을 한다. 누구나 우울할 수 있다. 잘 있다가도 갑자기 기분이
다운되기도 하고 또 갑자기 좋아지기도 한다. 나 또한 그것이 내 마음이 보내는 신호라고 생각한다.
그럴 때는 가만히 지금 나의 감정을 곱씹어 본다(우울할 땐 잘 되는 편이지만 화가 나면 제어가 잘 안된다.) 내가 그렇게 느꼈던 이유,
무엇이 문제였는지 그리고 이 기분이 해결책이 되는지에 대해 생각해본다. 그러면 기분이 한결 나아진다. 어쩌면 나의 감정들은 내가 나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 보내는 최소한의 표현이 아닐까?

요즘 마음이 어떠세요?
우습게 들리고 터무니없이 들릴지도 모르지만 나는 내 조카들을 오랜만에 만나 둘만 있게 되면 요즘 어떻게 지내냐고 물어본다. 이게 왜
터무니없냐면 내 조카들은 3살 5살 7살이기 때문이다. 처음 내가 첫째 조카에게 요즘 어때?라고 물었을 때 그 소릴 들은 언니는 넌 무슨 애한테
그런 걸 묻냐며 웃었다. 머쓱해져서 그냥 유치원은 잘 다니는지 요새는 뭘 좋아하나 궁금해서 물었다고 얼버무렸지만 나는 요령이 없었을 뿐 만나는
사람(혹은 아이들)의 마음이 궁금해서 물었는지도 모르겠다.
친한 친구도 몇 없고 그마저도 연락을 뜨문뜨문한 나이기에 친구들과 처음 대화를 시작할 때 요새 잘 지내냐는 말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나의 그런 말에는 무엇을 어떻게 하고 지내는지 궁금해서 묻는 것도 있지만 요즘 마음이 어떤지 묻는 경우가 더 크다.
책 속에서 이 말을 처음 읽었을 때 나는 알 수 없는 울컥함을 느꼈고 말 자체로 위로가 되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었다. 더불어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내가 남에게 묻는 말이 책 속에 나와 기뻤고 내심 안도가 되었다. 남에게 마음이 어떠냐고 물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나의
마음에게도 요즘 어떠냐라고 물을 수 있는 사람이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다. 이상한 안도감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랬다.
너를 공감하다 나를 만나다
공감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다정한 시선으로 사람 마음을 구석구석, 찬찬히, 환하게 볼 수 있을 때 닿을 수 있는 어떤 상태라고
한다. 사실 이 글을 읽으니 내가 그동한 공감한다고 했던 말했던 공감들이 정말 공감일까 하는 생각이 들긴 했다.
공감은 또한 좋은 말 대잔치나 칭찬의 립 서비스가 아니라고 말을 한다. 이 부분을 읽고 내가 한 행동들을 한번 돌이켜 보았다. 그저 내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했던 공감은 아닌지 친절한 인상을 주고 싶어서 무리해서 따뜻해 보이는 말을 찾은 것은 아닌지 하고 말이다. 공감은 그
말이 궁극적으로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그 말이 어디에 내려앉는 말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한다. 그 부분까지 읽으며 공감의 방향이 사실은 나의
기분이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해본다.

(P.257) 역할에 충실한 관계란
'모름지기 주부란, 아내란, 엄마란, 며느리란 이러이러해야 한다.
모름지기 가장이란,
아빠란, 아들이란, 사위란 이러이러해야 한다'라는
집단 사고에 충실한 삶이다.
역할 놀이 중인 삶이다.
이런 삶, 이런 과계
속에서
상대가 누군지, 나는 어떤 존재인지 알 수 없는 건 당연하다.
내 심리적 S라인이 드러나지 않는 삶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살면서 한 번도 그의 속살을 본 적이 없는 삶이다.
어떤 책이든 읽으면 나도 모르게 책을 비평하거나 어떤 점은 좀 아쉬웠다든가 말을 하게 된다. 그건 내가 잘나서도 아니고 으스대기 위함도
아니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조금은 부끄럽다. 나의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내가 공감하지 못했다고 해서 틀린 말도, 이야기도 아닌데 말이다.
그렇다고 앞으로 절대 책에 대한 평가를 안 하겠다는 거짓말은 못하겠지만 책을 읽으며 한 번쯤은 더 생각해볼 것이다. 그것이 공감의 첫걸음일
테니까 말이다.

이 책은 그저 읽는 책이다. 점쟁이를 앞에 둔 것처럼 어디 한번 내 마음을 맞춰보시지, 혹은 조금만 지루하거나 단어가 반복되면 아쉬웠다고
써야지라는 마음을 먹는 것 자체가 무리인 책이다. 그저 아 그랬구나, 그랬을 수도 있겠다. 그럴지도 모르겠네라는 생각이 마음 한구석에서 계속
대답하게 되는 책이다. 읽는 내내 좀 더 진실되게 나의 마음과 함께 타인을 공감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 책이 나의 마음에 공감을
해준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