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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얼굴로 구워삶는 기술 - 세상에서 가장 짧고 쉬운 20가지 심리 법칙
로버트 치알디니.노아 골드스타인.스티브 마틴 지음, 박여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7월
평점 :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고 여러 사람을 만나다 보면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 사람이 있고,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습관화되어 알게 모르게 타인에게 상처도 많이 주었고, 너무 솔직하게 말하다 갑분싸를 만든 적도 참 많았습니다. 따지고 보면 천 냥 빚을 지는 사람에 가까웠어요.

그리고 나이가 들어 상대방에게 부탁을 할 때, 관계를 이어나갈 때,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고 여러 작용을 하는지 알게 되면서 말, 대화, 심리학에 상당히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어떻게 보면 심리학에 기반한 사회생활 스킬이라고 해야 할까요? 저는 그런 것들에 관심이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말 한마디에 속이 부글부글 끓거나, 칭찬 한마디에 끓던 마음이 사라진 경험 있으시겠죠? 사람은 이렇게 아주 작고 사소한 것에 흔들리게 되어있다고 합니다. 인간은 좋은 것보다 싫은 것을 더 강렬하게 기억한다는 손실기피자 법칙이 있다고 하는데요,

이 실험을 통해 '이 방법대로 하지 않으면 매일 조금씩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는 문장 하나만 넣었을 뿐인데 실험을 해보니 두 배에 달하는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해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욱더 우리 마음은 작은 것에 흔들리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이 책은 심리학을 기반으로 짧고 쉬운 20가지 법칙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크기도 작고 가벼운 데다가 한 단락씩 스무 단락 정도로 나누어져 있어 끊어 읽기도 상당히 간편한 책입니다. 작은 것에 흔들리도록 설계되어있다는 사람의 마음! 이 흔들리기 쉬운 마음을 이용해 내 마음에 맞게 상대의 행동을 유도해 낼 수 있다면 정말 좋겠죠?
악용하여 무조건적으로 상대방을 구워삶는 것이 아니라 타인이 눈치채지 못하게 아주 조금~! 아주 조금만 나의 뜻대로 유도할 수 있는 방법들이 담겨있기 때문에 쉬운 내용은 당장 실생활에 적용하실 수도 있습니다.
책 속에는 귀여운 일러스트까지 함께하고 있어 내용이 조금 난해한 부분도 그림을 보면 조금 더 이해하기 쉽도록 구성되어있습니다. 각 단락의 마지막 장에는 결론만 묶어서 정리한 페이지도 있으니 참고하세요.
설득은 마법이 아니다. 타고난 재능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더 쉽게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도 물론 있다. 하지만 그런 능력을 타고나지 못했다고 해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아이디어조차 알지 못하거나 원하는 것을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책 속에는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저도 이 책을 읽기 전에 설득이라는 것은 이미 많이 경험해본 사람들, 혹은 타고나기를 설득을 잘하는 사람으로 태어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만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말로 오해를 사거나, 천 냥 빚을 지지 않는 순간도 올 수도 있겠다고 느꼈습니다.

사실 저는 심리학에 기반되어있는 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부탁이나 제안을 할 때 항상 두 가지를 만들어 가는 버릇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람이 한 번은 거절하기 쉽지만 바로 이어 다른 부탁 or 제안을 하게 되면 미안한 마음이 들어 두 번째의 부탁을 들어줄 확률이 높은 것을 자주 경험해봤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너무 무리한 부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최선, 차선책을 해결방안으로 놓고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도 합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정말 어려운 부탁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 번째의 부탁을 들어주거나 두 가지의 부탁을 고민해보고 자기에게 좀 더 유리한 한 가지 부탁을 들어주기도 했습니다. 아마 저의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책 속의 [7. 때로는 먼저 거절당하는 것이 유리하다: 거절 후 양보 전략]과 일맥상통한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이렇게 개인적으로 경험해본 이야기 외에도 책 속에는 재미난 심리학에서 비롯된 행동 결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어 쉽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웃는 얼굴로 구워삶는 기술>, 이 책의 단점이라면 번역의 문제인지 아니면 원래 내용이 그러한지 매끄럽게 읽히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미 다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 조금씩 포함되어있어 너무 당연한 내용이 있는 부분들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좀 더 치밀하고 '생각해보니 정말 그런 걸?' 같은 내용의 글들이 많으리라 생각했는데 이 책은 그것보다는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참고문헌을 예로 들거나 대부분 실험의 결과로 하나의 현상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간혹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었고 '과연 그럴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페이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부분 도움이 되었고 사람과 대화를 할 때 한 번 정도는 생각해보고 말할 수 있도록 해주는 책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