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부터 좋아하기로 했습니다 - 실은 조금도 괜찮지 않은 나를 위해
엔도 슈사쿠 지음, 김영주 옮김 / 북스토리 / 201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자존감이나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관련된 책은 이제 읽지 않으려고 했다. 심리학에 대한 이야기,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책은 아직도 여전히 너무 많다. 그 책들을 읽고 자존감을 되찾고 스스로를 알게 된다면 백 권이고 만권이고 읽겠지만 결국 내가 그 책을 얼마큼 좋아하느냐에 따라 나의 자존감과 나라는 사람의 모습은 계속 바뀐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도 슈사쿠의  <이제 나부터 좋아하기로 했습니다.>  를 읽은 이유는 실은 조금도 괜찮지 않은 나를 위해라는 부제도 부제였지만 책 소개 중 한 글귀가 와닿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인생의 이면에 존재하는 슬픔의 음악을 연주하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 글귀를 보는 순간 이 책은 꼭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엔도 슈사쿠라는 이름은 많이 들어봤었고, 노벨문학상에도 여러 번 거론되었다는 것은 알지만 실상 이분의 글을 읽는 것은 처음이었다. 일본 소설을 다른 사람에 비해 좀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지금은 돌아가신 분이고, 내가 한창 일본 소설을 읽었던 시기와는 맞지 않아서였을 것 같다.

 

이 책은 엔도 슈사쿠가 들려주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따뜻한 위로 같다. 물론 나이가 들었다고, 겪을 만큼 겪었다고 해서 그것이 모든 이들의 공감을 사는 일은 아니겠지만 세심하고 다정하게 말을 건네주는 엔도 슈사쿠의 이야기는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뒷부분으로 갈수록 비슷한 이야기가 계속되어서 살짝 지루하긴 했지만 삶의 연륜에서 오는 지혜랄까. 어떻게 보면 너무 뻔하디 뻔한 용기를 주는 책 같지만 가슴속 따뜻함이 피어나는 조금은 다른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챕터 1. 나를 이해하기 시작하다.

 

 

엔도 슈사쿠는 인간이 가진 허영심, 욕심, 질투를 나쁜 감정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에게는 마땅히 다양한 요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로 인해 한 인간이 여러 가지의 가면을 쓰는 것 또한 당연하며 스스로를 부정하거나 죄책감을 느껴서는 안된다고 이야기한다. 스스로가 가지는 부정적 감정들이 무조건 적인 나쁨이 아니라 내가 가질 수도 있는 감정임을 이해하라는 이야기를 한다.

 

 


챕터 2. 나를 좋아하기 시작하다.

 

 

나를 이해했다면 다음 순서는 나를 좋아하는 것이다. 엔도 슈사쿠는 자신이 가진 콤플렉스를 열등감으로 느끼지 말고 자신의 개성으로 만들어 보라고 한다. 사실 나도 얼굴에 상당히 콤플렉스가 심한 편이다. 나이를 먹으면 나아질 줄 알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사람들이 나만 쳐다보는 것 같고 이상하게 바라보는 눈빛이 싫었다. 어느 날 남자친구가 나에게 그것을 내가 가진 장점으로 발휘해 보라고 했다. 내가 다른 사람보다 상대방에게 강하게 인식이 되는 것이니 거기서 오는 장점이 있을 거라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이 문장을 읽으니 더 와닿는 것 같았다. 내가 느끼는 감정, 눈에 보이는 나의 모습. 이 모든 것을 모두 바꿀 수는 없다. 하나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바로 그것을 느끼는 나의 마음을 바꾸는 것뿐이다. 어떻게? 긍정적으로.

 

 


챕터 3. 나를 사랑하는 법.

 

나를 이해하고, 나를 좋아하고 이제 마지막으로 내가 할 일은 나를 사랑하는 것이다. 나는 생각보다 나약하고, 잘 울고, 예민하다. 뭐든 포기하는 법이 빠르고 중간에 흥미를 잃으면 나 몰라라 할 때도 많다. 하지만 엔도 슈사쿠는 그런 소심하고 나약한 자신의 약점을 등에 지고도 전력을 다해 아름답게 살아가고자 하는 모습이 훌륭하다고 위로한다. 나는 온전하지도 완전하지도 못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나를 사랑할 구실이 많고, 사랑해야 할 이유가 많아지는 것이다.

 

 

앞서 자존감이니 심리학이니 이제 그런 책들은 별로 읽고 싶지 않다고 했던 이유는 그렇게나 읽었는데도 아직도 날 사랑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일까 봐 걱정돼서였다. 하지만 이제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지금 당장 날 사랑하지 못하면 어떤가. 사랑? 그거 쉽게 할 수 있는 거 아니잖아. 나는 좀 더 느릴 수 있잖아라고. 사랑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책들 속에서 나만 나를 사랑하지 않는가 두려워서 괜스레 스스로를 사랑하는척하지 말고 이런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자. 언젠가 자연스럽게 내가 나를 사랑하는 날이 올 수 있도록 말이다.

 

많은 자존감에 관련된 책들을 읽었고, 앞으로도 읽을 테지만 어쩐지 책표지처럼 파랗고 차근차근하게 이야기해주는 이 책이 나는 참 마음에도 들었다. 뒷부분은 반복된 이야기가 있어 지루했지만 그 정도는 애교로 봐줄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