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적인 건축이란 무엇일까요? 이에 대해 시자 선생님과 이야기를한 적이 있습니다. 그에 대한 시자 선생님의 대답은 이러했습니다.
<바닷가에 있는 두 채의 다른 집을 상상해 보라. 첫 번째 집은 리처드마이어 Richard Meier가 설계했을 법한 미국 동부의 어느 바닷가에 면한집이다. 집이 바다를 가리고 서 있기 때문에 입구로 들어갈 때는 바다가안 보이다가 복층으로 되어 있는 리빙룸에 들어가면 전창을 통해 온통바다가 시야 가득 들어온다. 그렇게 바다가 펼쳐진 리빙룸 바닥에는하얀 카펫이 깔려 있고, 한쪽에는 벽난로가 있다. 그 공간에 들어오는이마다 《와!》하며 함성을 지를 것이다. 그런데 그 안에서 한 시간이 넘게앉아서 와인을 마시고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면 처음에 바다를 보며감탄했던 마음은 어떻게 될까? 감흥이 다 시들어 있을 것이다. 또 다른공간은 아일랜드의 어느 낭떠러지 앞이다. 폭풍우가 치는 날 양치기들은움막 같은 그곳을 피난처 삼아 양떼를 들여보내고는 푹풍우가 가라앉길기다릴 것이다. 그 움막 안에서는 요란스런 폭풍우를 소리로만 느낄수 있다. 만약 그곳에 바람이 드나드는 숨구멍이 하나 있다고 해보자.
아마 그 양치기는 거기에 매달려서 바다를 볼 것이다. 양치기에게 그바다는 어떤 느낌일까? 신기한 바다, 보고 싶은 바다, 궁금한 바다일것이다. 두 건축물 중에서 시적인 건축물이 있다면 어떤 것이겠는가?> - P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