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쓰는 법 - 살아갈 나를 위해 살아온 날을 쓴다
나탈리 골드버그 지음, 한진영 옮김 / 페가수스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이 작가는 정말 글을 잘 쓴다.

잘 쓰는 사람이 잘쓰는 법을 참 효율적으로도 설명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보너스 트랙까지!

그냥 기술을 연마하는 법을 알려줄 뿐 아니라 그 부가효과로 스스로에 대한 치유효과까지!

 

벤다이어그램으로 말하자면 3개 원의 교집합인 셈이다.

 

치유활동 * 기술연마 * 읽는 재미

 

이 책을 처음에 도서관에서 빌려보다가

아예 구매해 버렸다.

왜냐하면 읽는 것만으로도 재미있고 글쓰기에 자극이 되지만 무엇보다 계속 읽어가며 스스로 글을 써보고 싶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건 작가가 설명만 하는게 아니라 연습과제를 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매번 주제를 주고 10분간 집중해서 한번 써보자~ 라고 부드러운 회유까지. 게다가 주제나 소재가 하나같이 재미있고 흥미를 느끼게 만드는 것들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작가가 그 소재에 대한 스스로의 재미있는 예시를 적절하게 들어주며 미리 에피타이저를 대접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 그러고보니 이런 식의 방식, 누구와 닮았는지 떠올랐다.

어린시절 피아노를 배우던 때였다. 가정집에서 피아노 학원을 경영하셨던 선생님 집에 가면 소파와 피아노(그것도 방안에) 가 있었고 만화책이 엄청 많이 쌓여 있었다. 내 순서가 되기를 기다리며 따뜻한 방에서 만화책을 봤다. 내 차례가 되면 책을 펼치고 선생님이 먼저 그 곡을 한번 쳐준다. 나는 그 곡을 듣고선 악보를 보면서 따라 해본다. 마음이 편하고 선생님이 미리 시범을 적절히 보여주었고 집안의 공기가 따뜻했기에 항상 피아노 시간이 즐거웠다. 한번은 겨울에 집에 갔는데 손을 씻으러 욕실에 들어갔다가 찬물로 손을 씻고 나온 적이 있었다. 선생님이 피아노를 치는 내 손을 만져보시더니 "아니, 따뜻한 물로 씻질 않구"라고 진정으로 안타깝고 미안해하셨다. 사실 난 뜨거운 물이 수도에서 나올 수도 있다는 걸 그 땐 몰랐고 혹시 나온다 해도 함부러 쓰면 안되는 줄 알았다. 우리집에선 절약이 모토였기 때문에 작은 불편 쯤은 아무렇지도 않았다(아니, 않아야 했다).

그런 따뜻한 선생님이 있었기에 나는 지금도 피아노를 즐긴다.

 

아, 얘기가 옆으로 잠시 샜구나. 그러니까 이렇게 예시를 드는 이유는 작가의 글쓰기 작법 강의방법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작가도 이런 식으로  예시를 들어가며 과거의 기억을 끄집어낸다. 그게 자신의 이야기이건 누군가의 이야기이건간에. 그리고 "당신의 얘기는 뭐가 있는데?"라며 슬쩍 물어본다.

 

특히나 놀라운 부분은 과거의 일이나 책의 한 장면을 묘사하는 작가의 글재주다. 그가 쓴 글을 읽다보면 어느 작법서보다 바로 체험체득이 되어버린다. 이렇게 써야 독자에게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걸 그대로 전달할 수 있겠구나, 라고.

 

뭐... 그래서 이 책을 소중히 간직하고 앞으로 연습과제들을 꾸준히 해볼 생각이다.

부가적 효과가 어쩌면 원래의 기능적 효과보다 내겐 클지도 모르겠다.

추억팔이로 스스로에게 위안과 순간의 치유효과를 가져오는 것.

 

뭐니뭐니해도 글쓰기의 목적 중 하나는 자기 정화나 치유가 아니겠는가?

잘 쓰는 건 제일 뒷전.

중간은 남들에게 올바로 전달하는 것. 적절한 방식과 규칙을 통해서.

 

그건, 어쩌면 조금 어설플지라도, 감동을 주는 가수의 노래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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