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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다 이라 지음, 최선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이 책 뜻밖이다.

 

예쁜 표지그림을 보고 일본 로멘스 소설.. 그것도 아주 음울하고 감각적인 느낌의 젊은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감각적인 젊은 두 청년, 연상의 여인이 등장하는 바의 씬을 보고 "도쿄타워"류의 애정 소설이 아닐까 하고도 생각했었다.

 

엄마 나이뻘의 멋지고 쿨한 여성과 20세의 엄마 잃은 시니컬한 대학생의 만남

 이정도면 딱 바로 그 느낌!

 

근데 이 소설은 내가 생각하던 그런 소설이 아니었다.

소재부터가 독특했고

그 소재에 다가서는 작가적 감성도 독특했다.

 

이 소설은 그냥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여자와 성과 인간의 세속적 욕망에 대한

환타지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얘기를 하고 있다.

 

이 소설을 읽는 느낌을 굳이 예를 들자면

감미로운 음악이 잔잔하게 흐르는 모던한 바에서

투명한 유리컵의 질감과 색감을 보며 그 차가운 감촉을 느끼고

입속에 뜨거운 알콜의 기운을 느끼며

눈으로는 칵테일의 화려한 색감을 음미하는 것과 같다.

홀로 칵테일의 향취와 바텐더의 손놀림에 취하는 나..

그때의 몽롱한 그런 느낌을 이소설은 갖고 있다.

 

읽는 사람들의 재미를 위해

주인공 료가 무엇을 하게 되는지 어떤 만남을 가지게 되는지에 관해 언급할 생각은 없다.

 

이 소설의 느낌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자면

"까놓고 묘사하는" 사랑의 다양한 형식들.  -

그것이 너무도 다채롭고도 환상적이고 편견이 없어서,

즉 주인공 료의 눈을 통해 보이는 각양 각색의 사람들의 내밀한 사랑들이

그만

이상하다기 보다는 신기하고,

섹시하다기 보다는 농염하며,

천박스럽기는 커녕 동경스럽기까지 하다.

작가는 그 묘사에 있어서 로맨틱한것과 리얼한 것의 경계선을

서커스처럼 가로지르는 곡예와도 같은 얘기 진행 솜씨를 보여준다.

 

누구도 경험하기 어려운 일상적이지 않은 소재를 다루고 있기에

타인의 속사정을 은밀히 들여다보는 그런 즐거움을 준다.

사랑을 이야기하지 않으면서

"사랑에 한없이 가까운 그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는 이 책은

그래서 깊이가 느껴진다.

 

이소설은 더구나 문체가 엄청나게 미려하다.

어렵지는 않지만 묘사가 함축적이고 비유적이다.

이 작가의 소설을 이전에 읽어본적은 없지만

번역을 무지하게 잘했다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은 모험적인 재미와 묘하게 에로틱한 느낌과 신비로운 캐릭터들에 대한 단상을 모두 포함한

서늘한 레모네이드 같은 책이다.

 

마지막에 밝혀지는 주인공들의 비밀 또한 특출한 부록의 하나가 될 것이다.

독자들 사이에서 속편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는 후기도 있는데

나 역시 속편이 있다면 꼭 보고 싶다.

 

이 책을 읽고나면

과연 평범하다는게 뭔지 장애가 있다는게 뭔지

인간이 인간과 소통하는 단일한  방식에 우리가 얼마나 얽매여 있었는지

다시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수도 있을런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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