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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의 신곡 살인
아르노 들랄랑드 지음, 권수연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엽기적 살인이 난무하고 자가 당착적인 의(義)의 논리가 엽기적 살인을 감싸고 도는 이 시대. 누군가는자신이 희생자가 아니라 희생자들을 구하기 위한 의로운 투쟁자라며 아무 이해 관계 없던 30여명의 타인들에게 총을 난사하기도 했다.
좀 더 크게 어떤 나라는 자신들이 세상의 정의를 실천한다며 타국에 군대를 보내 전쟁이라는 불구덩이를 그 나라 국민들에게 선사했다.
이 모든 것이..
다 자신은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자기 당착적 논리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렇다면 옛날에는 그런 일이 없었을까?
나라가 아니라 작은 도시에서는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예를 들면 근세의 베네치아에서는..
이 소설 <단테의 신곡 살인>은
작은 도시 베네치아에서 일어난
엽기적 연쇄 살인을 다루고 있는 추리 역사 소설이다.
물론 엽기를 보여주기 위한 소설은 아니다.
이 소설은 누가
어떤 의도로
왜 여러 명의 남녀들에게게 연쇄적인 살인을
그것도 엽기적 방식으로 하게 되었으며
그 자는 누구이고
결국 그자의 최후는 어떨지를
촘촘한 사건들의 연쇄고리 속에서
순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스터디 스릴러이다.
예측되는 살인의 연속 속에서
이 사건을 해결할 의무를 지고 있는 주인공의 미래도
알 수 없다. 누가 범인인지 감을 잡기 힘들다.
오로지 알 수 있는 사실은
"단테의 <<신곡>>"에 수록된 순서대로, 그 방식대로
누군가가 차례차례 엽기적인 참혹한 방식으로 살해될 것이라는 사실 뿐이다.
573페이지의 긴 소설이지만
그래서 이소설은 단숨에 읽힌다.
참혹함과 메스꺼움도 잠시.. 다음엔 과연 누가 희생자가 될지, 혹시 수사 와중에 단서가 보이지나 않을지.. 촉각이 곤두서기 때문이다.
자신이 탐정이 되었다고 생각하며
소설을 읽어가면 좋을 것이다.
주인공만은 살아남아
사건의 결말을 상큼하게 보여주길 기도해도 좋을 것이다.
중간에는 결코 미래를 짐작할 수 없으므로..
촘촘한 거미줄의 덫에서 거미가 한발 한발 희생자에게 접근하는
그런 긴박함을 이 소설에서는 느낄 수 있다.
결코 경박하거나 가볍지 않은 방식으로
살인에 접근하고
그리고 살인을 정당화하고
..
나중에 범인을 알게 되었을 때의 그 놀라움이란!
추리소설 매니아라면 즐겨읽을 만한 소설.
특히 역사적 추리물이나 미스테리, 고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소설.
단테의 신곡을 따라 한 살인의 방식이라니..
그리고 그 책을 택한 이유가 "그러했기" 때문이라니..
결말을 밝힐 수는 없지만
인간이 한 행동을 하는데
어떤 논리적 자가 당착이 필요한지..
요즘의 세상사와 겹쳐서 좀
인간이라는 "지적인"존재가 씁쓸하게도 느껴지는..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해주는
그런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