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클럽
크리스티앙 가이이 지음, 김도연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재즈클럽은 동화같은 소설이다.

남성용 동화, 남성의 환타지를 만족시켜 주는 동화.

 

여자 입장에서 보면 일견 불쾌한 소설.

내 남자. 내 남편이 10여년간 나와 잘 지냈는데

어느날

'내 인생의 여자를 만났다, 내 일생의 일을 찾았다'며 나와 헤어져 그사람과 살길 원하고

더구나 한편으로 그 모든 상황을 해결시켜줄"나의 죽음"까지도 반의식적으로 바라고 있었다면?

 

소설은 단 이틀간의 일을 다루고 있다.

남자가 재즈클럽에서 여가수를 만난건 이틀중 첫째날 밤.

그리고 그여자와 살길 바라게 된건 다음날 낮

소설의 끝은 그날 밤이다.

 

 

짧은 기간이라 시간별로 나눠서

시시각각 변하는 사람의 마음, 상황의 반전, 주변인들의 반응을

연극처럼 그려내고 있다.

 

(둘째날 저녁 이미 그 남자의 부인은 우연한 자동차 사고로 사망한 후다.

후일담이 잠깐씩 나오는걸 보면

이후 이 남자는 그 여가수와 결혼해 잘 산 것 같다.)

 

이 소설이 독자들에게 훌륭한 대접을 받고

평론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다면

(실제로 그러하다)

그건 이 진부해 보이는 스토리 때문이 아니라

스토리를 풀어가는 방식 때문일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내면의 악한 감정, 약한 부분, 욕심,

그런 "사실 드러내기 어려운" 그런 감정을

이 소설은 "난 소설이니까"라고 말하듯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소설은 사실 인간들이 일상에서 생각은 하지만

말하거나 표현하지 못하는 어두운 부분조차도 너무나 정직하게 보여주고 있다.

 

화려한 문체도 아니고

웅얼웅얼 말하는 식의 어눌한 문체,

그리고 어눌한 주인공,

선남 선녀도 없는 평범한 사람들,

단지 그 속에서 오히려 빛나고 있는건

재즈가 울려퍼지는 재즈 클럽의 박수와 환호와 감동,

그리고 10여년만에 재즈를 다시 연주하고 인정받고 스스로를 확인하는 중년의 주인공을

묘사하는 음악이 들리는 듯한 빛나는 재즈 클럽의 정경이다.

 

"이모든 것은 그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라는 강렬한 임펙트를 주는..

 

그러나 우울하다.

이 소설을 읽고 나면.

혹시 내 남자도 결국은

언젠가는 따뜻한 품을 떠나고야 마는

혹은 언제나 떠날 수 있는

"마음의 고향"을 찾아 헤메는 보헤미안이 아닐까 해서..

 

특히 이 소설에서 남자에 대한 묘사는 사실감이 넘치지만

(그에 대한 심리 묘사는 동조할 순 없지만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사실성이 풍부하다)

여자(아내와 새 여자)에 대한 묘사는 같은 여자로서는 동의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과연 아내의 죽음으로 아내도 스스로 해방되어 편안해졌을까.

혹은 여가수는 아내에게 전화하도록 남자를 독려하며 아내를 질투하지 않았을까?

혹은 남자를 유혹할 때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라는 등의..

 

(이 소설에서 여자는 둘 다 남자의 눈으로 본 이상적인 여자들로 묘사되어 있다.

평소에도 좋은 아내, 자신의 죽음으로 남편의 행복을 결국 만들어주는 아내,

예쁘고 유혹적이고 요리도 잘하고 성격도 좋고 매력적인 애인.

자신을 선택해야만 한다고 집요하게 남자를 괴롭히지 않는편안한 애인.

남자가 좋아해왔던, 사실은 그동안 내내 하고 싶었던 재즈를 함께 할 수 있는

환상적인 하모니의 애인.)

 

여자의 눈으로 보면 몹시  답답하다.

이 작가는 여자의 내면 세계를 얼마나 알고 이 소설을 썼는지 모르겠다.

현실에서 그렇게 이상적인 여자는 없는데 말이다....

 

지나치게 현실과 가까운 남자와

지나치게 현실과 유리된 이상적인 여자들이

남자의 일과 꿈과 결합해서 완성된

완벽하게 이상적인 인생의 하모니.

그것을

시시각각 변하는 시계에 맞추어

서스펜스적으로 풀어내며

재즈음악 같은 운율로 소설적 정경을 귓가에 맴돌게 하는 소설

혹자가

"지나치게 정직한 남자는 위험하다"라고 주인공을 평했던

이 소설은

바로 남자의 도원향같은 소설이다.

"그래서 그 왕자는 ......(중략) ...여왕님과 결혼해서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중략 부분은 왕자의 고난의 행보...

 

 

참고로

재미로 만들어 보았다.

이 소설을 한 줄로 정의해 보자면?

 

1. 중년 남자의 자아와 인생 복구담.

2. 한 진지남의 재즈 음악을 매개로 한 고품격 바람 이야기의 신선 버전.

3. 처절하지 않으면서 가볍지도 않은 인생 대역전 서스펜스 드라마.

(즉홍적 재즈음악의 운율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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