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발론을 여는 주문, 스펠스 윙스 시리즈 2
에이프릴린 파이크 지음, 이지선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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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난 널 선택할거야. 이번엔 백 퍼센트 확실해. 그는 너처럼 날 이해하지 못해. 그는 내가 아직 준비조차 되지 않은 누군가가 되길 원해.

어쩌면 난 앞으로도 그가 기대하는 그런 모습이 되진 못할거야. 하지만 넌 내가 나 스스로 원하는 모습 그대로이길 바라잖아.

내가 원하는 모습 그대로를 사랑해 주는 널, 널 사랑해. 네가 그랬지? 난 나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난 그럴거야. 난 널 선택할거야. 네가 날 선택하지 않는다 해도."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온 소녀 로렐 시웰. 로렐은 여름방학을 앞둔 어느날 아발론 아카데미로부터 8주간의 요정 수업 참관 초대를 받는다.

자신이 태어난 고향, 아발론에 처음으로 발을 내딛는 로렐. 7년간의 잃어버린 기억의 공백과 그동안 몰랐던 신분의 장벽을 느끼게 되면서

로렐은 인간세상과 아발론 사이에서 몹시 혼란스러워 한다. 아마 데이빗과 타마니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한다는 표현이 맞으리라.

너무 익숙하고 편안하고 좋은, 함께 있지 않는 걸 상상할 수조차 없는 데이빗과 알 수 없는 이끌림이 강한 타마니.

로렐은 아카데미에서 식물을 다루는 법과 자신과 가족을 지키는 법에 대해서 배워나간다.

그리고 자신 같은 요정들이 태어나는 방식(묘목)과 떠나는 방식(세계수)에 대해서 알게 되기도 한다.

로렐은 스스로 자신과 가족들을 트롤들의 협박에서부터 잘 지켜낼 수 있을까?

 

확실히 글은 많이 써볼수록 실력이 늘어나는 게 맞는가보다. 윙스도 재미있게 읽었지만 스펠스에서는 더욱 더 끌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로렐의 선택은 어떨지 궁금하고 두근두근하는 마음 때문에 책장을 넘기는 것이 힘이 들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너무 두 사람 모두를 괴롭히는 게 아니냐는 생각도 들지만 내 입장으로 생각해보더라도 데이빗과 타마니 사이에서

고민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로렐의 마음이 십분 이해되기도 하였다.

아발론의 풍광을 묘사한 문장들에 저절로 탄성이 나왔다. 황홀하면서도 화려한 그곳..

특히 여름요정들의 시장에 관한 묘사를 읽으면서 반드시 직접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로 제작되면서 이러한 아름다운 장면들을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한 기대가 점점 커져간다.

 

조금 씁쓸했던 부분은 계급사회에 대한 이야기였다. 현실세계에서도 다수의 서민이 소수의 부자를 배불리는 것을 많이 보는데

윙스 시리즈 속의 아발론에서마저 봄 요정들이 전체 아발론 인구의 80%를 차지하고 나머지 15%가 여름요정,

그리고 나머지 5% 가량이 가을 요정이고 겨울 요정은 여왕을 포함하여 단지 3명 뿐이라는 것.

그리고 철저하게 계급 사회가 구분된 것 같은 모습에 상상의 세계 속 아름다운 곳에서마저

이런 현실적인 부분을 보아야 하나 싶어서 작가가 원망스럽고 섭섭하기도 했다.

하지만 로렐 역시 그런 신분제도를 뛰어넘는 열린 사고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그 부분은 마음에 들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타마니의 아버지가 선택한 소멸의 방법이었다.

온다 리쿠의 어떤 작품에서도 사람이 나무에 흡수되어 소멸되는 장면이 있었는데(물론 그 장면은 몹시 호러쪽이었다;;)

아발론에서 벌어진 타마니의 아버지의 소멸.. 즉 세계수가 되는 것은 아름답고 장엄하기까지 하였다.

세계수를 만진 로렐은 아래와 같은 느낌을 받는다.

 

다른 식물들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나무의 생명력은 손바닥 아래에서 부드럽게 진동하는 정도가 아니라,

장대한 강처럼 포효하며 거센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노래의 리듬 같은 무언가가 로렐의 손바닥을 타고 올라와,

급기야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흐르는 듯 했다.

 

워낙 음악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지 이 문장의 표현이 참 좋았다.

노래의 리듬 같은 무언가가 손바닥을 타고 흐르다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흐르는 느낌이라는 건 어떤 기분일까.

엄밀히 말해 로렐은 사람이 아니라 식물이기 때문에(이 책에서 요정의 기본 종족은 식물이다) 삼투압 원리 같은 것일까? 너무 딱딱한가.

암튼 스펠스의 문장들을 읽으며, 한동안 또 꿈속을 걷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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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날개, 윙스 윙스 시리즈 1
에이프릴린 파이크 지음, 김지윤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네가 결정할 일이지. 하지만 어떤 결정을 내리든 내가 도와줄게. 네게 뭐가 필요하든 내가 그게 될게.
교과서에서 답을 찾아줄 과학 신동이 필요하다면 그게 바로 나야.
네가 슬플 때 생물 시간에 옆에 앉아 기분을 풀어줄 사람을 원한다면 그게 나야.
세상의 너를 해치려는 사람으로부터 널 안고 보호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면, 그건 확실히 나야." 

평범한 소녀 로렐 시웰. 로렐은 지금 델 노트 고등학교의 복도를 걷는 중이다.
얼마 전 태어나서부터 내내 살았던 오릭에 있는 작은 통나무집에서 크레센트 시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오릭의 통나무집을 구매하겠다는 부동산 중개업자 제레미아 반스가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급진전되어 아빠엄마의 소망을 이룰 기회가 생긴 것. 아빠와 엄마의 오랜 꿈이었던 서점 운영을 위해서였지만 내내 홈스쿨링을 했던 로렐에겐 학교라는 곳이 왠지 어색하기만 하다. 그런 로렐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온 데이빗 덕분에 로렐은 학교라는 곳이 그리 싫게만 느껴지지 않게 된다.
다른 아이들이 다 겪는 이렇다 할 2차 성징이 없던 로렐은 어느 날, 등에 여드름 같은 작은 혹이 자라는 것을 발견한다.
혹은 점점 커지고 커져 등이 불편하고 당길 정도가 되고 예민해진 로렐은 데이빗에게까지 사납게 굴게 된다.
그날 아침. 로렐은 등에 생겼던 혹이 변하여 마치 꽃잎 같은 조각들이 날개처럼 돋아나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데..

지난 뱀파이어 로맨스 소설의 굉장한 히트 후에 수많은 뱀파이어 소설들이 쏟아져 나왔고 이제는 조금쯤은 식상해진 것 같다.
그런데 여기 새로운 이야기가 있다. 뱀파이어 로맨스 소설의 부흥(?)을 이끌었던 트와일라잇의 작가 스테프니 메이어가 극찬했다는 새로운 스토리. 윙스를 처음 받았을 땐, 그저 그런 뻔한 이야기일까봐 살짝 걱정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책을 읽어내려 갈수록 책 속에 등장하는 로렐의 마음이 되어 읽을 수 있었고, 로렐을 언제나 보호해주고 지켜주는 데이빗의 든든함과 또 한 명의 신비로운 남자, 타마니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함이 증폭되는 것을 기다릴 수가 없어서 책을 펼친 자리에서 전부 읽어내려갔다.

꽃잎 같은 날개가 등에서 돋아나는 소녀라니..
날개는 인간의 오랜 욕망이라고 할 수 있다. 태곳적부터 절대로 가질 수 없었던 하지만 언제나 선망해 왔던 대상.
그래서 사람들은 날개가 없이 날기 위해 여러가지 연구와 노력을 했고, 결국 라이트 형제를 통해 우리는 하늘을 날고 싶다는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었다. 그 기술은 지금도 점점 더 발전하여 이제는 넓게 펼쳐진 창공을 나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은, 익숙해진 시대가 되었다. 아마 옛사람들이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는 지금의 우리 모습을 본다면 외계인이나 괴생물체 정도로 생각하려나.

책을 읽어보니 사실 꽃잎 같은 날개라기보다는 날개 모양의 꽃잎. 이 훨씬 더 적확한 표현이겠지만.. 앞으로 윙스 4부작이 계속해서 전개되는 동안에 이 꽃잎이 어떤 기능을 하게 될지.. 뭐, 그건 읽어봐야 알 수 있는 부분이니까. 아직은 기대감을 남겨두어도 좋을 것 같다.   

윙스에서 로렐의 등 뒤에 생겨난 꽃잎 같은 것들에 대한 설명을 보면 다음과 같이 적혀있다. 

"로렐은 어깨에 난 것들을 더 자세히 보려고 천천히 몸을 돌렸다. 혹이 있던 자리에 꽃잎 같은 조각들이 돋아서, 등에 부드럽게 굴곡진 마름모꼴을 이루고 있었다. 각 어깨에서 나와 허리 부근까지 늘어진 가장 큰 꽃잎들은 길이가 30센티가 넘고 넓이는 손바닥만 했다. 중앙에 나선형을 그리며 여백을 채우고 있는 가장 작은 꽃잎들은 20센티 정도 되었다. 이 큰 꽃들이 피부와 연결된 곳에는 작은 초록색 잎 몇 개까지 나 있었다. 꽃잎은 모두 중심부가 군청색이었고, 중간부터 부드러운 하늘색으로 옅어져 끝은 흰색이었다. 가장자리는 나풀나풀했으며, 부드러운 꽃잎 모양의 조각이 스무 쪽은 될 것 같았다. 그 이상일 수도 있고."

날개가 나면서 로렐의 평범한, 혹은 평범하다 생각했던 일상은 무너지기 시작한다.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어떤 미지의 것에 대한 욕망과 동시에 두려움. 하지만 그런 로렐을 지탱해 주는 것은 언제나 고맙게도 데이빗이다. 오릭의 통나무집을 팔기 전 정리하기 위해 오릭에 간 로렐은 숲속에서 초록색 눈동자에 초록색 머리칼을 지닌 남자를 만난다. 그의 이름은 타마니. 등에 난 꽃잎을 들킨 것도 모자라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하는 타마니는 로렐을 몹시 혼란스럽게 한다. 부동산 매매계약이 거의 마무리될 즈음에 로렐의 아버지가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생명이 위독하게 되고 로렐은 이 모든 일이 우연이 아니라 계획적인 사건임을, 그것도 자신의 몸에 돋아난 꽃잎들과 관련된 사건임을 알게 되는데... 

아.. 입이 근질근질 거린다. 하지만 책을 읽어야 할 다른 독자들을 위해 중간중간 들어간 흥미로운 스토리와 결말은 그들의 몫으로 남겨두려고 한다.

윙스를 읽으면서 내내 이 책은 꿈과 희망에 관한 이야기, 결코 우리가 잊지 말고, 잃지 않아야 할 가치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을 했다. 로렐의 부모님이 이사를 온 것도 젊은 시절 약속하고 꿈꾸었던 것들을 이루기 위해서였고, 로렐이 부모님과 함께 살게 된 것도 그들이 지켜야 했던 소중한 그 무엇, 소중한 가치에 대한 꼭 필요한 싸움을 위한 예비조치 같은 것이었으니까 말이다.

아까 퇴근 즈음에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그런 이야기를 했다.
절대적인 진리가 있다면 그 진리를 지키기 위해서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다고. 사람에 대해서 배타적이어야 할 이유는 없지만 놓치 말아야 할 가치, 진리에 대해서는 배타적일 수 밖에 없는 부분이 있는 것이라고.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내가 경험한 그 절대적인 진리를 다른 이들도 이해할 수 있게 하려면 다른 이들에게 맞는 언어로 설명해야 한다고.

윙스는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섬세하게 그리고 감성적으로 잘 전달해 주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만나게 될 윙스 속에서의 이야기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예측하지 못한 사건이 있을 수도, 함께 가슴이 두근거리고 떨리고 두려울 수도, 혹은 위로를 받게 되거나, 의지를 굳게 다지라는 도전을 받게 되기도 하겠지만 그 어느 쪽이든 사뭇 기대가 된다. 책의 마지막에 씌여 있는 한 문장은 나의 그런 생각을 더욱 공고히 해 주는 문장이었다. 
 
"언제나 희망은 있어요." /  "지금도 희망은 있지."

로렐과 타마니가 마치 돌림노래처럼 주고 받는 이 희망에 관한 메시지는 일주일간 조금은 지쳐버린 내 마음에 따스한 위로를 전해주었다. 

책의 리뷰를 마무리하면서 감히, 윙스가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뱀파이어 신드롬 이후에 새로운 신드롬을 만들어낼 거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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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 도서관
조란 지브코비치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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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모든 사람들이 강제로 책을 읽게 만들지. 덕택에 아름다움과 유용함을 조화시킬 수 있게 됐어.
무엇보다도 재소자들이 여기 오게 된 핵심적인 결점을 없앨 수 있지. 책을 많이 읽을수록 나쁜 짓을 할 시간과 동기가 점점 줄어들거든. 이 친구들에게 독서가 정말로 치유의 효과를 발휘하는 거야. 그래서 우리는 이것을 벌이 아니라 치료로 생각하는 거지."

유고슬라비아(현 세르비아) 출신의 작가 조란 지브코비치.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그렇듯이 나도 역시 책이나 도서관을 소재로 한 소재의 책에는 환장(!)하는 편이다.
발터 뫼르스의 "꿈꾸는 책들의 도시"가 그랬고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바람의 그림자"가 그랬다. 워낙 유명한 작품인 미하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나 랄프 이자우의 "비밀의 도서관", 존 코널리의 "잃어버린 것들의 책", 요슈타인 가아더의 "마법의 도서관" 등이 모두 그런 부류라고 할 수 있겠다. 지난 2011 국제도서전에 갔다가 북폴리오 부스에서 이 책의 제목을 발견하고 눈이 반짝반짝 해졌었는데 리뷰 블로거라서 책을 받아서 많이 기뻤다. 어제 택배를 확인하고는 퇴근 후 집에 가는 길에 후루룩 다 읽어버렸다. 책을 읽다보면 두 종류가 있는데 속도가 참 안 나는 책과 손에 잡으면 절대 놓기 힘든 책이 있다. 지금 몇 권의 책을 동시에 읽고 있는데 속도가 좀 안 나서 미뤄놓고 있는 참이었더랬다. 그러나 새롭게 얻은 환상도서관 덕분에 즐거운 독서의 시간을 향유할 수 있었다. 

환상도서관 안에는 모두 6개의 색다른 환상도서관이 등장한다. 이런 도서관이 주위에 있어? 라는 의문을 가지지 말기 바란다. 제목을 보면 어디까지나 환상도서관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에 등장하는 이러한 환상도서관들이 없다고 단언할 수도 없다. 그건 모르는 거니까. 지금도 세상의 무수히 많은 곳에서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새로운 일이 날마다 수백가지, 혹은 수천가지도 더 일어나고 있을게 아닌가. 가상 도서관, 집안 도서관, 야간 도서관, 지옥 도서관, 초소형 도서관, 위대한 도서관의 6개의 도서관으로 이루어진 책은 읽어가는 내내 이런 도서관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나 지옥이 도서관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상상력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감탄하게 했다. 

가상도서관 속에서 화자의 직업은 작가이다. 그는 어느날 이메일로 온 스팸메일 중 "가상도서관"이라는 제목의 메일을 발견한다. 작가들도 도서관이나 책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당연하기에 그는 클릭을 해서 해당 사이트로 방문해 본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가상도서관>
"모든 것이 다 있습니다!"

세상에 이 무슨 엄청난 자신감인가.. 하루에도 수백권, 혹은 수천권의 책이 생산되고 그 수를 모두 합치면 몇 백만권, 몇 천만권이 될지 모른다. 그런데 모든 책이 다 있는 도서관이라니, 이런 도서관이 있다면 나도 꼭 한 번 방문해보고 싶다. 검색창도 오로지 저자명으로만 검색할 수 있는 단순한 검색. 화자는 자신의 이름을 넣어본다. 그러자 너무나도 빨리 작가소개와 작품이 뜨는데, 자신도 모르는 자신의 사진과, 분명 그는 살아있건만 사망일까지.. 그리고 이미 출간한 3권의 책 외에도 거의 21권이나 되는 책의 제목이 나열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출간된 책을 눌러보았더니 책의 내용이 첫 글자부터 마지막 글자까지 빠짐없이 들어가 있다. 그래서 그는 항의 메일을 보낸다. 그리고 결과는?
책을 통해 직접 확인해보시기를 부탁드린다. 

두번째 내용은 집안 도서관이라는 제목인데, 어느날 혼자 사는 그의 우편함에서 그는 노란색으로 된 두꺼운 <세계 문학> 책을 발견한다. 우편함을 열었다 닫을 때마다 그 안에는 새로운 두꺼운 <세계 문학>이 차 있고 그는 마침내 가방을 가지고 와서 우편함을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책을 계속해서 꺼내서 나르고 다시 가방을 비우고 다시 책을 나른다. 책을 둘 공간을 만들기 위해 책상을 치우고 옷장을 치우고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방에는 계속해서 노란색 표지의 두꺼운 <세계문학>들이 쌓여간다. 하룻밤을 꼬박 새며 책들을 옮겨둔 그는 백마흔세번째로 짐가방을 나르고 나서야 팔천삼백다섯권의 책으로 방 안을 가득 채울 수 있었다. 상상만 해도 뭔가 흐뭇한 광경이라고 이야기한다면 나도 너무 책에 미쳐있는걸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었다. 본의 아니게 속독을 하는 편이라 2시간 정도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갈 때 읽을 책을 챙길라 치면 왕복 4시간 분량의 책을 챙기기 위해선 적어도 380페이지 이상으로 된 5권의 책을 가져가야 한다. 이 책들의 부피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먼 길을 갈수록 책을 들고 이동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더하다. 물론 책을 읽는 순간엔 너무 행복하지만 그것을 들고 나르는 일이 보통 고역이 아닌 것이다. 가방이 마치 돌덩이처럼 무겁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책을 읽기 위해서라면 감수해야 할 고통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그래서 해리포터에 나오는 마법의 주머니가 너무 갖고 싶었었다. 어떤 물건을 넣어도 부피가 느껴지지 않는 마법주머니. 그것이 있다면 6시간 거리의 먼 길을 가도 읽고 싶은 책을 잔뜩 넣어서 갈 수 있을텐데.. 뭐 이런 생각?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가능하다면 저 우편함을 들고 다녀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 권을 다 읽고 옆에 두고 문을 열면 다시 책이 생길 것 아닌가..

세번째의 단편은 야간 도서관인데, 도서관이 폐관할 시간이 되어 아슬아슬하게 들어간 그는 전혀 보지 못했떤 야간 도서관을 만나게 된다. 이 야간 도서관에는 천억권이 넘는 책들이 있는데, 각각 한 사람 한 사람 개인의 일생을 사실적으로 더하거나 덜하거나 한것도 없이 기록한 책이다. 화자인 그는 자신의 일생을 적은 책을 찾아보면서 기묘한 감정에 빠진다. 그의 환상 속에서 일어난 일 같았던 이 야간 도서관 사건이지만 그는 문 닫힌 도서관 너머로 보고야 만다. 자신이 두고 나온 우산의 둥근 손잡이를..  

네 번째 단편은 지옥의 도서관인데 위에 이미 적어둔 문장.. 지옥에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의 일생 동안 읽는 책의 권수가 적고 그래서 예전처럼 지옥불이 타고 화형을 하는 비인격적인 곳이 아니라 각각에게 필요한 책을 영원히(!) 읽게 하는 곳이라는 상상.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지옥이 아닐테지만 책을 싫어하는 사람이 평생동안 아니 무한의 시간동안 책을 읽어야 한다면..(강제로) 이것도 일종의 지옥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실제로 그런 곳이 있을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다섯번째 단편. 이 책 속에 등장하는 거의 대부분 작가이거나 책을 몹시 사랑하는 독자인 것 같다. 아, 지옥의 도서관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다섯번째 단편인 초소형 도서관에도 역시 작가가 등장한다. 굉장히 오랜동안 아무런 책도 출간하지 못한 작가. 소재가 고갈된 작가라고 해야 하나. 그는 어느날 다리 옆 가판대 근처에서 한 노인에게 세 권의 산다. 집에 오니 봉투 안의 책은 네 권.. 노인이 몰래 넣은 밤색 책을 펴보니 첫번째 페이지에는 <초소형 도서관> 이라고 써 있고 두번째 페이지는 비어 있고 세번째 페이지에는 책 제목으로 짐작되는 한 단어가 씌여 있다. 이 책이 무엇인지 찾아보기 위해 국립도서관 사이트에 접속하여 검색해보았으나 아무런 정보가 없다. 다시 책을 펼쳐든 그는 깜짝 놀라게 된다. 세번째 페이지에 아까와는 전혀 다른 제목이 씌여있던 것이다. 내용 역시도 달라져 있었다. 책을 덮었다가 펼칠 때마다 새로운 소설이 나타나는 책. (정말 갖고 싶다!!) 

"더 이상 이 밤색 책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걸 스스로에게 증명하기 위해서 나는 책을 펼쳤다 재빨리 닫기를 반복했다. 매번 세번째 페이지에서 제목이 바뀌는 것에 완전히 매료되어 버렸다. 독특하고 근사한 장난감을 선물 받은 아이처럼 순수한 흥분이 온몸을 가득 채웠다. 이거야말로 진정 초소형 도서관이다. 제목이 아니라 권수로 따졌을 때 말이다. 책이 한 권 밖에 없는 도서관이라면 가장 작은 도서관이 아니겠는가?"

마지막 여섯번째 단편에는 위대한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서의 이야기가 나온다. 무엇이 들어갈지 신중히 결정해야 하는 위대한 도서관. 어느날 사서는 자신이 구입하지 않은 장서 한 권이 책들 사이에 삐죽이 튀어나와 있는 것을 발견한다. 깨끗하고 완벽히 관리되는 위대한 도서관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싸구려 같은 책 한권. 사서는 책을 빼서 쓰레기통에 버린다. 그리고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다시 서가를 둘러보는데 아까 그 책이 정확히 그 위치에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한다. 분개한 사서는 책을 돌에 묶어 강에 가서 빠뜨리고 돌아온다. 다시 서가를 보니 여전히 그 책은 물에 들어간 흔적조차 없는 채로 꽂혀 있다. 다음 방법으로 사서는 높은 빌딩 위에서 책을 던져 버린다. 그러나 여전히 어울리지 않는 그 책은 위대한 도서관으로 돌아와 있다. 아무런 피해의 흔적도 남지 않은 채로. 마지막으로 사서는 책을 챕터별로 뜯어내서 소금과 후추를 치고 요리를 만들어 다 먹어버린다. 그리고는 이 책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을 발견하고 안심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프란체스카 비어만의 "책 먹는 여우"에서 보면 소금과 후추를 쳐서 책을 먹는 여우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게 얼핏 떠오르기도 했고, 결국 그 책은 펴보지도 않고 버렸기 때문에 계속해서 사라지지 않았고 마침내 그가 챕터별로 조각조각 뜯어 먹어버리자(즉, 책을 읽자) 그의 몸속으로 들어가서 그 사서의 일부가 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환상적인 내용의 책을 볼 때면 항상 느끼는 부분이지만 정말 기발한 상상력들을 발휘하는 것 같다. 나같은 평범하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의 이야기들. 내가 쓰는 글은 대부분 정형화되어 있고 딱딱하게 느껴지는데 어쩜 이렇게 자유롭고 창조적인 글을 쓸 수 있을까. 조란 지브코비치 작가의 상상력과 필력에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낸다. 내가 아까 집안 도서관에서 했던 고민도 초소형 도서관의 책이 한 권 있다면 사라질텐데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짧게 짧게 읽을 수 있어서 지루하지 않아 좋았고,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도 재밌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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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문장 일본어 말하기 중독 훈련 - 한국인이 일본어 회화를 잘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
한우영 지음, 도이미호 감수 / 사람in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도대체 어떻게 하면 말을 잘할 수 있을까?"

 

블로그 이웃이자 한길의 일드 오픈캐스트를 운영하고 계시고  

트위터 일드당(해쉬태그 #japandrama ) 당주이신 한길님의 이벤트에 응모하여서

선물로 받은 책. 사실 일본어 말하기 중독 훈련 책이  

그냥 일반 소설이나 인문서들처럼 쉽게 읽어내려갈 수 있는 책이 아닌데다가

하나하나 공부하면서 보아야 하는 책이어서 3월까지 서평을 쓰기가 좀 난감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다른 일본어 공부책과는 또 다르게 흥미있고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서

각각의 어떤 상황에 따라, 그리고 어떤 장소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통문장들이 정리되어 있었다.

사실 일본어를 오랫동안 고등학교 3년간, 대학교 때 2년간, 자체적으로 독학에 일드와 애니메이션 열혈 시청까지 해서

많은 시간 공부해 왔지만 들리는 것에 비해 말하는 것이 너무 어렵고..

지난번에 일본여행을 갔을 때도 짧은 지식으로 알고 있는 단어들을 조합해서는 말했는데,

올바른 문장을 구사하기가 쉽지 않아서 이 책의 이벤트를 진행하는 것을 보고는 꼭 읽어보고 싶었다.

 

눈이 아닌 귀와 입으로 직접 말하고 외워보면서 늘어나는 일본어 실력..

이제 처음 스타트를 해서 많이 외우진 못했지만

책에 나와있는 단계별로 해서 Warm up, 천천히 달리기, 집중 트레이닝, 도움닫기, Speak up까지..

신나게 즐겁게 따라가다 보면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쯤에

유창하게 일본어로 말할 수 있는 나를 발견하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을 품어 본다.

 

본격적으로 일본어를 잘 말할 수 있게 되는 그 날..

네이티브 스피커(?)를 방불케 하는 화술을 구사할 수 있게 될 그 날을 꿈꾸며

앞으로 더욱 열심히 읽으며 공부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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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정보, 잡다한 책들.. 사고싶은 책들..


2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신비한 동물 사전 : 뉴트 스캐맨더 저널노트 (다이어리)
Warner Bros. 지음 / 아르누보 / 2018년 11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2019년 01월 10일에 저장
품절
It's Hot 홍콩쇼핑- 뜨겁고 새로운 홍콩여행을 즐겨라
신중숙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7월
15,800원 → 14,220원(10%할인) / 마일리지 790원(5% 적립)
2009년 08월 28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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