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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날개, 윙스 ㅣ 윙스 시리즈 1
에이프릴린 파이크 지음, 김지윤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네가 결정할 일이지. 하지만 어떤 결정을 내리든 내가 도와줄게. 네게 뭐가 필요하든 내가 그게 될게.
교과서에서 답을 찾아줄 과학 신동이 필요하다면 그게 바로 나야.
네가 슬플 때 생물 시간에 옆에 앉아 기분을 풀어줄 사람을 원한다면 그게 나야.
세상의 너를 해치려는 사람으로부터 널 안고 보호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면, 그건 확실히 나야."
평범한 소녀 로렐 시웰. 로렐은 지금 델 노트 고등학교의 복도를 걷는 중이다.
얼마 전 태어나서부터 내내 살았던 오릭에 있는 작은 통나무집에서 크레센트 시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오릭의 통나무집을 구매하겠다는 부동산 중개업자 제레미아 반스가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급진전되어 아빠엄마의 소망을 이룰 기회가 생긴 것. 아빠와 엄마의 오랜 꿈이었던 서점 운영을 위해서였지만 내내 홈스쿨링을 했던 로렐에겐 학교라는 곳이 왠지 어색하기만 하다. 그런 로렐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온 데이빗 덕분에 로렐은 학교라는 곳이 그리 싫게만 느껴지지 않게 된다.
다른 아이들이 다 겪는 이렇다 할 2차 성징이 없던 로렐은 어느 날, 등에 여드름 같은 작은 혹이 자라는 것을 발견한다.
혹은 점점 커지고 커져 등이 불편하고 당길 정도가 되고 예민해진 로렐은 데이빗에게까지 사납게 굴게 된다.
그날 아침. 로렐은 등에 생겼던 혹이 변하여 마치 꽃잎 같은 조각들이 날개처럼 돋아나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데..
지난 뱀파이어 로맨스 소설의 굉장한 히트 후에 수많은 뱀파이어 소설들이 쏟아져 나왔고 이제는 조금쯤은 식상해진 것 같다.
그런데 여기 새로운 이야기가 있다. 뱀파이어 로맨스 소설의 부흥(?)을 이끌었던 트와일라잇의 작가 스테프니 메이어가 극찬했다는 새로운 스토리. 윙스를 처음 받았을 땐, 그저 그런 뻔한 이야기일까봐 살짝 걱정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책을 읽어내려 갈수록 책 속에 등장하는 로렐의 마음이 되어 읽을 수 있었고, 로렐을 언제나 보호해주고 지켜주는 데이빗의 든든함과 또 한 명의 신비로운 남자, 타마니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함이 증폭되는 것을 기다릴 수가 없어서 책을 펼친 자리에서 전부 읽어내려갔다.
꽃잎 같은 날개가 등에서 돋아나는 소녀라니..
날개는 인간의 오랜 욕망이라고 할 수 있다. 태곳적부터 절대로 가질 수 없었던 하지만 언제나 선망해 왔던 대상.
그래서 사람들은 날개가 없이 날기 위해 여러가지 연구와 노력을 했고, 결국 라이트 형제를 통해 우리는 하늘을 날고 싶다는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었다. 그 기술은 지금도 점점 더 발전하여 이제는 넓게 펼쳐진 창공을 나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은, 익숙해진 시대가 되었다. 아마 옛사람들이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는 지금의 우리 모습을 본다면 외계인이나 괴생물체 정도로 생각하려나.
책을 읽어보니 사실 꽃잎 같은 날개라기보다는 날개 모양의 꽃잎. 이 훨씬 더 적확한 표현이겠지만.. 앞으로 윙스 4부작이 계속해서 전개되는 동안에 이 꽃잎이 어떤 기능을 하게 될지.. 뭐, 그건 읽어봐야 알 수 있는 부분이니까. 아직은 기대감을 남겨두어도 좋을 것 같다.
윙스에서 로렐의 등 뒤에 생겨난 꽃잎 같은 것들에 대한 설명을 보면 다음과 같이 적혀있다.
"로렐은 어깨에 난 것들을 더 자세히 보려고 천천히 몸을 돌렸다. 혹이 있던 자리에 꽃잎 같은 조각들이 돋아서, 등에 부드럽게 굴곡진 마름모꼴을 이루고 있었다. 각 어깨에서 나와 허리 부근까지 늘어진 가장 큰 꽃잎들은 길이가 30센티가 넘고 넓이는 손바닥만 했다. 중앙에 나선형을 그리며 여백을 채우고 있는 가장 작은 꽃잎들은 20센티 정도 되었다. 이 큰 꽃들이 피부와 연결된 곳에는 작은 초록색 잎 몇 개까지 나 있었다. 꽃잎은 모두 중심부가 군청색이었고, 중간부터 부드러운 하늘색으로 옅어져 끝은 흰색이었다. 가장자리는 나풀나풀했으며, 부드러운 꽃잎 모양의 조각이 스무 쪽은 될 것 같았다. 그 이상일 수도 있고."
날개가 나면서 로렐의 평범한, 혹은 평범하다 생각했던 일상은 무너지기 시작한다.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어떤 미지의 것에 대한 욕망과 동시에 두려움. 하지만 그런 로렐을 지탱해 주는 것은 언제나 고맙게도 데이빗이다. 오릭의 통나무집을 팔기 전 정리하기 위해 오릭에 간 로렐은 숲속에서 초록색 눈동자에 초록색 머리칼을 지닌 남자를 만난다. 그의 이름은 타마니. 등에 난 꽃잎을 들킨 것도 모자라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하는 타마니는 로렐을 몹시 혼란스럽게 한다. 부동산 매매계약이 거의 마무리될 즈음에 로렐의 아버지가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생명이 위독하게 되고 로렐은 이 모든 일이 우연이 아니라 계획적인 사건임을, 그것도 자신의 몸에 돋아난 꽃잎들과 관련된 사건임을 알게 되는데...
아.. 입이 근질근질 거린다. 하지만 책을 읽어야 할 다른 독자들을 위해 중간중간 들어간 흥미로운 스토리와 결말은 그들의 몫으로 남겨두려고 한다.
윙스를 읽으면서 내내 이 책은 꿈과 희망에 관한 이야기, 결코 우리가 잊지 말고, 잃지 않아야 할 가치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을 했다. 로렐의 부모님이 이사를 온 것도 젊은 시절 약속하고 꿈꾸었던 것들을 이루기 위해서였고, 로렐이 부모님과 함께 살게 된 것도 그들이 지켜야 했던 소중한 그 무엇, 소중한 가치에 대한 꼭 필요한 싸움을 위한 예비조치 같은 것이었으니까 말이다.
아까 퇴근 즈음에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그런 이야기를 했다.
절대적인 진리가 있다면 그 진리를 지키기 위해서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다고. 사람에 대해서 배타적이어야 할 이유는 없지만 놓치 말아야 할 가치, 진리에 대해서는 배타적일 수 밖에 없는 부분이 있는 것이라고.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내가 경험한 그 절대적인 진리를 다른 이들도 이해할 수 있게 하려면 다른 이들에게 맞는 언어로 설명해야 한다고.
윙스는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섬세하게 그리고 감성적으로 잘 전달해 주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만나게 될 윙스 속에서의 이야기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예측하지 못한 사건이 있을 수도, 함께 가슴이 두근거리고 떨리고 두려울 수도, 혹은 위로를 받게 되거나, 의지를 굳게 다지라는 도전을 받게 되기도 하겠지만 그 어느 쪽이든 사뭇 기대가 된다. 책의 마지막에 씌여 있는 한 문장은 나의 그런 생각을 더욱 공고히 해 주는 문장이었다.
"언제나 희망은 있어요." / "지금도 희망은 있지."
로렐과 타마니가 마치 돌림노래처럼 주고 받는 이 희망에 관한 메시지는 일주일간 조금은 지쳐버린 내 마음에 따스한 위로를 전해주었다.
책의 리뷰를 마무리하면서 감히, 윙스가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뱀파이어 신드롬 이후에 새로운 신드롬을 만들어낼 거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