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 실크 하우스의 비밀 앤터니 호로비츠 셜록 홈즈
앤터니 호로비츠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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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날까지도 그를 그리워하며 가끔 '사냥이 시작되었네, 왓슨!' 이라고 하는 그 낯익은 대사가 들리는 듯한 환청에 시달린다.

그 소리를 듣고 나면 믿음직한 리볼버를 손에 쥐고 어두컴컴한 베이커 가를 휘감은 안개 속으로 뛰어들 일이

두 번 다시 찾아올 리 없는 현실이 새삼스럽게 느껴질 따름이다. 모든 인간의 운명이라 할 수 있는 그 거대한 어둠 너머에서

홈즈가 나를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종종 들때면 솔직히 나도 그의 곁으로 건너가고 싶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요양원에 있는 왓슨. 왓슨은 오랫만에 셜록과 함께 했던 예전의 그 끔찍한 모험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그 시대에는 입 밖에 내는 것조차 어려웠던 참혹한 사건.. 왓슨이 아내 마리를 만나 결혼을 하고 2년이 지난 후, 베이커 가에 있는 221B 셜록의 집에서 잠시 머무르게 된다. 그리고 그 때 바로 문제의 사건을 의뢰하러 한 남자가 찾아온다.

셜록 홈즈 협회에서 인정받은 차세대의 아서 코난 도일로 불리는 앤서니 호로비츠의 셜록 홈즈를 만나면서,  아서 코난 도일을 통해 처음 셜록 홈즈를 만났던 때가 떠오를 정도로 셜록의 특성을 고스란히 잘 나타내주는 필력과 새로운 재미의 요소를 불어넣은 책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최근 BBC에서도 셜록 영드가 제작되어 주연을 맡았던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많은 셜로키언들에게 최고의 셜록 캐스팅으로 꼽히고 있는데, 이제는 나이가 들어 예전같지 않은 왓슨의 증언을 통해 셜록과의 추억을 다시 한 번 곱씹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

물론 사건은 너무나도 끔찍하고 결코 알고 싶지 않은 사회의 어두컴컴한 이면을 본 듯 하지만, 왓슨의 예상처럼 이미 그런 사건들에 길들여질 만큼 익숙해져 버렸다는 것이 슬프기만한 현실을 살고 있는 탓에.. 그렇게까지 충격적이지만은 않다.

하지만 그것까지 계산해서 글을 쓴 앤서니 호로비츠의 센스도 그렇고 셜록 홈즈가 이 시대에 있다면 이런 상황을 조금이나마 타개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쉽고도 슬픈 마음이 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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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없는 나를 꿈꾼다 - 치유와 회복, 그리고 생명을 담은 아름다운 이야기
김형준 지음 / 죠이선교회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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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하면서도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방법은 무엇일까? 서로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다가갈 때만이 그것이 가능하다.
우리의 사랑은 거짓된 것이다. 오직 진리의 사랑만이 모든 것을 치유할 수 있고 따스하게 감싸줄 수 있다. 진실만이 상처를 씻어준다.
자기의 가시와 바늘을 솔직하게 인정하자. 나를 나 되게 하시는 하나님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임을 인정하자.
그 때에 우리는 비로소 따스한 포옹을 할 수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상처를 받는다. 본의가 아니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자신이 상처입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남을 찔러댈 수도 있고 자신의 상처를 덮은 채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착각하고 살아갈 수 있다. 저자인 김형준 목사님은 이 책을 통해 우리의 상처를 주 앞에서 인정하는 것이 온전한 치유와 회복의 첫 단계임을 설명하고 있다. 내가 부족하고 문제가 많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우리는 비로소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게 된다. 누구나 문제가 없는 사람은 없다.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완벽할 수는 없다. 다만 다른 것은 나의 문제와 상처를 인정하고 그것을 하나님 앞에 온전히 맡겨드리느냐의 차이인 것 같다. 이 책을 통해서 그런 치유와 회복을 경험할 수 있게 되기를 원한다.
 
p.11
그러나 나 자신이 정작 고통 속에서 방황하게 되었을 때, 나처럼 위로하고 해석해 주고 사랑해 주는 목사와 친구들을 통해서 나는 아무런 위로도 받을 수 없었다. 오히려 그들이 남긴 말과 건네는 위로는 내게 깊은 상처를 안겨줄 뿐이었다. 다 피하고 싶었고 멀리하고 싶었다. 오히려 어떤 때에는 나를 도와주려고 다가오는 그들이 나를 괴롭히려고 오는 사람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고통 중에 있던 사람들에게 하던 대로 나 자신이 스스로를 위로해 보려고 몸부림쳐 보았지만 역시 별 수 없었다. 주위에 부모, 형제, 친척, 목회자, 친구가 많이 있었지만 결국 나는 혼자였다.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미친 듯이 소용돌이 치는 알 수 없는 아픔과 갑갑함, 그리고 분노로 몸을 떨었다. 자꾸만 복잡해져 가는 내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고 설명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모든 것을 포기하면서 피처럼 내 뱉은 말이 '나는 혼자다!'라는 두 마디였다.
 
p.15
나는 다시 발견한 하나님의 모습 속에서 자신의 백성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눈물을 보았다. 견디기 어려웠던 위기를 통하여 아픔 가운데 살아가는 사람들의 신음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하셨다. 그리고 사람들 속의 아픔을 볼 수 있는 눈을 열어주셨다.
 
p.17
상처의 특징
첫째, 상처는 한 번 받으면 그것이 치유되기 전까지 없어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서 조금씩 자란다.
둘째, 상처는 자유와 기쁨을 박탈하면서 우리의 마음을 지배한다.
셋째, 상처는 인간관계를 파괴한다.
넷째, 상처는 유전된다.
다섯째, 상처는 마음의 문제 뿐 아니라 육체와 영적인 문제의 원인이 된다.
여섯째, 상처는 마음 한 구석에 생겼다 할지라도 마음판 전체를 깨뜨려 버린다.
 
p.26
치유는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존재를 새롭게 발견하는 것이다.
즉 치유를 통해 그 증상이나 현상이 회복되는 것만이 아니라, 하나님과 지속적인 교제를 통해서 위로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풍성함을 경험하고, 자신의 삶 속에서 즐거운 헌신과 섬김이 생활과 습관으로 자리잡게 되는 것이다.
 
p.30
예수님은 육체의 질병뿐 아니라 그로 인해 발생한 정신적인 문제와 그 질병이 갖고 있는 사회적인 관계,
나아가서 하나님과의 영적인 문제를 치유하신다.
 
p.70
아름다운 가정을 만들기 위한 방법
첫째, 비교하는 마음을 버리는 것
둘째, 같은 경험을 하고 마음을 나누는 것
셋째, 수용하지 못하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
 
p.73
이 큰 위기는 아주 사소하고 작은 것에서 시작한다. 이것은 말씀의 거울이 늘 비쳐지고 맑고 깨끗하게 닦여져 있을 때만 볼 수 있다.
 
p.87
잃어버림의 인생 가운데 회복을 위한 하나님의 선물은 인간이 웃을 수 있다는 것과 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하나님의 선물은 상실의 두텁고 무거운 문 안에 감추인 성숙과 성장의 비밀의 문을 여는 열쇠다.
 
p.91
정체를 알 수 없는 두려움의 공통적인 이유
첫째, 이 두려움은 죄의 문제에서 비롯된다.
둘째, 이 두려움은 고독에서 온다.
셋째, 감당할 수 없는 일들, 해결할 수 없는 일들, 해를 당할 수밖에 없는 일들 앞에서 두려움을 갖게 된다.
 
p.97
우리는 흔히 올바른 일, 특히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을 할 때 모든 일이 순조로울 것이라는 잘못된 기대를 하기 쉽다. 그래서 나쁜 일을 하다가 실패하면 벌을 받아서 그랬다고 생각하며 쉽게 정리를 하지만, 바로 살아보려다가 어려움을 당한 경우에는 크게 상심하여 포기해 버리게 된다.
 
p.103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이 당신 생애 중에서 가장 귀중한 기회일 수도 있다. 우리에게 시간과 생명을 주시고 모든 기회를 허락하신 창조주의 뜻을 살피고, 낙심하거나 포기하거나 원망하기 이전에 다시 한 번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붙잡아야 한다.
 
p.104
공동체란 단순히 사람들의 모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와 목적이 동일하고 마음을 함께 나누는 사람들의 모임을 말한다.
 
p.105
의미 있는 인생과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시키신 훈련
1. 순종의 훈련  2. 만남에 대한 훈련  3. 꿈과 비전을 계속적으로 보여주심 
 
p.109
성막과 제사장을 통해서 죄인들을 만나 주시고, 문제를 해결해 주시는 하나님을 체험케 하셨다. 다양한 하나님의 모습을 알게 하셨다. 그래서 어느 때나 어느 장소에서나 만나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깨닫게 하셨다. 우리의 근본적인 변화는 이런 하나님을 만날 때 이루어진다.
 
p.112
우리 모두는 하나님께서 주신 많은 사명을 가지고 있다. 자신을 아름답게 가꾸어 가는 사명, 가정을 복되게 세워 가는 사명, 교회를 교회답게 하는 사명, 병들고 죽어가는 사회와 국가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을 사명, 그리고 하나님의 역사로 만들어가야 하는 사명을 가지고 있다.
마음 속에서 노예와 같은 속성이 완전히 제거되고 하나님의 사람으로서 생명력을 지니고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p.114
느헤미야의 슬픔과 회복
첫째, 느헤미야는 가장 슬픈 시간에도 하나님을 향하여 귀를 열었다.
둘째, 슬픔과 절망을 극복하는 비결은 문제의 원인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이다.
셋째, 고난과 슬픔을 극복하는 느헤미야의 원리는 기도에 있다.
 
p.136
인간은 받아야 할 사랑을 받지 못할 때 마음에 병이 든다. 또한 주어야 할 사랑을 주지 못할 때도 마음에 문제가 생긴다.
성경은 인간이 하나님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할 때, 기쁨과 평안의 삶을 누릴 수 있다고 했다.
 
p.178
이스라엘 백성들은 광야를 보았지만 하나님은 가나안 땅을 보여 주셨다. 이스라엘 백성은 광야의 고난과 어려움을 보았지만, 하나님은 이 과정을 통해 하나님의 백성으로 아름답게 가꾸어질 복된 이스라엘을 보셨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지금 무엇을 보여주고 계시는가? 하나님의 비전을 품고 살아가기를 소망한다.
 
p.199
오늘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하루하루의 평범함 속에 거하시는 하나님을 믿는 일이다. 오늘 우리의 하나님은 어디에서 만날 수 있을까? 교회나 성경이나 기도 속에서만 볼 수 있고 만날 수 있다면 우리는 하나님을 가두어 둔 것이나 마찬가지다.하나님을 가두어 두는 것은 무지와 위선과 교만 속에 있다는 말과 같다. 하나님은 우리의 시간 속에서 인정 받기를 원하신다.
 
p.216
작은 것에서도 하나님의 큰 메시지를 들을 수 있고, 캄캄한 암흑의 역사 가운데서도 하나님이 주시는 소망의 빛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이 시대에 필요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를 향한 구원과 사랑을 중단하지 않고 보여주시는 하나님의 소망을 증거하고 노래하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p.244
우리 삶의 근본이 하나님으로 채워지지 않으면 갈증과 배고픔이 다시 찾아온다. 그럴 때 우리의 인생은 무지개를 쫓는 것처럼 허무함을 느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마음과 삶 속에 하나님을 모셔 들이고 나아가 그 하나님께서 쓰실 수 있도록 기쁨으로 준비하고 훈련받는 사람은 복된 사람이다.
 
p.295~296
우리는 우리를 바꾸어서 더 훌륭하고 귀하게 사용되기를 원하지만 하나님은 보리떡과 물고기 같이 보잘 것 없는 우리라도 있는 그대로를 사용하신다. 보잘 것 없는 우리를 사용해서 온 백성을 풍족하게 하시겠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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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보이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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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주의 모든 별들이 움직임을 멈추고 우리를 향해 일제히 빛을 내뿜는 순간은 단 한 번 뿐이에요.

우리는 아이로 태어나 빛으로 죽는 것이죠. 영원히 빛으로 죽는 것이죠."

 

술에 찌들어 살던 아버지.. 트럭을 운전하던 아버지의 차를 타고 가던 소년은 갑작스레 일어난 사고에 회로가 정지한다.

교통사고로 간첩을 들이받은 덕분에 죽은 술주정뱅이 아버지는 다시없는 영웅이 되고 살아남은 소년은 전 국민의 원더보이로 불리우게 된다.

그리고 그 원더보이를 둘러싸고 권대령은 일계급 특진이라도 얻어보려는 꼼수를 부린다. 그리고 아버지의 보험금마저 꿀꺽..

 

원더보이는 자신이 빛을 본 이후 남의 생각을 듣게 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하지만 권대령에게 맞추어 원더보이로 살고 싶지 않았던 소년은

병원을 뛰쳐나오고 권대령의 속박으로부터 뛰쳐나와 홀로 살아남는 법을 배우게 된다.

우연히 찾아간 익숙한 이름의 대학교에서 그는 병원에 있던 동안 만났던 간호병 성재 형을 만나게 된다.

 

김연수 작가 특유의 센스가 가득했던 책이었다. 그냥 무리없이 읽어내려갔지만 마치 구름 위에 붕 떠 있는 듯한 기분이 느껴지기도 했다.

특별했던 원더보이도 평범하게 성장해 가는 것을 보면서 우리들 역시도 어릴 땐 누구나 원더보이 원더걸이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p.147

나로서는 알 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 것과 그 생각을 이해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열 일곱살의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세상에는 너무나 많았다. 온갖 생각들. 소망들. 꿈들. 나는 아저씨에게 연고를 달라고 해서 머리에 발랐다.

그 모든 일을 명징하게 이해하거나, 그렇지 않다면 머리가 말끔하게 비워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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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 레전드 시리즈 1
마리 루 지음, 이지수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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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하루가 지난다는 건 새로운 24시간이 온다는 의미잖아. 그리고 또 뭐든지 새로운 가능성이 생겨난다는 뜻이기도 해.

사람은 순간에 살고 순간에 죽지. 그날그날을 열심히 즐기며 사는 거야."

 

트와일라잇 시리즈, 헝거게임 시리즈, 윙스 등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독자들이 아끼는 판타지 소설들을 많이 출간하고 있는 북폴리오 에서 또 새로운 작품을 내놓았다. 제목은 무려 "레전드!!" 전설. 이라는 뜻이다. 마치 헝거게임 내의 11구역 조공인이었던 루를 연상시키는 이름의 마리 루 작가.

레전드에서는 모든 것이 강력하게 통제되는 또 다른 미래세계를 그리고 있다. 책속에 등장하는 국가는 리퍼블릭이라는 이름의 사회인데, 이곳에서는 10살이면 모두가 일정한 트라이얼 이라는 이름의 테스트를 받게 된다. 트라이얼의 만점은 1,500점이며 1,300점 이상은 리퍼블릭의 군대와 각종 주요기관에서 자신들의 임무를 수행하게 되지만 1,000점 이하의 사람들은 국가저해요소로 규정되어 어딘지도 모르는 수용소로 끌려가게 된다.

 

여기 "데이"라는 이름을 지닌 한 소년이 있다. 트라이얼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실험대상으로 전락했다가 병원 지하의 시체 안치실에 버려졌으나 생명을 부지하고 나와 지금은 리퍼블릭의 내부에 숨겨진 아무도 모르게 진행되는 음모를 밝히려고 노력하고 있다.

여기 또 한 명의 소녀가 있다. 그녀는 박사이자 과학자인 부모님 밑에서 자랐지만 부모님이 불의의 교통사고로 인해 목숨을 잃은 뒤, 장교인 오빠와 함께 살고 있다. 그리고 트라이얼 테스트에서 무려 1,500점. 그러니까 만점을 받은 리퍼블릭에서 유일한 인물이다. 소녀의 이름은 준. 준은 대학에서 늘 사고뭉치 취급을 받는다. 그리고 한 사건으로 인해 준의 오빠가 데이에 의해 죽게 되는 일이 발생한다. 이 일로 군에 최연소 픽업을 받게 된 준은 데이를 찾아 복수하려는 일념을 품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준은 놀라운 리퍼블릭의 진실을 발견하게 된다.

 

마치 헝거게임의 캐피톨 같은 국가 느낌의 리퍼블릭, 한편으로는 인카세론이 생각나기도 하였던 것은 인카세론의 감옥에서 태어난 소년과 교도소장의 딸이 한 마음을 품게 되었던 것처럼 각자 전혀 다른 환경의 소년 데이와 소녀 준이 만나서 교감을 하게 되는 스토리 때문이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데이와 준의 싸움이 블러드 레드 로드나 헝거게임의 주인공처럼 강인하고 내면의 힘을 가진 캐릭터들이라는 점에서 그동안 북폴리오에서 출간해온 작품들이 많은 부분에서 일맥상통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3부작이라고 하니 앞으로 또 이들에게 어떤 일들이 전개될지도 궁금하다.

그리고 베일에 가려진 리퍼블릭의 음모를 준과 데이가 합심하여 끊어낼 수 있을지 또 그 과정이 어떻게 펼쳐질지 다음권을 기다리는 마음이 생겼다.

 

특히 트라이얼 테스트 점수로 인생이 결정되는 리퍼블릭의 이야기가 우리 학생들이 겪고 있는 내신, 등급, 수능 등의 점수에 의해서 그들의 삶이 결정되는 것처럼 점점 양극단화되어 가는 사회를 그대로 묘사하는 것 같아서 더욱 더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지금도 수많은 아이가 자살을 하고, 자신의 생명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 스트레스를 약한 아이에게 집단적인 폭력과 따돌림을 통해서 풀고 있는 이 현실이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이는 것은 왜일까.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조기교육을 한다는 명목으로 수많은 학원을 보내 다섯 살짜리 아이가 일기에 학원을 다섯개나 다녀야 해서 죽고 싶다고 일기를 썼다는 등의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리는데, 이렇게 가다가는 우리 나라 역시 리퍼블릭보다 더욱 삭막한 국가로 변해버리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이다. 사람은 누구나 존귀하게 태어나며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과 각 사람만이 고유하게 가지고 있는 능력이 있다. 그런 것들을 인정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선행학습만을 강조하고 대학입시에 목숨을 걸게 하고, 그런 사회의 분위기가 언제까지 갈 수 있을까. 어쩌면 요즘 묻지마 범죄가 점점 흉포한 양상으로 전개되며 늘어나는 까닭도 이러한 숨쉴 틈 없는  환경에 기인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준처럼, 데이처럼 우리 아이들이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지각있는 누군가가 교육정책을 제대로 세웠으면 좋겠다. 한 해 한 해 모르모트처럼 이거 했다 저거 했다 하면서 점점 아이들의 고통만 늘리지 않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레전드를 읽으면서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리길 기대했는데 곧이어 출간될 두번째의 혹은 세번째의 레전드에서는 답답한 마음이 뻥 뚫리는 결말이 있길 바래본다.

 

"사람은 빛 속에 살려고 노력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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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관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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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잊고 오늘이 첫날이라는 기분으로 다시 시작하는 거야.

에미코가 말하고 싶었던 '잊는다'는 것은 정말로 기억에서 지우거나 떠오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다'라는 의미였을까. 이쓰오는 새삼스럽게 그런 생각을 했다."

 

가을 단풍이 들면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동네. 그 마을에 살고 있는 고교생 요시카오 이쓰오.

이쓰오는 스스로를 텔레비전 학교 드라마 속의 한 장면에서 초점이 맞지 않는 곳에 비치는 학생처럼 성적도 보통, 이름도 보통, 키도 보통, 얼굴도 보통,

반에서 눈에 띄지도 않고 존재 자체가 희박한 존재라고 여긴다. 즉, 스스로를 시시하고 평범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여관을 운영하는 엄마 아빠와 이제는 나이가 들어 경영에서 물러난 할머니. 그리고 태어난지 얼마 안되는 나이 차이 많이 나는 남동생 다타로.

학교에서도 친구관계에서도 특별하게 다르거나 어려운 것 뛰어난 것 없이 그냥 평범한.. 그런 아이.

이쓰오는 학교 문화제를 앞두고 문화제 물품 구매하는 일을 맡게 되고 이사온 날 자기집 여관에 묵었던 그리고 지금은 같은 반인 여자아이

기우치 아쓰코와 함께 그 일을 맡게 된다. 별다르게 다를 것 없을 것 같았던 아쓰코에서는 가슴 아픈 비밀이 있고,

이쓰오는 아쓰코의 부탁을 받고 함께 초등학교 때 묻은 타임캡슐을 파내게 되는데..

 

평범하게 살아와서 특별한 삶을 꿈꾸었는가? 아니면 원치 않게 특별해져서 평범한 삶을, 그냥 무관심해주기를 간절히 바랬는가.

이 책에는 그렇게나 다른 두 아이가 등장한다. 이쓰오는 너무나도 평범한 자신의 환경이 맘에 들지 않아 특별한 무엇인가를 바라고,

아쓰코는 부모님의 이혼으로 어머니와 어린 여동생과 가난하게 사는 것도 모자라 전학 온후 계속해서 이지메를 당한다.

결국 아쓰코는 견디다 못해 초등학교 때 다같이 하는 타임캡슐 행사에서 자신을 괴롭힌 아이들의 이름을 적어 넣는다.

그동안 아쓰코가 어떤 일을 당해왔는지, 어떤 괴로움을 겪었는지, 얼마나 힘들게 버텨왔는지에 대해..

그러나 중학생이 되고, 그들의 괴롭힘이 잠시 소강상태가 되면서 아쓰코는 더 큰 불안에 시달리게 된다.

대체 저 아이들이 언제 아쓰코를 다시 괴롭힐 것인가 하는 불안감, 그리고 보이지 않는 비명들, 두려움들.....

그렇게 아쓰코는 나날이 살아 있지만 살아있지 못한 상태가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마침내 스스로의 생명을 포기하는 선택을 하기로 한다.

그러나 도저히 혼자 힘들게 사는 엄마와 어린 여동생에게.. 이지메로 인한 자살.. 이라는 굴레를 씌워주기가 싫었던 아쓰코는

우연히 문화제에서 물품 구입하는 일을 함께 맡게 된 평범한 이쓰오에게 자신의 진짜 목적을 숨기고 타임캡슐의 내용을 바꿔넣는 것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하게 된다. 아무것도 모르는 이쓰오는 좋은 일을 한다는 기분으로 아쓰코를 돕고...

마침내 사실을 깨닫게 된 이쓰오는 댐을 향해 가고 있는 아쓰코의 뒤를 따라 가게 된다.

 

인상적인 장면들이 있었는데 이쓰오의 할머니의 사연과 아쓰코의 사연이 몹시 닮아 있었던 것 그 외에도

어쩌면 인간은 누구나 저렇게 관계 속에 실패하고 혼자 외로움을 겪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지만 살아갈 힘이 없을 때에라도

나를 대신해서 무언가 새로운 관점을 가질 수 있게 된다면 결코 생명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것도..

 

글쎄.. 이 이야기 속의 아쓰코와 크게 다르지 않은 유년시절을 보냈기에 아쓰코가 겪고 있는 마음의 고통도 짐작이 갔고

평범해보이는 이쓰오가 투덜대는 모습을 볼 때면.. 힘들어봐야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기도 하면서 책 속 인물에 많이 동화되어 책을 읽었던 것 같다.

어쨌든 두 사람 모두가 자신이 진짜 원하던 삶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관점 바꾸기에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여름방학 독서캠프를 준비하면서 관점바꾸기, 몰입하기 등 나를 재발견하는 수업을 준비하고 있는 중인데

미치오 슈스케 작가가 쓴 물의 관도 어쩌면 우리가 험난하고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아무것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고 투덜댈 때,

나 혼자만 세상에 남겨진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이쓰오가 할머니와 아쓰코를 위해 내놓았던 해답처럼 관점을 조금 바꾼다면..그렇게만 된다면

우리는 어쩌면 또 새로운 인생이 내게 처음으로 주어진 것처럼 매일매일 새 기분으로 최선을 다해서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p.23

비 한 방울 한 방울이 위에서 비치는 햇빛과 아래에서 비치는 수면의 빛을 반사해서 자잘한 거울 조각이라도 흩뿌려 놓은 것처럼 보이거든.

 

p.55

가을바람에서 유황냄새가 느껴졌다. 태어나 자란 마을에서 그렇게 멀지도 않은데 이 마을은 바람 냄새가 완전히 달랐다.

바람이 불 때마다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계속 살던 사람들은 분명 모를 것이다.

다른 지방의 바람 냄새를 맡았을 때에야 분명 다르다고 느끼리라

새로이 같은 반이 된 아이들이 자신을 괴롭히기 시작한 것은 그 때문인지도 모른다. 좋고 싫고를 떠나서 다르다는,

애매하지만 본능적인 감각이 그 여자애들의 지루한 일상을 자극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 여자애들은 아쓰코를 무시하고, 물을 끼얹고,

알몸으로 만들어놓고 때리고, 발길질을 하고, 그 모습을 휴대 전화로 사진을 찍으며 깔깔 웃고, 수고했다면서 침을 뱉은 우유를 먹였다.

 

p.267

아쓰코와 나눈 대화, 아쓰코의 몸짓, 표정, 그러한 것들이 머릿속에 들어찬 진흙 속에서 맥락 없이 떠올랐다가 가라앉았다.

 

p.278

답은 간단하다.

죽기가 무서웠으니까. 싫었으니까. 살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그대로는 살아갈 수 없었다. 그래서 그렇게 실패할지도 모르는 번거로운 계획을 세워서 일부러 에둘러 가는 길을 택했다.

마음 속 어딘가에서 계획이 실패하기를 바라면서.

괴롭힘은 전보다 더 잔혹해졌다. 이제 더는 견딜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래도 역시 살고 싶었다.

 

p.324

"도롱이 벌레는... 사람하고 비슷하다는 생각을 가끔 한단다."

"사람하고 비슷하다고요?"

"도롱이를 보고 모두 도롱이벌레라고 부르지 않느냐. 도롱이를 보면 모두 도롱이벌레라고 불러. 실은 안에 든 까만 애벌레가 도롱이벌레인데."

"그게 왜 사람이랑 닮았다는 건가요?"

"그도 그런게, 사람도 모두 밖에 나와 있는 부분만 보지 않니. 진짜 알맹이는 보지도 않고 밖으로 드러난 것만 보고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라고 믿어 버리지."

 

p.330

아쓰코와 할머니가 자신들의 OO에 뭘 맡겼는지 이쓰오는 모른다. 자신이 OO에 뭘 맡겨서 댐 호수에 가라앉히는지도 두 사람한테는 말하지 않았다.

서로에게 가르쳐 줄 필요는 없다. 자신만 알고 있으면 된다. OO을 들어올려 철책 너머로 넘겼다. 신호는 하지 않았지만, 철책을 넘기는 타이밍도,

각자가 OO에서 두 손을 떼는 타이밍도 똑같았다.

 

p.349

에미코가 이쓰오에게 기운을 북돋아주기 위해 한 그 말.

에미코가 말하고 싶었던 '잊는다'는 것은 정말로 기억에서 지우거나 떠오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다'라는 의미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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