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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짓는 사람
누쿠이 도쿠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사람은 타인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이해하는 줄 알지만 실은 무엇 하나 모르는 것 아닐까.
니토는 어느 때든 온화하게 미소 짓는 사람 이었다."
"우리는 타인을 이해하지 못한 채 이해한 척하며 살고 있다. 자신들이 이해한 척한다는 사실조차 보통은 잊고 있다.
안심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하면 바로 불안해지니까."
누쿠이 도쿠로의 르포르타주 미스터리. 미소 짓는 사람.
니토 도시미 라는 평범하고 인상 좋으며 평판 좋은 한 남자가 어느 날 그의 아내 쇼코와 세 살짜리 딸 아미나를 살해한다.
살해라는 것이 밝혀져서 니토에게 왜 아내와 딸을 살해했는지 물었을 때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책을 놓을 공간이 없어서.." 라고..
엄청난 장서가 이지만 과연 그것이 사랑스런 아내와 딸을 죽일만한 이유가 될까.
호기심이 생긴 소설가 모 씨는 니토 도시미에 대해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런데 니토의 아내와 딸이 살해당한 곳에서 가까운 강 바닥에서 백골이 된 시체가 발견되면서
그 백골시체가 또 니토와 함께 근무했던 평판이 좋지 않은 가지와라 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놀라움을 자아내게 되는데..
니토의 행적을 추적해 나가는 동안 계속해서 밝혀지는 의문사들과
미묘한 듯 묘한 니토의 태도...
그야말로 우리가 흔히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서 볼 수 없는...
별로 이유가 될 것 같지 않은 상태에서의 살인...?!
예전에는 살인이라고 하는 수준까지 가기 위해서는 커다란 원한관계나 치정관계나 금전 등
무언가 원인이 되는 것들이 항상 존재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는 더 이상 알 수 없게 되어버린다.
사람이 사람을 왜 죽이는 것일까 하는 문제에 대해서 말이다.
다시 생각해보면 섬뜩해지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1924년 시카고에서 아이를 납치, 살해했던 하버드 로스쿨 학생 보다 훨씬 어이없고 이유없는 살인이 이렇게 존재한다니...
그래도 그들은 느낌이라도 있었다. 스릴을 느끼고 싶다는..욕망..
근데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살인들은 욕망도 욕심도 악의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데 살해당했다...??!!
점점 이런 사회가 되어갈 것 같아서, 그리고 그런 무감각한 자신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 같아서 무섭고 씁쓸하다.
마지막에 소설가가 원했던 결론은 결코 나지 않았지만...
진짜 그 이야기의 결말은 무엇일까. 니토는... 어떤 인간인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