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명인열전 1
박행달.구본갑 지음 / 앤터컴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지리산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마음이 설렌다. 내 젊은 날의 발길이 곳곳에 찍혔기 때문이다.

이십대때는 틈만 나면 지리산을 찾았었다. 무거운 배낭도 마다 않고, 당일, 1박 2일, 3박 4일 등의 일정으로 오르고 내렸던 그 길들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벽소령에서 숙박을 하며 만났던 보름달은 그 중에 백미로 남아 아직도 내 가슴을 뛰게 한다. 나도 거기에 있었다.

 

박행달님과 구본갑님이 합심하여 만들어 낸 책, 지리산 명인열전을 만났을 때, 그 반가움과 설렘은 두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옛날에 비해 지리산 자락 곳곳에 터를 잡아 사는 이들이 지금은 이런 책을 통해 소개가 될 정도로 보편화된 것 같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그곳에서의 삶을 꿈꾸기도 한다. 이 책에 소개된 지리산 사람들의 공통점은 경쟁으로 삭막해져 버린 현대의 도시를 벗어나 웅숭깊은 자연과 호흡하며, 스스로가 풍족하고 더불어 주위 사람들도 풍족하게 해 주는 삶을 산다는 데 있다고 본다.(이건 나만의 이상적인 생각인가?) 지리산 역시 사람 사는 곳이니 인간의 희노애락이 없을 수 없으며, 갈등 또한 있을 터이니 말이다. 그러나, 적어도 지리산에 기대어 사는 이들은 자신을 높이지 않고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아는 사람들이라고 믿는다. 퇴직 후 지리산 한 자락에 터 잡고 살기를 꿈꾸는 사람들이 내 주위에도 많이 있다. 나 역시 가능하다면 그렇게 살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러나, 낭만을 위하여 꾸는 꿈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삶, 그 자체가 되어야 한다.

 

사실, 이 책은 약간은 의도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 가지의 목적을 가지고 지리산 자락, 특히 함양쪽 사람들을 찾아 인텨뷰 형식으로 내용을 풀었는데, 읽어가면서 설레던 마음보다는 뭔가 구태의연함이라고나 할까? 피상적인 내용들이 너무 많았다고나 할까? 아, 교과서적이었다고 표현하면 될 것 같다. 따라서 신선한 느낌을 기대한 독자에게는 실망스러울 수 있는 책이라고 본다. 그리고 책의 크기와 글자폰트가 아직은 익숙치 않아 불편했다. 하지만, 뭐 어떠랴. 소개된 이들과 장소들을 메모하고, 그 길을 되짚어 가 보고 싶다는 마음을 들게 했으면 그것으로도 족하다. 우리가 너무 프로적인 것들에 익숙해져 있는 탓일 것이다. 저자에게는 참 미안하지만, 솔직한 느낌을 적지 않을 수 없으니, 조그만 편달로 이해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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